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책임있는 분들이 먼저 결단 내렸어야… 노무현 후보에게 역풍 불 바더 세게 불기를
서울시장 도전에 실패한 뒤 잠잠하던 그가 ‘사고’를 쳤다. 그는 ‘새로운 출발’이라고 표현했지만, 그의 학생운동 동지인 386 정치인들은 ‘배반’과 ‘야합’, ‘불의’로 비난하며 ‘동지의 이름에서 그를 지우겠다고 했다. 그의 홈페이지가 격렬하고도 원색적인 비난의 글로 도배되는 시노무현 후보에겐 느닷없이 격려금이 쇄도했다. 그는 어쨌든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그가 쏜 총알이 누구를 향할지는 모르지만….
김민석 전 의원을 민주당 탈당 다음날인 10월18일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명분에서 밀리면 “모든 비난을 감수하겠다”고 입을 앙다물었지만 속이 타는 듯 인터뷰 내내 연신 물과 음료수를 마셨다.
우연히 이철 전 의원을 만나…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했나. 개인적으론 재충전하고 복잡한 판에서 좀 떨어져 있고 싶었다. 10월15일 우연히 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이철 전 의원을 만났다. 결심해달라고 하더라. 집중적으로 고민을 했고 사고를 치게 됐다. 다음날 혼자 북한산에 다녀온 뒤 밤에 성명을 썼다. 아내에게 결심을 털어놨더니 첫마디가 ‘전화코드를 빼놔야겠다’는 말이었다. 노무현 후보에게 격려금이 쇄도한다는데…. 역풍이 불려면 차라리 더 세게 불었으면 좋겠다. 나야 욕먹으면 그만이다. 왜 이런 선택을 했나. 솔직히 후보단일화에 대해선 상당한 공감대가 있다. 그 길이 열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들 자기가 하기는 싫어한다. 의원 2명의 한나라당 입당을 보고 이러다아무것도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내가 아니었기를 바랐다. 그런 논리로 하더라도 노 후보를 위해 좀더 노력하는 게 필요하지 않았나. 노 후보쪽에선 김민석이 그동안 한 게 뭐가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노 후보쪽이) 논의 자체가 있을 수 없고, 불필요한 일이라고 원칙적인 선을 긋고 있어서 틈이나 여지가 없었다.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와 정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60% 정도의 숫자는 단일화가 좋고 단일화하면 이긴다고 생각하는 생생한 목소리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정치 지도자는 답을 해야 한다. 노 후보로선 지금 단일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지 않나. 반면 후보 주변에선 11월까지 힘을 모아 해보고 안 되면 우리라도 나서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분들은 노 후보를 도와주고 마지막에 단일화를 해보자고 얘기한다. 9월까지, 10월까지 하다가 요즘11월 말까지라고 말한다. 그분들에게 거꾸로 묻고 싶다. 그렇게 해서 정말 단일화가 될 것이라고 그분들이 얼마나 생각하는지, 솔직히 궁금하다. 또 승리하지 못하는 단일화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지난해 5월 민주당 워크숍에서 쇄신파 의원들을 비판하며 쇄신도 중요하지만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의 처신은 그때와 일관성이 없지 않나. 그렇게 지적한다면 거기에 대해 일일이 변명할 생각이 없다. 그에 대해 구구하게 다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지금 선택한 길에 최선을 다하고 역사적으로 평가받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하겠다. 8월8일 재보선 패배 이후 후보 본인이 재경선을 천명하고, 민주당의 최고기구인 당무회의가 통합신당 창당추진을 결의했다. 그날 이미 민주당의 정치적 해체는 시작됐다. 문제는 정치적 해체가 시작됐고, 스스로 그것을 선언했음에도 후보도, 지도부도 그에 걸맞은 기득권 포기를 하지 않은 점이다. 상황이 꼬일 대로 꼬였다. 실타래가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졌을 때 푸는 방법은, 알렉산더가 말한대로, 끊는 길밖에 없다. 그래서 실타래를 끊은 것이다. 개인적인 위기심의 발로는 아냐
정동영·천정배·신기남 의원 등 노 후보 주변의 인물들이 민주당 쇄신운동 당시 편을 달리했던 사람들이어서 신뢰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그런 것은 전혀 상관없다. 오히려 그 중의 어떤 분들은 정말로 ‘단일화를 하기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60일 뒤면 평가가 날 텐데,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인가.
