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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윤석열이 넘어야 할, 산 넘어 산

“법 적용에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던 그,
본인과 가족 수사·재판만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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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1-07-02 11:04 수정 : 2021-07-0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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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25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오른쪽)과 부인 김건희씨(가운데)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기에 앞서 강기정 당시 정무수석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격적인 대선 후보로서 자격 검증 시험대에 올랐다. △20억원대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모 의혹과 △아내의 ‘뇌물성 협찬’ △주가조작 연루 의혹 △자신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수사 무마 의혹 등 넘어야 할 검증 과정이 산 넘어 산이다. 윤 전 총장은 6월2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장모 의혹과 관련해 “법 적용에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별의 순간’을 잡기 위해서 치열한 ‘검증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검찰 수장 위치보다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으로서 그 시간은 더 혹독할 수밖에 없다.

윤우진, 옵티머스, 한명숙 수사 의혹
윤 전 총장과 가족이 현재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은 총 7건이다. 검찰은 본인과 아내가 연루된 사건 3건을 수사 중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전 총장의 부실수사, 수사 방해 의혹 등 2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장모 관련 재판 2건도 진행 중이다

가장 약한 고리로 윤 전 총장 자신이 연루된 윤우진 전 서장 뇌물수수 수사 무마 의혹이 꼽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가 수사하는 해당 사건은 윤 전 서장이 수사 과정에서 무혐의를 받는 데 윤 전 총장이 직간접으로 관여했는지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경찰은 2011년 전후 윤 전 서장이 세무조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육류수입가공업자에게 수천만원 금품과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하려 했지만, 검찰은 ‘수사 대상이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총 6차례나 기각했다.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장일 때다. 윤 전 서장은 2012년 8월 타이로 도주했다가 해외에서 체포돼 송환됐지만, 검찰은 2년 가까이 그의 처분을 미뤘다. 2015년 2월 뒤늦게 금품을 받은 것은 맞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논리로 윤 전 서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윤 전 총장은 수사받던 윤 전 서장에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후배인 검찰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도 받는다. 현직 검사가 형사 피의자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행위는 변호사법 제37조를 위반한 범죄행위다. 윤 전 총장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변호사 소개 사실을 부인하다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되자 “오해가 있었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윤 전 총장 측근인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친형인 윤 전 서장은 윤 전 총장과도 자주 골프와 식사 자리를 갖는 등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공정한 수사’를 강조하던 검사로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의 총장 시절 부실수사 의혹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사건은 총 2건으로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부실수사 의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사건에 관한 수사 방해 의혹이다. 옵티머스 부실수사 의혹은 2019년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전 총장이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던 이두봉 현 인천지검장과 형사7부장이던 김유철 원주지청장에게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관련 수사 의뢰 사안을 부실·축소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 전 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한 수사 방해 의혹은 2021년 3월 초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해당 사건 수사 도중 부당하게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해당 수사와 관련해 선거에 영향이 없도록 시기와 방법을 고려해 사건을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내와 장모, 4건 수사·재판 중
윤 전 총장의 장모와 아내 관련 수사·재판 상황은 대권 행보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에서만 아내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 2건이 수사 중이다. 첫 번째 사건은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협찬 의혹인데, 2019년 6월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뒤 대기업 협찬사가 기존 4곳에서 16곳으로 급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 전 총장을 의식한 ‘보험용’이나 뇌물성 협찬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10~2011년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조작 과정에 김씨가 돈을 댔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40대 사업가의 60억원대 재산 증식 과정은 주요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모 최아무개씨는 2013년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은행에 350억여원을 예치한 것처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2020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 요양병원을 설립해 요양급여 22억9천여만원을 부정수급한 혐의로도 기소돼 2021년 7월2일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수십 건의 민·형사 소송전을 벌인 전력도 검증 대상이다.

윤 전 총장의 병역면제 사유도 다시 검증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82년 병역검사에서 좌안 0.8, 우안 0.1 부동시 판정(짝짝이 시력)으로 병역을 면제(전시근로역 처분)받았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와 공직자 임용 때 건강검진 시력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아 반발을 샀다. 논란이 일자 윤 전 총장은 청문회 뒤 ‘우안부동시성 약시’라는 소견이 담긴 진단서를 제출했지만, 연령에 따라 굴절역이 변해서 현재 기준으로 과거의 부동시 면제 사유를 판단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2020년 11월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의혹 관련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병역면제, 검찰권 남용 의혹까지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7~2019년 사건 관계인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사주와 ‘비밀 회동’한 것도 논란거리다. 그가 <조선일보> 사주를 만난 시기에 서울중앙지검은 △방정오 전 <티브이(TV)조선> 대표 횡령·배임 의혹 고발 사건 △고 장자연씨 의혹 사건 등을 수사 중이었다. 2018년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만났을 때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검찰에 고발한 날과 겹친다. 이는 검사의 사건 관계인과의 사적 접촉을 금지하는 검사윤리강령 위반이 될 수 있다.

그가 검찰총장 재임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명에 앞서 여러 경로로 청와대에 임명 반대 의사를 전하며 정치에 개입하려 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먼지털기식 별건 수사를 지휘한 점을 두고는 검찰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옥기원 <한겨레>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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