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히는 북한전문가 조엘 위트 연구원이 전하는 부시 행정부의 분위기
“미국 행정부 내에는 북한이 저절로 없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일부는 심각하게 군사력을 사용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엘 위트 전 미 국무성 대북 핵협상 담당관. 옛 소련의 핵무기 통제문제를 죽 다뤄온 그는 92년부터 한반도로 옮겨와 북한과의 핵협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 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서 협상대표, 99년 북한 금창리 지하 핵개발 의혹시설 사찰단장 등을 거쳐 부시 행정부 등장 직전까지 북한과의 핵관련 협상들을 도맡아온 손꼽히는 북한전문가다. 현재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국제문제전략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그는 북한 체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부시 행정부의 분위기를 비교적 소상히 전해주었다.
군사력 사용하자는 사람도 있다
부시 행정부의 궁극적인 대북정책 목표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미국이 북한을 다루는 데 체계적이며 잘 짜인 대북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사실 부시 행정부 내부적으로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궁극적으로 미 행정부에서는 북한이 저절로 없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다.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았는데, 마치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났더니 북한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는 심각하게 군사력을 사용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매우 일부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사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피그미’로 부르는가 하면, ‘식탁에서의 버릇 없는 아이’나 같다고 발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는 진지하게 대화할 뜻이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닌가. 나도 정말 (이런 발언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 모두가 북한이 어떤 나라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어느 정도 자제해야 한다. 특히 다른 국가 지도자를 겨냥한 공식적인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 북-미 협상은 어려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협상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두 가지 가능성의 확률은 거의 비슷하다. 반은 미국 탓일 수 있고, 반은 북한 탓일 수 있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를 상대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다. 그래서 절대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곧 방북할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잭 프리처드 대북협상 특사의 방북도 크게 기대할 게 없다는 뜻인가. 아직 프리처드 특사가 언제 방북을 할지는 모른다. 미국 정부는 기대한 것보다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부시 행정부 내부적으로 특사가 북한을 실제로 방문해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시 한번 특사의 방문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다. 그러면 북쪽 사람들은 미국 정책 중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점들을 다 말할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특사가 설명하는 것에 귀기울일 것이다. 그 뒤 좀 쉬었다가, 아마 가을쯤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부시 행정부 안에는 강경파와 온건파의 이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사에게 북한에 가서 온갖 그들의 단점들을 역설하라고 주문할 것이다. 관심 있는 사항을 강조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북한을 가르치듯이 얘기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테러지원 국가로 다시 지정했다. 이번 조처도 북-미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은 한동안 테러지원 국가 리스트에 올라 있었고, 이번에 다시 지정됐다. 과거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실제로 올해 미국은 지난 9·11테러 이후 북한이 긍정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테러지원 국가로 다시 지정되었다고 해서 북-미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대량살상무기 제거 이후 부시 행정부가 생각하는 대북관계 개선 로드맵이 나와 있는가? 개인적으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해체 뒤 어떤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보는가. 재미있는 질문이다. 북-미 협상은 더디게 천천히 이루어질 것이다. 만일 북-미가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 합의점에 도달하면 두 나라는 정치·경제적으로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해체를 대외정책의 최우선순위에 올려놓았다. 한국의 차기정부가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미묘한 문제다. 개인적으로 한국 정부에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조언을 주기가 꺼려진다. 한국 정부가 갖고 있는 딜레마를 이해할 수 있다. 누가 정권을 잡든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북정책 옵션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과거 김영삼 정부와 현 김대중 정부는 북한문제를 푸는 데 사뭇 대조를 보였다. 김영삼 정부는 정책의 비일관성과 상호주의에 너무 집착해 결국 이룬 게 없었고, 김대중 정부는 한 단계 앞서갔으나 국내적으로 비난에 부딪쳐 많은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차기정부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또 북한을 상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모두 알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다. 북한 사람들은 현재 놓인 어려운 여건 때문에 결코 늘 좋은 사람들이 아니며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대북관계에 한-미 공조 중요 특히 북한과 협상한 경험이 많은데, 북한 정권을 어떻게 보는가.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오리라 생각하나. 북한의 미래를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은 현재 분명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경제 시스템이 망가졌다. 북한이 살아날 방법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길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제시한 관계개선 조건은 용납하지 않고 자신이 제시한 조건만을 고집하고 있다. 물론 이해는 가지만. 북한은 매우 작은 나라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과 대치하고 있으므로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북한도 미국과 대량살상무기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 다양한 주제에서 미국과 합의를 이끌어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어려운 협상과정에는 꼭 보상이 있어야 한다. 북한뿐 아니라 어느 나라도 보상 없이는 협상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일반적인 행동이다. 북-미 사이의 협상타결은 가능하리라 본다. 사실 이 과정에서 한-미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의 전반적 상황이 개선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려면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협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전을 보이더라도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몇몇 탈북자들이 미국으로 가고 싶다고 난민신청을 했으나 부시 행정부는 거절했다. 분명 미국의 대북정책 결정권자들이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탈북자들이 공개적으로 미국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면 미국 내 정책 결정권자들이 결단을 내리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의 정책이 변화할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인권문제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사진/ (한겨레)
