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변화 시도하는 ‘노무현 플랜’… 현장 정책투어에 부패청산 내세워 위기 돌파
“잃어버린 ‘노무현 코드’를 찾아라.”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대선 밑그림, 이른바 ‘노무현 플랜’에 시동이 걸렸다.
노무현 플랜이 공식화한 것은 6월19일 기자간담회에서였다. “이제 한 사람의 정치인 이전에 지도자로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한달 반 동안 지도자로서의 새로운 위치에서 국민에게 분명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내놓지 못한 게 사실이다.” 노 후보는 이렇게 반성한 뒤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를 스스로 ‘노무현 플랜’이라고 지칭했다. 그리곤 “대선에 대비해 지금부터 노무현 플랜을 확실하게 가동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지율 바닥, 해법은 ‘노무현다움’
노무현 플랜은 일견 과거 1992년 대선을 앞두고 추진됐던 ‘뉴 DJ 플랜’을 떠올린다. 뉴 DJ 플랜은 반독재 투쟁과정에서 형성된 강골의 야당 지도자라는 DJ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계획이었다. 당시 DJ 쪽에서는 ‘DJ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는 뜻의 ‘알부남’이라는 용어를 유통시키기도 했다. 노무현 플랜이 단순히 노 후보 이미지 개선 차원의 홍보전략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노무현이 지향하는 정치(노무현식 정치), 국가운영의 리더십 강화 방안을 대선운동 과정에서 국민에게 선보이고 이를 평가받겠다는 생각을 포함한 훨씬 포괄적인 발상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노무현 플랜일까. 노 후보는 4월 ‘노무현 바람’이 한창일 때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보다 20% 이상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 뒤 추락을 거듭하다 최근에는 오히려 15% 남짓 뒤지는 상황이 됐다. 노무현 플랜은 이런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노 후보는 민주당의 공식 대통령 후보가 된 이후 노풍을 가능하게 한 ‘노무현다움’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본적으로는 이 노무현다움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 노무현 플랜이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점이 있다. 노 후보의 위상변화다. 애초 ‘노풍’은 단순히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기대였다. 그러나 이제 노 후보는 더 이상 그냥 한 사람의 정치인이 아니다. 민주당이라는 조직을 이끄는 정당지도자 노무현으로 바뀌었다.”(노 후보 쪽 관계자) 따라서 이제 더 이상 개인 노무현이 아닌, 정치지도자 노무현으로서 노무현다움을 구현해내는 것, 그래서 국가경영의 지도자로서의 노무현 이미지를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 이것이 노무현 플랜이라는 것이다. 노 후보는 이와 관련해 6월20일 문화방송 대담 프로그램에 참석해 “과거의 노무현과 달라야 하고 김대중 대통령과 달라야 하고 이회창 후보하고는 아주 달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치지도자로서의 노무현다움은 어떤 것일까. 어떻게 노무현식 정치를 국가경영의 틀 속에 녹여내고 관철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일까. 노무현 플랜은 과거 정치와 다른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위한 개혁 프로그램 가동과 새로운 정책적 비전과 리더십 제시, 노 후보 개인 이미지 관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비전과 리더십 내용과 관련한 노무현 프로그램의 핵심 구상은 ‘정책투어’ 개념으로 집약된다. 각 분야의 정책투어를 통해 국가경영 비전과 정책역량을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안정감 있는 국가 지도자로서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노 후보는 책상머리에 앉아 100대 과제 등을 내놓는 식의 백화점식 선거공약은 내놓지 않을 생각이다. 현장을 찾아 현장 관계자들과 직접 토론하고 거기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나가는 현장 중심의 정책개발을 통해 국가운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노 후보 비서실 관계자) 변화 욕구에 부응… 부패의 구조적 청산
이런 구상은 과거 노 후보가 파업현장을 찾아다니며 노·사간 이해당사자의 합의를 이끌어내 정책 조정자의 리더십을 보여준 이미지와도 연결된다. 노 후보의 이런 정책투어 구상엔 노 후보의 독특한 시각이 반영돼 있다. 노 후보는 이번 선거를 미디어선거·인터넷선거·정책선거로 치르겠다는 말을 해왔다. 과거 선거가 조직선거와 미디어선거 위주였던 것과 비교하면 정책선거 개념에 대한 그의 강조는 눈길을 끌 만한 것이다. 사실 노 후보의 현장 정책투어는 이미 일부 추진되기도 했다. 노 후보는 그동안 보훈병원과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한농연) 등을 찾아 관계자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아직 노 후보 쪽이 기대했던 효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가 한농연을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한농연에서는 대뜸 농업담당 부총리직 신설 등 14개의 공약사항을 내놓았다. 이 공약에 대한 노 후보의 답변을 요구하는 분위기였다. 노 후보의 제안으로 토론시간이 마련됐지만,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고, 한농연 쪽이나 노 후보와 동행한 국회의원들이나 마이크만 잡으면 서로 자기 생각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려고 해 토론의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당 관계자) 아직 노 후보의 정책투어 개념이 서로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치개혁 프로그램도 노무현 플랜의 주요한 축이다. 노무현 플랜의 핵심은 국민의 ‘변화욕구’를 담아내는 것이고, 이를 통해 노무현식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 후보가 민주정당화와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 등 정치개혁을 위해 민주당이 직접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노 후보가 최근 주창한 ‘부패청산 프로그램’도 노무현 플랜의 일부다. 물론 부패청산 프로그램은 최근 6·13 지방선거를 통해 현안으로 떠오른 부패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비교적 단기간의 과제라는 측면도 함께 지니고 있다. 노 후보는 현재 불거진 김대중 대통령 아들 문제 등 권력형 비리에 대한 조처와 앞으로 이런 문제들을 미리 방지할 제도적 대안들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 쪽이 무게를 두는 쪽은 제도적 대안들이다. 