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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전직 의원·친분인사들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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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0-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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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의 사람들

오리무중이던 ‘정몽준의 사람들’이 속속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9월30일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 당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신당(가칭) 창당추진위원회’ 개소식에서 면면을 엿볼 수 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각계 인사는 300여명. 한때 금배지를 단 전직 의원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다.

강신옥·이철·박진원 실세 3인방

사진/ 9월30일 열린 국민통합신당 창당추진위원회 개소식에는 각계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정 의원 진영에선 이른바 ‘실세 3인방’이 최고의 참모로 통한다. 강신옥·이철 전 의원과 박진원 변호사를 일컫는 말이다. 그 가운데서도 개소식 때 정 의원을 대신해 인사말을 한 강신옥 창당준비기획단장이 가장 도드라진다. 강 변호사는 유신정권 시절 민청학련 변호를 맡았다가 투옥되는 등 한때 이름난 인권변호사였다. 정 의원과는 13대 때 통일민주당으로 금배지를 단 이후 러시아를 함께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친분을 맺었다. 정 의원 진영에선 정 의원으로부터 가장 큰 신뢰를 받는 ‘실세 중의 실세’로 통한다. 그는 자민련이나 민국당과 당 차원에서 통합하는 데 강력히 반대한다. 정 의원이 9월8일 JP와 만난 데 대해서도 쓴소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개혁을 표방하는 정 의원이 옛 정치인들과 연계되면 ‘정풍’도 한순간에 사그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세불리기에 나서기보다는 세력이 부족하더라도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하며 지지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점에서 민국당과의 통합을 언급한 민국당 출신 윤원중 전 의원을 낙마시킨 것도 그로 지목된다. 하지만 그에게는 박근혜 의원과의 악연이 아킬레스건이다. 10·26 직후 변호를 맡은 김재규씨의 명예회복을 주장하며 박 의원과 생긴 앙금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탓이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철 전 의원은 합류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민하다가 강 변호사의 간곡한 설득을 받고 참여했다. 강 변호사와는 민청학련 사건 때 변호인과 피고인의 관계로 맺은 인연이 끈끈하다. ‘돌아온 사형수’임을 내세워 1985년 2·12 총선 돌풍의 주역으로 국회에 입성한 이 전 의원은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통합민주당을 같이한 각별한 인연이 있다. 정치적 성향이 노 후보와 더 맞을 것 같은 그에게 합류 이유를 물으면 그는 “지금의 보스정치와 지역구도의 틀을 깰 적임자는 정 의원밖에 없다”는 말로 짧게 대꾸한다.

정계에 노출된 적이 없는 박진원 변호사가 전격적으로 대선기획단장에 임명된 부분도 눈길을 끈다. 그는 78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유학시절 정 의원과 처음 만난 이래 4살 아래인 정 의원과 지금까지 친형제처럼 막역한 사이로 지내왔다. 미국과 한국에서 변호사를 하던 그는 99년 현대중공업이 처음 사외이사를 도입할 때 정 의원이 영입해 회사 경영과 감시에 ‘전권’을 휘두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후문이다. 정 의원의 대선출마를 돕기 위해 세종법무법인을 휴직했다. 강 변호사와 박 변호사는 현대중공업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다 최근 사퇴했다.

최열 사무총장과도 각별

지난 10월1일부터 새 당사에서 열리는 ‘일일전략회의’에는 정 의원을 포함해 약 15명 안팎의 참모들이 참석하지만 전체적인 회의 분위기는 거의 이들 3인방이 주도한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은 신당의 성격과 외부인사 영입의 방향을 설정하고 당일 정 의원의 대외발언 수위 조절까지 ‘코치’한다. 이들은 당이 창당돼 본격적으로 외부인사를 영입하게 되면 현역 의원들에게 자리를 내줄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도 이들이 특보 등의 이름을 달고 정 의원 곁에 ‘책사’로 남아 정 의원의 행보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언론창구를 맡은 정광철 공보특보는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출신이다. 92년 국민당을 출입하며 정 의원과 인연을 맺었다. 정 의원의 수행을 맡고 있는 홍윤오씨도 최근까지 한국일보 정치부에서 일했다. 10년 넘게 정 의원을 보좌해온 이달희 보좌관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캠프 전반을 총괄한다. 최욱철·정상용·정호선 전 의원 등도 눈에 띈다. 이인제 민주당 의원의 참모로 활약한 박범진 전 의원도 기획분야를 돕고 있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도 몇해 전부터 꾸준히 정 의원과 대화를 나눠온 사이다. 올해 초엔 정 의원과 최씨가 함께하는 벤처신당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최씨는 정 의원의 민주당 합류설이 나올 때도 “곧 신당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일찍부터 신당창당을 점친 바 있다.

하동 정씨 문중 인사들을 포함한 정씨 종친회 인사들도 든든한 지원세력이다. 대구·경북 출신인 정호용 전 의원은 정씨 종친회 중앙회 총재직을 맡아 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달희 보좌관은 “정 의원 주변엔 깜짝 놀랄 만한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그만큼 그의 교류 폭이 넓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의원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얼마나 신당에 합류할지는 미지수다.

최익림 기자/한겨레 정치부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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