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에 배치되는 한이 있어도 양심에 따라 발언하는 민주당 ‘입바른 소리 2인방’
민주당 ‘입바른 소리 2인방’이 요즘 국회에서 쏟아내는 말에 거침이 없다. 조순형·함승희 의원. 두 사람 모두 법사위 소속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서까지 시비를 거는 이들의 소신발언에 청와대도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25일 국회 법사위의 법무부 정책질의. 함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정면으로 치받았다. “김 법무부 장관을 재기용한 것은 ‘국민 정서를 무시한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이다”라는 비판이었다. 검찰 대선배인 김정길 법무부 장관의 면전에서였다.
대통령 인사에도 문제제기
함 의원이 지적한 김 장관 재기용의 문제점은 두 가지였다. 먼저 김 장관 재임기간(99년 6월∼2001년 5월)에 검찰 고위 간부들이 업무와 관련해 줄줄이 사법처리된 점이다. 이 기간 신승남·김대웅·임휘윤 등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들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장관이 인사를 잘못한 책임도 있고, 지휘감독 책임도 있으니 이 정도라면 장관직에 있더라도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김 장관 재임 중 진승현·이용호·정현준 등 이른바 ‘3대 게이트 의혹’이 일어났는데, 이를 인지수사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요, 사건이 드러난 뒤에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특검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했으니 법무부 장관이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려고 해도 김 장관 스스로 고사하는 게 마땅했다는 게 함 의원의 지적이었다. 개각이 단행된 것은 지난 7월11일. 당시 함 의원은 체코를 방문 중이었다. 체코에서 팩시밀리로 받아본 국내 신문을 통해 개각소식을 접한 함 의원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법무장관 재기용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국내에 있었으면 당장 비난성명이라도 냈을 겁니다.” 함 의원은 “조각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무제한적인 권한이 아니라 국민 정서에 맞고 일반인이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며 김 장관 재기용은 통상적인 인사권 행사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선 인사를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뒤늦게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인기용’ 아니냐는 수군거림도 나왔다. 함 의원은 “남은 6개월 동안이라도 김 장관이 우물우물 자리나 지킬 생각 말고 제기된 모든 권력형 비리에 대해 가차없이 수사의 칼을 들이대달라는 주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건 국정원장과 임동원 특보가 대통령 아들에게 준 돈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합니다. 왜 못 합니까. 물론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들의 병역비리 은폐 의혹과 세풍비리 등에 대해서도 성역없이 수사해야지요. 길거리 우산도 임자가 나타나면 돌려주는데, 국민 혈세인 안기부 돈을 빼내 횡령한 국회의원은 게워내게 해야 합니다.” 함 의원은 국회 법사위 소위원회실에서 열린 인터뷰 도중 울분을 참지 못하는 듯 여러 차례 탁자를 내리치며 핏대를 올렸다. 검사시절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등 특수수사통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당시 평민당 김대중 총재가 서경원씨 방북사건에 연루돼 조사받을 때 공안부로 차출돼 이길재 전 의원을 조사한 ‘악연’도 있다. 함 의원은 이 점을 떠올리며 검찰에도 뼈있는 말을 던졌다. “검찰이 야당총재든 누구든 성역 없이 제대로 수사하면 나중에 후배들한테 존경받고 좋은 평가도 받지만 정치검찰로 변신해 여당눈치 보고, 야당눈치 보면서 검찰의 직무를 포기하면 뒤가 안 좋더라”는 것이다. “함승희 의원만 보면 무섭다”
당내에선 ‘서운하긴 하지만 말인즉 옳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일부에선 대통령의 힘이 다 빠진 상황에서 공격하는 것은 민망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함 의원은 “대통령의 힘이 셀 때도 대통령의 인사를 비판했다”고 반박했다. 지난 2000년 6월26일 헌정 사상 첫 인사청문회의 도마에 오른 사람은 이한동 국무총리 서리였다. 함 의원은 “5공정권에서 요직을 거친 행적을 볼 때 민주화에 대해 고뇌한 흔적이 없는 것 같은데 국민의 정부에서 총리로 적합하다고 보느냐. 변절을 거듭한 전력이 부끄럽지 않느냐”고 몰아세웠다. 뒤에 이한동 총리는 “함승희 의원만 보면 무섭다”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이어 7월11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함 의원이 본회의장 발언대에 올랐다. “인사는 국가경영의 기본입니다. …. 그런데 5·6공에 이어 YS정권까지 두루 요직을 거치면서 기회주의와 보신주의에 이골이 난 인물들이 아직도 국민의 정부 요직에 상당수 기용된 사실에 저는 실망감에 더하여 개탄스럽기까지 합니다.” 2001년 국회 법사위의 서울 지검과 고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함 의원은 검찰간부들을 앉혀놓고 ‘검찰의 권력시녀화’를 질타했다. 당시 그는 여당인 민주당의 법사위 간사였다.
국회 의원회관 조순형 의원실은 정치권의 각종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정치부 기자들이 단골집처럼 자주 찾는 곳이다. 그의 말을 기사에 인용하기 위해서다. 그에게선 언제나 기대하는 ‘모범답안’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의 입에서 성역은 없다. 옛날 임금 앞에서 직언하는 꼬장꼬장한 선비의 풍모가 이랬을까 하는 느낌이다.
