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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IJP연대’에 속 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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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5-0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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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인제가 어디로 튈지 몰라." 이회창 후보는 김종필 총재와 이인제 의원의 연대 가능성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용호 기자)
‘지방선거는 줄타기, 대선은 되는 쪽 밀기.’

자민련의 한 의원은 김종필 총재(JP)가 양대선거에서 취할 행보를 이렇게 정리했다.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해서든 충남북과 대전 등 광역단제장 3자리를 차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선에서 자신의 몸값을 최대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일단 충청권 광역단체장 3자리를 석권해서 어느 쪽이든 자민련의 도움을 얻어야만 대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정국구도를 짠 뒤 되는 쪽을 밀겠다는 요량이다. 화투판 용어로 말하면 이른바 ‘쇼당패 전략’이다.

JP는 일단 충청권 지분이 큰 민주당 이인제 의원(IJ)을 끌어들이는 데 성과를 올렸다. 지난 4월3일 골프회동에서 이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여러 가지로 (JP를) 도와드리겠다”고 확약했다. 여기에 박근혜 의원이 결합하는 이른바 ‘IJP연대’도 가시권에 들게 됐다. 박 의원이 “이 의원과는 정책 면에서 꽤 맞는 것이 있다”며 박자를 맞추고 나섰기 때문이다.

곤혹스러워진 것은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다. 당장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을 놓고 이

들과 한판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존망이 위태롭던 자민련은 이 의원이 가세함으로써 회생의 기회를 얻게 됐다. 사실 한나라당은 자민련 출신인 김용환·강창희 의원과 이원종 충북지사 등을 영입하는 등 충청권 공력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이인제 의원이 뛰어들 경우 지방선거는 물론 대선에서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렇다고 이 후보가 JP에게 달려가 대놓고 손을 내밀기는 어려운 처지다. JP와의 연대는 노무현 돌풍의 영향으로 낌새가 심상치 않은 당내 개혁파 의원들에게 탈당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처지다. 이 후보가 “김종필 총재와는 정책공조는 할 수 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민주당은 JP와 이인제 의원의 연대 양상에 대해 일단 나쁠 게 없다는 계산을 내렸다. 자민련을 지원함으로써 한나라당을 견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당의 충청권 지방선거 대책은 무대책에 가깝다. 이 의원도 충청권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탈당이나 경선불복 등의 비난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JP와의 연대는 회심의 카드다. 또 상황에 따라서는 박근혜·정몽준 의원까지 끌어들이는 큰 틀의 정치권 새판짜기를 시도할 여지도 생긴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손익계산이 맞아떨어진다고 해서 노무현 후보와 JP의 연대로까지 발전할 것 같지는 않다. 서로의 지향점이 너무 달라 양쪽 모두 연대를 통해 얻을 게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청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자민련이 연대할 경우에도 노 후보가 아니라 한화갑 대표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진석 자민련 대변인도 “노 후보는 검증이 더욱 필요하므로 자민련과의 협력은 어려울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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