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양심에 따라 활동할 수 있도록 정당 중심의 국회에서 국회 중심의 정당으로
한국축구는 월드컵 4강에 올랐지만 한국정치는 여전히 3류로 평가받는다. 정치가 세계수준에 오르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치권에서 실험 중인 제도개혁 이외에도 해결할 과제가 많다는 얘기다.
거수기 노릇은 이제 그만
먼저 국회와 국회의원들을 소속 정당의 간섭과 지배에서 자유롭게 해방시켜야만 한다. ‘정당 중심의 국회’가 아니라 ‘국회 중심의 정당’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기획실 박상병 박사(정치학)는 “개별 헌법기관인 273명 의원 각자가 입법 과정에서 소속정당 지시나 당론이 아니라 양심과 소신에 따라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과제가 실현되지 못하면 최근 실험되는 다양한 정치개혁 시도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대한 정당구조 속에서 개별 의원들의 힘은 작고 초라하다. 소속 정당 보스나 몇몇 실세 정치인의 지시에 따라 거수기 노릇을 강요받아 왔다. 지난 2월 국회법에 ‘의원은 소속정당의 의사에 귀속됨이 없이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자유투표 조항이 신설됐다. 그러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선언적 조항만으로 자유투표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한 개혁성향 의원은 “이 규정만 믿고 당론을 거부하면 왕따나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9년 당시 당론을 거부한 채 국군의 동티모르 파병안에 찬성했던 이미경 의원은 소속정당인 한나라당에서 쫓겨났다. 여야 개혁성향 의원들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당론에 반대되는 투표행위에 대한 보복 금지’를 국회법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내총무가 의원들의 상임위를 마음대로 바꾸는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 김홍신 의원(한나라당)은 “원내총무가 일방적으로 의원의 상임위를 교체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의원들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표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원내총무가 국회의장에게 상임위원의 사임, 보임을 요청할 때는 반드시 해당 의원의 동의서를 첨부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의 재정통합 시기를 늦추는 법안에 찬성하라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지시를 거부했다. 결국 보건복지위에서 강제 방출됐다. 그는 상임위 복귀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였고, 지난 1월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까지 제기했다. 장기적으로 미국처럼 정당구조를 원내 중심 체제로 재편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미국의 민주당이나 공화당은 평상시 전국위원회라는 최소 중앙당 조직만 남겨둔 채 국회 중심으로 정당을 완전히 재편한다. 의원총회에서 직접 선출된 원내총무가 원구성, 상임위 배분, 법안 의결 등 당 운영을 총괄한다. 첨예한 논란거리는 의결기구인 의원총회에서 표결로 결정한다. 소속 정당 대통령과 연결고리도 약하다. 그러나 선거 때면 하부 정당 조직을 복원하고 유권자들과 적극 결합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의원들은 청와대나 정당 총재, 계파 보스의 부당한 지시에서 해방될 수 있다. 우리 정당의 원내총무들은 지도부의 정치적 이해를 국회에 관철하는 협상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세부 협상내용까지도 청와대나 당 지도부 승인을 받아왔다. 지도부가 반대해 총무협상 결과가 뒤집히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시민단체 “정치자금 실명제를”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국회법·정당법 개정과 함께 정치자금의 투명성 제고를 주요 정치개혁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정치 선진화의 핵심은 정치자금의 조달과 사용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라며 정치자금 실명제를 강조했다. △10만원 이상 정치자금 기부 및 출금 때 수표사용 의무화 △선관위에 등록된 계좌를 통한 입출금 및 카드 사용 의무화 △법인이 선거자금을 기부할 때 이사회 결의를 거치는 것 등이 핵심 내용이다. 과제는 많다. 하지만 각 정당과 정치세력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사진/ 헌법기관인 의원 각자가 입법 과정에서 소속정당 지시나 당론이 아니라 양심과 소신에 따라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용호 기자)
원내총무가 의원들의 상임위를 마음대로 바꾸는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 김홍신 의원(한나라당)은 “원내총무가 일방적으로 의원의 상임위를 교체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의원들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표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원내총무가 국회의장에게 상임위원의 사임, 보임을 요청할 때는 반드시 해당 의원의 동의서를 첨부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의 재정통합 시기를 늦추는 법안에 찬성하라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지시를 거부했다. 결국 보건복지위에서 강제 방출됐다. 그는 상임위 복귀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였고, 지난 1월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까지 제기했다. 장기적으로 미국처럼 정당구조를 원내 중심 체제로 재편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미국의 민주당이나 공화당은 평상시 전국위원회라는 최소 중앙당 조직만 남겨둔 채 국회 중심으로 정당을 완전히 재편한다. 의원총회에서 직접 선출된 원내총무가 원구성, 상임위 배분, 법안 의결 등 당 운영을 총괄한다. 첨예한 논란거리는 의결기구인 의원총회에서 표결로 결정한다. 소속 정당 대통령과 연결고리도 약하다. 그러나 선거 때면 하부 정당 조직을 복원하고 유권자들과 적극 결합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의원들은 청와대나 정당 총재, 계파 보스의 부당한 지시에서 해방될 수 있다. 우리 정당의 원내총무들은 지도부의 정치적 이해를 국회에 관철하는 협상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세부 협상내용까지도 청와대나 당 지도부 승인을 받아왔다. 지도부가 반대해 총무협상 결과가 뒤집히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시민단체 “정치자금 실명제를”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국회법·정당법 개정과 함께 정치자금의 투명성 제고를 주요 정치개혁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정치 선진화의 핵심은 정치자금의 조달과 사용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라며 정치자금 실명제를 강조했다. △10만원 이상 정치자금 기부 및 출금 때 수표사용 의무화 △선관위에 등록된 계좌를 통한 입출금 및 카드 사용 의무화 △법인이 선거자금을 기부할 때 이사회 결의를 거치는 것 등이 핵심 내용이다. 과제는 많다. 하지만 각 정당과 정치세력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