이기든지 지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내가 이런 일을 했을 때 득이 뭐가 있겠나. 그래도 앉아서 죽느니보다 서서 싸우다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욕 얼마나 많이 먹겠나. 앞으로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누가 그렇게 하고 싶겠나. 결과가 안 좋았을 때 책임을 져야 한다. 그에 따른 모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될 것이다. 그런 각오를 하고 했다. 별것은 아니지만 나는 작은 기득권을 하나 던졌다고 생각한다. 욕을 안 먹어도 되는데 나는 욕을 자청했으니 기득권을 버린 셈이다.
결과가 안 좋았을 때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내가 알아서 진다. 그런데 나같이 별 볼일 없는 소장 정치인이 정치적인 책임까지 고민하면서 이런 상황까지 오기 전에 더 책임 있는 분들이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렸어야 한다.
서울시장 떨어지고 나서 지구당도 없고, 현역 국회의원도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 노 후보가 지면 정치적 재기의 길이 막힐 것이라는 위기심의 발로 아닌가.
하하하. 글쎄요. 노 후보가 졌을 때 정치적 재기의 길이 막히는 것은 내가 아니라고 본다. 굳이 누구라고 얘기하지는 않겠다. 외람되지만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지역구를 하나 맡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 당선되는 조건이 상대적으로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니다. 여당을 하든 야당을 하든 마찬가지다. 그러나 민주당에 남은 세력은 이번 대선에서 지면 엄청난 위축을 겪을 것이라고 본다.
본인이 현재 금배지를 달고 있거나 서울시장이 됐을 경우에도 이런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내가 서울시장이 됐다면 우리가 지방선거에서 이긴 것이고 정세는 이렇게 어려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가정법은 의미가 없다. 거꾸로 지금 내가 국회의원이 아닌 야인으로서 더 많은 사람들을 홀가분하게 만나면서 시걋놓치지 않고 이렇게 결심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마나 다행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한다.
민주당이 이렇게 어려워진 책임이 서울시장에서 패배한 본인에게 없다고 할 수 없는데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정치적인 배신행위 아닌가.
모든 비난을 달게 받겠다. 굳이 말하자면 난 서울시장 선거 때 당시 민주당 지지도보다 8%를 더 얻었다. 그리고 졌다.
동료들 놀래켜서 사과했다
결과적으로 재보선 직후 후보단일화를 제기한 반노파들과 무슨 차이점이 있나.
재보선 직후에 난 노 후보 사퇴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 점이 다릿
정몽준 의원의 국가 지도자적 리더십을 인정하나.
정 의원은 3김과는 다른 의미의 리더십을 지니고 있다. 다른 의미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싸움하는 것 싫고, 정쟁 싫고, 소모적인 것이 싫다. 3김시대의 오정쟁과 지역주의와는 다른 것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재벌 출신 후보라는 점에 대해 보통사람들은 ‘돈은 안 먹겠지’라고 생각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돼버렸다.
결과적으로 반창연대는 영남 고립구도를 만드는 것 아닌가. 결국 이번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현재의 지역대결구도를 연장시켜, 민주당 세력이 5년 더 집권한다는 것 이외에 무슨 정치적 발전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어떤 선거든지 상대 후보에 반대해서 승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 이외에 반영남은 전혀 아니다. 정 의원의 처지에서 반영남일 필요가 있나 그럴 이유가 없다. 그런 위험이 적고, 적게 만들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민주당이 재집권하기 위해서 아닌가.
그렇지 않다. 김근태 의원 등 민주당의 뿌리를 잇고 있는 민주정통, 개혁세력들이 국민통합적인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키는 데 참여하면 나쁜 것인가 그것이 계승과 보존이다.
민주당의 적통을 내용적으로 계승한다고 하는데,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 아닌가. 재벌 2세인 정 의원을 통해 그것이 가능하리라고 보나.