부시 행정부의 궁극적인 대북정책 목표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미국이 북한을 다루는 데 체계적이며 잘 짜인 대북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사실 부시 행정부 내부적으로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궁극적으로 미 행정부에서는 북한이 저절로 없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다.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았는데, 마치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났더니 북한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는 심각하게 군사력을 사용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매우 일부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사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피그미’로 부르는가 하면, ‘식탁에서의 버릇 없는 아이’나 같다고 발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는 진지하게 대화할 뜻이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닌가. 나도 정말 (이런 발언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 모두가 북한이 어떤 나라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어느 정도 자제해야 한다. 특히 다른 국가 지도자를 겨냥한 공식적인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 북-미 협상은 어려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협상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두 가지 가능성의 확률은 거의 비슷하다. 반은 미국 탓일 수 있고, 반은 북한 탓일 수 있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를 상대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다. 그래서 절대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곧 방북할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잭 프리처드 대북협상 특사의 방북도 크게 기대할 게 없다는 뜻인가. 아직 프리처드 특사가 언제 방북을 할지는 모른다. 미국 정부는 기대한 것보다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부시 행정부 내부적으로 특사가 북한을 실제로 방문해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시 한번 특사의 방문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다. 그러면 북쪽 사람들은 미국 정책 중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점들을 다 말할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특사가 설명하는 것에 귀기울일 것이다. 그 뒤 좀 쉬었다가, 아마 가을쯤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부시 행정부 안에는 강경파와 온건파의 이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사에게 북한에 가서 온갖 그들의 단점들을 역설하라고 주문할 것이다. 관심 있는 사항을 강조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북한을 가르치듯이 얘기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테러지원 국가로 다시 지정했다. 이번 조처도 북-미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은 한동안 테러지원 국가 리스트에 올라 있었고, 이번에 다시 지정됐다. 과거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실제로 올해 미국은 지난 9·11테러 이후 북한이 긍정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테러지원 국가로 다시 지정되었다고 해서 북-미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대량살상무기 제거 이후 부시 행정부가 생각하는 대북관계 개선 로드맵이 나와 있는가? 개인적으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해체 뒤 어떤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보는가. 재미있는 질문이다. 북-미 협상은 더디게 천천히 이루어질 것이다. 만일 북-미가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 합의점에 도달하면 두 나라는 정치·경제적으로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해체를 대외정책의 최우선순위에 올려놓았다. 한국의 차기정부가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미묘한 문제다. 개인적으로 한국 정부에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조언을 주기가 꺼려진다. 한국 정부가 갖고 있는 딜레마를 이해할 수 있다. 누가 정권을 잡든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북정책 옵션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과거 김영삼 정부와 현 김대중 정부는 북한문제를 푸는 데 사뭇 대조를 보였다. 김영삼 정부는 정책의 비일관성과 상호주의에 너무 집착해 결국 이룬 게 없었고, 김대중 정부는 한 단계 앞서갔으나 국내적으로 비난에 부딪쳐 많은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차기정부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또 북한을 상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모두 알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다. 북한 사람들은 현재 놓인 어려운 여건 때문에 결코 늘 좋은 사람들이 아니며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대북관계에 한-미 공조 중요 특히 북한과 협상한 경험이 많은데, 북한 정권을 어떻게 보는가.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오리라 생각하나. 북한의 미래를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은 현재 분명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경제 시스템이 망가졌다. 북한이 살아날 방법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길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제시한 관계개선 조건은 용납하지 않고 자신이 제시한 조건만을 고집하고 있다. 물론 이해는 가지만. 북한은 매우 작은 나라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과 대치하고 있으므로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북한도 미국과 대량살상무기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 다양한 주제에서 미국과 합의를 이끌어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어려운 협상과정에는 꼭 보상이 있어야 한다. 북한뿐 아니라 어느 나라도 보상 없이는 협상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일반적인 행동이다. 북-미 사이의 협상타결은 가능하리라 본다. 사실 이 과정에서 한-미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의 전반적 상황이 개선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려면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협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전을 보이더라도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몇몇 탈북자들이 미국으로 가고 싶다고 난민신청을 했으나 부시 행정부는 거절했다. 분명 미국의 대북정책 결정권자들이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탈북자들이 공개적으로 미국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면 미국 내 정책 결정권자들이 결단을 내리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의 정책이 변화할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인권문제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