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7월25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오른쪽)과 부인 김건희씨(가운데)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기에 앞서 강기정 당시 정무수석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우진, 옵티머스, 한명숙 수사 의혹
윤 전 총장과 가족이 현재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은 총 7건이다. 검찰은 본인과 아내가 연루된 사건 3건을 수사 중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전 총장의 부실수사, 수사 방해 의혹 등 2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장모 관련 재판 2건도 진행 중이다가장 약한 고리로 윤 전 총장 자신이 연루된 윤우진 전 서장 뇌물수수 수사 무마 의혹이 꼽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가 수사하는 해당 사건은 윤 전 서장이 수사 과정에서 무혐의를 받는 데 윤 전 총장이 직간접으로 관여했는지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경찰은 2011년 전후 윤 전 서장이 세무조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육류수입가공업자에게 수천만원 금품과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하려 했지만, 검찰은 ‘수사 대상이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총 6차례나 기각했다.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장일 때다. 윤 전 서장은 2012년 8월 타이로 도주했다가 해외에서 체포돼 송환됐지만, 검찰은 2년 가까이 그의 처분을 미뤘다. 2015년 2월 뒤늦게 금품을 받은 것은 맞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논리로 윤 전 서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윤 전 총장은 수사받던 윤 전 서장에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후배인 검찰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도 받는다. 현직 검사가 형사 피의자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행위는 변호사법 제37조를 위반한 범죄행위다. 윤 전 총장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변호사 소개 사실을 부인하다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되자 “오해가 있었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윤 전 총장 측근인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친형인 윤 전 서장은 윤 전 총장과도 자주 골프와 식사 자리를 갖는 등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공정한 수사’를 강조하던 검사로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의 총장 시절 부실수사 의혹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사건은 총 2건으로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부실수사 의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사건에 관한 수사 방해 의혹이다. 옵티머스 부실수사 의혹은 2019년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전 총장이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던 이두봉 현 인천지검장과 형사7부장이던 김유철 원주지청장에게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관련 수사 의뢰 사안을 부실·축소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 전 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한 수사 방해 의혹은 2021년 3월 초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해당 사건 수사 도중 부당하게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해당 수사와 관련해 선거에 영향이 없도록 시기와 방법을 고려해 사건을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아내와 장모, 4건 수사·재판 중
윤 전 총장의 장모와 아내 관련 수사·재판 상황은 대권 행보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에서만 아내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 2건이 수사 중이다. 첫 번째 사건은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협찬 의혹인데, 2019년 6월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뒤 대기업 협찬사가 기존 4곳에서 16곳으로 급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 전 총장을 의식한 ‘보험용’이나 뇌물성 협찬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10~2011년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조작 과정에 김씨가 돈을 댔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40대 사업가의 60억원대 재산 증식 과정은 주요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장모 최아무개씨는 2013년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은행에 350억여원을 예치한 것처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2020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 요양병원을 설립해 요양급여 22억9천여만원을 부정수급한 혐의로도 기소돼 2021년 7월2일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수십 건의 민·형사 소송전을 벌인 전력도 검증 대상이다.윤 전 총장의 병역면제 사유도 다시 검증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82년 병역검사에서 좌안 0.8, 우안 0.1 부동시 판정(짝짝이 시력)으로 병역을 면제(전시근로역 처분)받았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와 공직자 임용 때 건강검진 시력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아 반발을 샀다. 논란이 일자 윤 전 총장은 청문회 뒤 ‘우안부동시성 약시’라는 소견이 담긴 진단서를 제출했지만, 연령에 따라 굴절역이 변해서 현재 기준으로 과거의 부동시 면제 사유를 판단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2020년 11월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의혹 관련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병역면제, 검찰권 남용 의혹까지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7~2019년 사건 관계인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사주와 ‘비밀 회동’한 것도 논란거리다. 그가 <조선일보> 사주를 만난 시기에 서울중앙지검은 △방정오 전 <티브이(TV)조선> 대표 횡령·배임 의혹 고발 사건 △고 장자연씨 의혹 사건 등을 수사 중이었다. 2018년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만났을 때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검찰에 고발한 날과 겹친다. 이는 검사의 사건 관계인과의 사적 접촉을 금지하는 검사윤리강령 위반이 될 수 있다.그가 검찰총장 재임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명에 앞서 여러 경로로 청와대에 임명 반대 의사를 전하며 정치에 개입하려 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먼지털기식 별건 수사를 지휘한 점을 두고는 검찰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옥기원 <한겨레>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