신당은 나중에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민주당의 뿌리와 다른 세력이 결합해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질서 속에서 이 뿌리들이 다른 여러 뿌리와 함께 가지만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3김시대 이후의 새로운 정치질서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고 새롭게 꽃피우는 것이다. 한 시대가 변한 것이다. 이번 대선은 지금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혁명적 정치변화의 서곡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민주당 쇄신 특대위 갱渶關경선의 규칙을 만드는 데 역할을 했는데, 지금 규칙을 위반하는 데 앞장선 것 아닌가.
그에 대해선 비난을 감수하겠다.
도덕적 정당성의 하자에 대해선 인정하는 것인가.
그에 대해선 별로 변명하고 싶지 않다. 도덕적 하자가 있고 없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냥 그렇게 됐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후보가 경선을 다시 하자고 했다. 그에 대한 평가는 달게 받겠다. 내가 잘했다 못했다 얘기해서 뭐하겠나.
큰 길에서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386 동료 6명이 바로 절연성명을 냈다. 짧은 시일 안에 치유될 수 있을까.
어제(10월17일) 통화가 안 된 1명을 빼고는 다 통화했다. 큰 뜻이 다않으므로 지혜롭게 생각하고 길게 보고 비판하자고 했다. 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그렇게 확신한다면 성명에서 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사과를 표시했나.
그래도 사과해야죠. 어쨌든 놀라게 했는데. (웃음)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했나. 개인적으론 재충전하고 복잡한 판에서 좀 떨어져 있고 싶었다. 10월15일 우연히 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이철 전 의원을 만났다. 결심해달라고 하더라. 집중적으로 고민을 했고 사고를 치게 됐다. 다음날 혼자 북한산에 다녀온 뒤 밤에 성명을 썼다. 아내에게 결심을 털어놨더니 첫마디가 ‘전화코드를 빼놔야겠다’는 말이었다. 노무현 후보에게 격려금이 쇄도한다는데…. 역풍이 불려면 차라리 더 세게 불었으면 좋겠다. 나야 욕먹으면 그만이다. 왜 이런 선택을 했나. 솔직히 후보단일화에 대해선 상당한 공감대가 있다. 그 길이 열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들 자기가 하기는 싫어한다. 의원 2명의 한나라당 입당을 보고 이러다아무것도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내가 아니었기를 바랐다. 그런 논리로 하더라도 노 후보를 위해 좀더 노력하는 게 필요하지 않았나. 노 후보쪽에선 김민석이 그동안 한 게 뭐가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노 후보쪽이) 논의 자체가 있을 수 없고, 불필요한 일이라고 원칙적인 선을 긋고 있어서 틈이나 여지가 없었다.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와 정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60% 정도의 숫자는 단일화가 좋고 단일화하면 이긴다고 생각하는 생생한 목소리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정치 지도자는 답을 해야 한다. 노 후보로선 지금 단일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지 않나. 반면 후보 주변에선 11월까지 힘을 모아 해보고 안 되면 우리라도 나서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분들은 노 후보를 도와주고 마지막에 단일화를 해보자고 얘기한다. 9월까지, 10월까지 하다가 요즘11월 말까지라고 말한다. 그분들에게 거꾸로 묻고 싶다. 그렇게 해서 정말 단일화가 될 것이라고 그분들이 얼마나 생각하는지, 솔직히 궁금하다. 또 승리하지 못하는 단일화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지난해 5월 민주당 워크숍에서 쇄신파 의원들을 비판하며 쇄신도 중요하지만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의 처신은 그때와 일관성이 없지 않나. 그렇게 지적한다면 거기에 대해 일일이 변명할 생각이 없다. 그에 대해 구구하게 다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지금 선택한 길에 최선을 다하고 역사적으로 평가받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하겠다. 8월8일 재보선 패배 이후 후보 본인이 재경선을 천명하고, 민주당의 최고기구인 당무회의가 통합신당 창당추진을 결의했다. 그날 이미 민주당의 정치적 해체는 시작됐다. 문제는 정치적 해체가 시작됐고, 스스로 그것을 선언했음에도 후보도, 지도부도 그에 걸맞은 기득권 포기를 하지 않은 점이다. 상황이 꼬일 대로 꼬였다. 실타래가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졌을 때 푸는 방법은, 알렉산더가 말한대로, 끊는 길밖에 없다. 그래서 실타래를 끊은 것이다. 개인적인 위기심의 발로는 아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