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노무현·정몽준 후보 진영에서 대권을 향해 뛰는 사람들 집중분석
이회창·노무현·정몽준 세 유력 대권주자의 면모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이회창호의 출범을 알렸고,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9월30일 반노·비노세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선거대책위원회의 닻을 올렸다. 정몽준 의원도 같은 날 신당 창당추진위원회 개소식을 열며 그동안 다져온 대선조직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두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이기는 쪽의 사람들은 차기 정권의 주역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후보를 둘러싼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회창의 사람들
북적북적, 참모 경쟁도 치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겐 책사들이 넘쳐난다. 삼고초려는커녕 제발 일 좀 하게 해달라는 청탁에 애를 먹을 정도다. 때문에 참모들끼리의 보이지 않는 경쟁도 치열하다.
이 후보의 일정을 관리하는 권철현 비서실장이 이 후보와 가장 얼굴을 자주 대면하는 위치다. 권 실장은 중대사안이라도 급하면 먼저 처리할 정도의 권한을 행사한다. 신임이 그만큼 두텁다는 얘기다. 당 주변에선 “DJ에게 박지원이 있다면 이 후보에겐 권철현이 있다”는 말이 나돈다. 두 사람 모두 대변인 출신이고, 밤늦도록 기자들과 폭탄주를 마신 뒤에도 이튿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출근하는 부지런함 때문이다. 각 분야별로 조언하는 17명의 상근특보들도 이 후보와 수시로 독대한다. 11명에서 최근 수를 큰 폭으로 늘렸다. 정무분야에선 국정원 2차장 출신인 이병기 정치특보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금종래 정무특보가 눈에 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이종구 특보, 한국방송 창원총국장 출신인 양휘부 특보, JP의 연설문 작성을 도맡은 송업교 전 의원 등이 공보특보로 활약하고 있다. 홍보특보인 심준형 (주)사람과이미지 대표는 후보의 이미지 조정을, 김정훈 법무특보는 병풍대책을 맡고 있다.
정형근·이재오·김문수 대북지원 의혹 추적
중앙선대위 발족(9월12일) 이후엔 특보들보다는 현역 ‘금배지’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일단 상근특보들의 역할은 조금 뒤로 밀리는 양상이다. 기획단(단장 신경식 의원)에는 정형근·이재오·김문수·김무성·안택수·이한구·김영춘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김무성 의원은 후보 비서실장 재직시절 ‘대통령 유고 가능성’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밀려났으나, 이 후보의 여전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체 기획팀을 운영하며 후보에게 보고서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형근·이재오·김문수 의원은 정부의 대북지원 의혹을 캐는 팀(일명 나바론팀)의 구성원이다. 정 의원이 정보를 수집하면, 김 의원이 전략을 짜고, 이 의원은 돌격을 담당한다. 정 의원은 이와 별개의 전략기획팀도 운영한다. 국정원 2차장 출신인 이병기 정치특보와 금종래 정무특보 등이 거의 아침마다 대선기획단 사무실에서 얼굴을 맞대고 호흡을 맞춘다.
한나라당 소식통들에게 이 후보가 가장 신임하는 책사가 누구냐고 물으면 예외 없이 지목하는 인사가 윤여준 의원이다. 윤 의원의 선대위 공식직책은 11명의 미디어대책위원 가운데 1명일 뿐이다. 97년 대선과 98년 총재 경선 등에서 줄곧 이 후보의 선거기획과 전략을 전담한 그에겐 ‘1번 참모’니 ‘정치적 분신’이니 하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2000년 총선 때 민정계 물갈이를 주도했다가 지난 2월 기획위원장으로 재기한 그는 두달 남짓 만에 민정계 의원들의 집중 견제를 받아 또다시 당직을 떠났다. 당직은 없지만 지금도 그에겐 특별한 임무가 맡겨진다. 이 후보가 지난 9월 자신의 대북정책을 ‘평화정책’으로 명명하고 ‘획기적 지원’, ‘경제협력’, ‘상호공존’ 등을 부쩍 강조한 것도 윤 의원의 작품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 주도로 이병기 특보,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이 따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 후보의 대북정책을 전향적으로 돌리도록 주문했다는 것이다.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은 금배지를 달지는 않았지만 어느 현역 책사들보다 자주 이 후보를 독대하며 정책을 조언한다. 정책에 관한 한 유 소장의 행동반경이 가장 넓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이 후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구축도 그의 몫이다.
부국증권빌딩에 사무실이 있어 일명 ‘부국팀’으로 불리는 이 후보 개인 후원회는 대선운동 전반에 관한 모니터링을 담당한다. 공직시절 인연을 맺은 전직 장·차관들이 줄줄이 몰려들어 규모가 방대한 공룡기구로 비대해졌다.
과잉충성의 부작용도
이 후보는 어떤 일에 대해 명시적인 목표를 세워 특정 참모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스타일이 아니다. 여러 라인의 참모들과 다양하게 접촉하며 어떤 일을 해보겠다고 제안하면 그저 “잘 한 번 해보슈”라고 했다가 성과가 나면 받아들이는 식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용인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것과도 비교된다.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참모들의 무리수도 나온다. 자민련과 연대를 둘러싼 당내 혼선도 이 후보의 마음을 잡기 위한 일부 참모들의 과잉충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자민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일부에서는 곧 해체될 것이니 그대로 두자는 주장과 일부 의원만 영입하자는 선별영입론, JP연대론 등이 있었는데, JP연대를 주장하는 쪽에서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당내 개혁파를 중심으로 JP연대론에 대한 역풍이 불자 “내 생각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현대상선 4천억원 대북지원설도 참모라인의 엇박자를 드러낸 사례다. 원래 특보그룹 등 대선기획단쪽에선 현대만을 공격목표로 정하고 외곽에서 차근차근 조여나가는 전략을 짰다고 한다.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대북지원설을 제기하기보다 현대를 표적으로 공격하다가 공격의 범위를 넓히는 작전을 짠 것이었다. 그러나 서청원 대표 등 당의 공식라인은 처음부터 현대와 현정권, 정몽준 의원을 한꺼번에 공격해버렸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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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나라당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 이회창 후보에겐 책사들이 넘쳐난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