노 후보 쪽의 한 관계자는 “과거 청산은 말로 외친다고 국민이 믿어주는 게 아니다”며 “대선운동 과정에서 제도적 대안들을 공론화하고 입법화함으로써 국민에게 부패 청산에 대한 노 후보의 구체적 의지와 대안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 쪽은 정치부패의 근원을 권력정치의 시스템에서 찾고 있다. 국무위원과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총장, 국세청장 등 이른바 ‘빅4’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국회 의결만으로 특검이 설치되도록 하는 특검제의 제도화 등을 청산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으로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 후보의 스타일, 이미지에 대한 대책도 노무현 플랜의 과제에 포함된다. “노 후보는 불안하다”, “대통령감으로는 어딘지 가볍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한 대응책 모색인 셈이다. 노 후보도 6월20일 문화방송 대담 프로그램에서 “국가경영을 해나갈 대통령감이냐는 점에 대해 아직까지 국민에게 안정감 있게 증명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노 후보실의 한 관계자는 “후보경선에 나설 당시의 노 후보에 대한 국민의 잣대와 대통령 후보로서의 노 후보에 대한 잣대가 다른 것 같다. 공식 후보가 되기 전에는 참신한 문제제기만으로 환호를 보냈으나, 후보가 된 이후에는 그것과는 다른 안정감·중량감을 요구하는 등 훨씬 보수적인 이미지를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젠 안정·중량감으로 다가서련다”
노 후보 쪽은 노 후보의 바람직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여론조사 등 다양한 기초조사를 벌이고 있다. 노 후보 쪽은 노 후보의 서민 이미지 등은 적극 살려 ‘친구 같은 대통령’로 포장해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튀는’ 발언 등 불안정한 이미지를 주는 행동에 대해서는 점잖은 용어로 순화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종교계·문화계·경제계 등 사회 각 분야의 중심적 인물들과의 면담을 적극 추진해 노 후보의 중량감을 보완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실제 노 후보가 6월22일 김수환 추기경과 면담한 것은 이런 대목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노 후보의 한 측근은 “한 사람의 대중적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강경’, ‘좌경’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가. 다행히 노 후보는 이미지 형성 기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어서, 대통령감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여지가 그래도 남아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제 세상에 갓 나온 노무현 플랜, 과연 이 계획이 12월 대선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박병수 기자/ 한겨레 정치부 suh@hani.co.kr

사진/ 튀는 경선 후보에서 무게 있는 대선 후보로. 노무현 후보가 지난 6월22일 김수환 추기경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간사진 공동취재단)
노무현 플랜은 일견 과거 1992년 대선을 앞두고 추진됐던 ‘뉴 DJ 플랜’을 떠올린다. 뉴 DJ 플랜은 반독재 투쟁과정에서 형성된 강골의 야당 지도자라는 DJ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계획이었다. 당시 DJ 쪽에서는 ‘DJ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는 뜻의 ‘알부남’이라는 용어를 유통시키기도 했다. 노무현 플랜이 단순히 노 후보 이미지 개선 차원의 홍보전략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노무현이 지향하는 정치(노무현식 정치), 국가운영의 리더십 강화 방안을 대선운동 과정에서 국민에게 선보이고 이를 평가받겠다는 생각을 포함한 훨씬 포괄적인 발상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노무현 플랜일까. 노 후보는 4월 ‘노무현 바람’이 한창일 때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보다 20% 이상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 뒤 추락을 거듭하다 최근에는 오히려 15% 남짓 뒤지는 상황이 됐다. 노무현 플랜은 이런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노 후보는 민주당의 공식 대통령 후보가 된 이후 노풍을 가능하게 한 ‘노무현다움’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본적으로는 이 노무현다움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 노무현 플랜이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점이 있다. 노 후보의 위상변화다. 애초 ‘노풍’은 단순히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기대였다. 그러나 이제 노 후보는 더 이상 그냥 한 사람의 정치인이 아니다. 민주당이라는 조직을 이끄는 정당지도자 노무현으로 바뀌었다.”(노 후보 쪽 관계자) 따라서 이제 더 이상 개인 노무현이 아닌, 정치지도자 노무현으로서 노무현다움을 구현해내는 것, 그래서 국가경영의 지도자로서의 노무현 이미지를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 이것이 노무현 플랜이라는 것이다. 노 후보는 이와 관련해 6월20일 문화방송 대담 프로그램에 참석해 “과거의 노무현과 달라야 하고 김대중 대통령과 달라야 하고 이회창 후보하고는 아주 달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치지도자로서의 노무현다움은 어떤 것일까. 어떻게 노무현식 정치를 국가경영의 틀 속에 녹여내고 관철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일까. 노무현 플랜은 과거 정치와 다른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위한 개혁 프로그램 가동과 새로운 정책적 비전과 리더십 제시, 노 후보 개인 이미지 관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비전과 리더십 내용과 관련한 노무현 프로그램의 핵심 구상은 ‘정책투어’ 개념으로 집약된다. 각 분야의 정책투어를 통해 국가경영 비전과 정책역량을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안정감 있는 국가 지도자로서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노 후보는 책상머리에 앉아 100대 과제 등을 내놓는 식의 백화점식 선거공약은 내놓지 않을 생각이다. 현장을 찾아 현장 관계자들과 직접 토론하고 거기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나가는 현장 중심의 정책개발을 통해 국가운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노 후보 비서실 관계자) 변화 욕구에 부응… 부패의 구조적 청산

사진/ 노무현 플랜은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는 이미지 만들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정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