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나머지는 전부 집에 가라고?

443
등록 : 2003-01-15 00:00 수정 :

크게 작게

인터뷰 I ‘독립선언’한 안희정 비서실 정무팀장

사진/ 박승화 기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오른팔’ 안희정 비서실 정무팀장이 ‘독립선언’을 했다. 노 당선자의 비서가 아니라 독립적인 정치인으로 홀로 서겠다는 것이다. 그는 “당선자께서 우리 젊은 참모들을 동업자라고 한 만큼, 노 당선자처럼 도전을 통해 손색 없는 정치인으로서 노 당선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와 상의는 했나.

=수행비서를 통해 결심을 전해드렸다. 별다른 말씀 없이 “잘한 일이다”라는 말씀만 했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생각한 것은 80년대 사회적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자기 개인의 삶을 희생하고 헌신한 사람들이 절대로 이류, 삼류의 실패한 인생으로 끝나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동안 정무적인 업무를 해왔다. 제 역할은 광화문보다는 여의도에서 찾아야 맞다.

-2004년 총선에 도전하나.

=그렇다. 당장 배지를 다느냐의 유불리는 따지기 싫고, 가능하면 의미 있는 선거를 만들고 싶다. 충남 논산이 고향이고 연무대중학교를 나와서 논산 얘기가 나오나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다. 고향 어른, 당 선배들과 상의하고 현재 논의 중인 당개혁 방안을 좀더 지켜볼 생각이다.

-언제부터 노 당선자를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생각했나.


=사실 대통령을 목표로 참모로서 어떤 기획도 하지 않았다. 2000년 부산 총선에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팔아먹었는데, 사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술이었지 당시만 해도 실제로 이뤄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안 했다. 그런데 총선에서 떨어지니까 오히려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인수위의 인선 과정에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비서로서 연락을 하다 보니, 인사내용을 단 한 시간이라도 먼저 알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선자의 판단의 깊이나 넓이를 젊은 참모들이 따라가지 못한다. 정보량이나 생각의 깊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노 당선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수시로 의견을 구하기는 하나, 젊은 참모 몇명이 결정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당선자를 모독하는 것이다.

-그래도 노 당선자와 가장 가까운 사이로 이광재씨와 함께 꼽히는데.

=당선자에게 그동안 사람이 없었다. 누구 하나 노무현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 공감하며 편들어준 사람이 없었다. 항상 부족하다고 충고하고 훈계하기만 바빴다. 그때 우리 젊은 참모들이 있었을 뿐이다. 그 역사를 어떻게 지울 수 있나. 일부 언론에서 당선자만 대문을 통과시켜주고 나머지는 모두 ‘집에 가라’는 식의 논리를 펴는데, 이는 노 당선자를 자기들만이 요리하겠다는 정치적 의도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

-측근정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사람들 속에 나타나는 약속과 시스템을 뛰어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공식단위에서 결정되지 않고 뒤에서 또 다른 힘이 작용할 때 뇌물 같은 것이 판치는 법이다. 그러나 노 당선자는 능력과 지위에 맞게 공식적인 시스템을 통해 결정할 것이다. 결정적으로는 노 당선자가 챙겨야 할 사람이 없다. 엄청난 식솔들을 20~30년 동안 먹여살리다 보니 생기는 부채가 없다는 것이다.

-올바른 참모의 역할은.

=바른말 하는 게 참모라고 하는데,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토론을 통해 합의하고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사심 없이 가차없이 몸을 던져 실행해주는 것이 참모다. 언론개혁을 합의해놓고는 뒤로 가서 조선일보 사장 만나고 하는 게 무슨 참모들이냐.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