국회의장 도전에 실패한 뒤에도 그의 입바른 소리는 여전하다. 지난 7월25일 국회 법사위 정책질의에서 그는 DJ의 인척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을 비판했다. ‘국민의 건전한 법감정과 상식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앞서 7월24일 그는 이종남 감사원장에게 전보를 쳤다. 한·중 마늘협상 파문에 대해 특별감찰과 특별감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책임자 문책도 요구했다. 국회 법사위 일정에 감사원에 대한 질의가 잡혀있지 않아서였다. 이 때문인지 감사원은 10월께 실시하려던 일정을 앞당겨 8월부터 마늘협상 파문에 대한 특별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내에선 조 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다. “혼자 잘난 척한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송영진 의원은 대놓고 욕설을 퍼붓지 않았는가. 국회도서관 5층 의원 전용 도서실에서 만난 조 의원은 “그런 시각이 있느냐”고 정색한 뒤 “그렇다면 바로잡아야겠다”고 길게 설명했다.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당론을 따르고 실천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헌법 46조2항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돼 있다. 당론과 국익이 배치된다고 생각할 땐 문제가 다르다. 판단의 기준은 오로지 양심이다.” 당론에 배치하더라도 국익에 부합한다면 딴소리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헌법에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는 직책은 국회의원과 법관뿐이다. 그만큼 국회의원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한다는 얘기다. 조 의원은 지난 2월 개정된 국회법 114조2항의 자유투표조항(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도 강조했다.
조순형 의원실은 기자들의 단골집?
그는 당론을 결정하는 절차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특검제는 민주당의 대통령 공약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언제 바뀌었습니까. 의총을 열어 논의한 적이 없는데 대통령이 반대한 뒤엔 당론처럼 돼버렸습니다.” 그는 “사정이 이런데도 아무 소리 하지 않고 무조건 당론을 따라가는 것이 옳고, 딴소리를 내는 것은 인기영합주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국회의장 선출과정에서 자유투표가 무산된 데 대해 못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 자신 국회의장에 뜻이 있었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좋은 제도를 만들어놓고 이를 실천할 기회가 왔는데도 침묵을 지키고 수수방관한 것은 이해가 안 됩니다. 국회의원들이 소신에 따라 국회법을 고쳤으면 이를 실천할 책무도 있는 것 아닙니까.” 자유투표를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은 개혁파를 자처하는 여야 의원 79명의 발의로 통과됐으나 국회의장 선출과정에서 이를 소리 높여 주장한 의원은 한명도 없었다.
“이미 좋은 제도는 많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젠 행동하고 실천하고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조 의원은 ‘정치인의 최고의 덕목은 용기’라는 J. F. 케네디의 말을 인용하며 말을 맺었다.
옳은 소리 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옳은 소리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해관계와 대립할 때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는 ‘왕따’를 감수해야 한다. 입바른 소리 2인방은 조직에서 따돌림을 감수한 대가로 국민의 박수를 받고 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함 의원이 지적한 김 장관 재기용의 문제점은 두 가지였다. 먼저 김 장관 재임기간(99년 6월∼2001년 5월)에 검찰 고위 간부들이 업무와 관련해 줄줄이 사법처리된 점이다. 이 기간 신승남·김대웅·임휘윤 등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들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장관이 인사를 잘못한 책임도 있고, 지휘감독 책임도 있으니 이 정도라면 장관직에 있더라도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김 장관 재임 중 진승현·이용호·정현준 등 이른바 ‘3대 게이트 의혹’이 일어났는데, 이를 인지수사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요, 사건이 드러난 뒤에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특검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했으니 법무부 장관이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려고 해도 김 장관 스스로 고사하는 게 마땅했다는 게 함 의원의 지적이었다. 개각이 단행된 것은 지난 7월11일. 당시 함 의원은 체코를 방문 중이었다. 체코에서 팩시밀리로 받아본 국내 신문을 통해 개각소식을 접한 함 의원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법무장관 재기용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국내에 있었으면 당장 비난성명이라도 냈을 겁니다.” 함 의원은 “조각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무제한적인 권한이 아니라 국민 정서에 맞고 일반인이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며 김 장관 재기용은 통상적인 인사권 행사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선 인사를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뒤늦게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인기용’ 아니냐는 수군거림도 나왔다. 함 의원은 “남은 6개월 동안이라도 김 장관이 우물우물 자리나 지킬 생각 말고 제기된 모든 권력형 비리에 대해 가차없이 수사의 칼을 들이대달라는 주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건 국정원장과 임동원 특보가 대통령 아들에게 준 돈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합니다. 왜 못 합니까. 물론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들의 병역비리 은폐 의혹과 세풍비리 등에 대해서도 성역없이 수사해야지요. 길거리 우산도 임자가 나타나면 돌려주는데, 국민 혈세인 안기부 돈을 빼내 횡령한 국회의원은 게워내게 해야 합니다.” 함 의원은 국회 법사위 소위원회실에서 열린 인터뷰 도중 울분을 참지 못하는 듯 여러 차례 탁자를 내리치며 핏대를 올렸다. 검사시절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등 특수수사통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당시 평민당 김대중 총재가 서경원씨 방북사건에 연루돼 조사받을 때 공안부로 차출돼 이길재 전 의원을 조사한 ‘악연’도 있다. 함 의원은 이 점을 떠올리며 검찰에도 뼈있는 말을 던졌다. “검찰이 야당총재든 누구든 성역 없이 제대로 수사하면 나중에 후배들한테 존경받고 좋은 평가도 받지만 정치검찰로 변신해 여당눈치 보고, 야당눈치 보면서 검찰의 직무를 포기하면 뒤가 안 좋더라”는 것이다. “함승희 의원만 보면 무섭다”

사진/ 함승희 의원은 국회 법사위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김정기 법무부 장관 재기용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검찰 대선배인 김정길 법무부 장관의 면전에서였다. (이용호 기자)

사진/ "판단의 기준은 오로지 양심"이라고 주장하는 조순형 의원. 그는 DJ의 인척인 이형택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을 비판했다. (이용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