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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권양숙 여사는 무얼 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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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3-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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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대외활동은 자제하면서도 공적 역할 의지… 주방 아주머니들과 식사도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가 2월25일 청와대 관저에 입주한 뒤 맨 처음 한 일은 주방 아주머니와 정리원(청소원) 등 관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차를 함께 하며 애로사항을 듣는 것이었다. 권씨는 청와대 본관 간이식당과 신관 식당의 주방 아주머니들을 찾아 점심을 함께 하며 “반찬이 아주 맛있다”고 격려했다. 청와대에 오래 근무한 경호원들은 “청와대에 오래 있어봤지만 영부인이 관저 직원들과 차를 마시거나 주방을 찾아 함께 식사한 것은 처음”이라고 놀라워했다.

권씨는 내외가 함께 참석하는 부부동반 행사 이외엔 외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청와대 안살림을 챙기고 있다. 당분간 외부활동을 자제할 계획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권씨는 넒은 관저에 입주한 뒤 신혼인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 부부를 불러 두어번 식사를 함께 했다. 권씨는 몸가짐을 조심하라는 각별한 당부를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 여사가 대통령 친인척들의 부정비리 연루를 막는 것을 자신의 가장 중요하고 일차적인 역할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씨는 관저에서 본관으로 이동할 때 차를 타고 가지만 틈틈이 청와대 이곳저곳을 걸어다니며 둘러본다. 지리도 익힐 겸 청와대 식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란다.

이런 가운데도 ‘퍼스트레이디’로서 공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대통령 부인의 일정과 수행을 책임지는 제2부속실장에 김경륜씨를 발탁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권씨는 평소 친분이 있는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에게 적절한 인물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해 숙대에서 아동복지학을 강의하는 김경륜씨를 직접 인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 여사가 눈에 띄는 대외활동은 자제하면서도 틈틈이 관련분야 인물들을 청와대로 불러 의견을 듣는 등 현황파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2부속실은 영부인의 공적 역할 모색을 위해 나름의 일정과 계획수립을 끝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권씨는 대선 선거운동기간에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의 부인이 누구냐는 물음에 “어렸을 때 육영수 여사를 존경하고 좋아했으며,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도 여성으로서 개인 능력을 발휘하고 남편을 돕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권씨가 청와대 안살림 책임자로서는 국민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긴 육영수씨를, ‘퍼스트레이디’라는 공적 영역에서는 힐러리를 모델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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