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연합뉴스
1. 민주적 통제인가?
추 장관의 수사 지휘와 감찰 지시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였을까? 법률적 근거는 명확하다. 정부조직법 제32조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무를 관장하고,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고 돼 있다. 검찰청법 제8조에도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과 검찰에 대한 지휘·감독자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전문가들도 추 장관의 조처가 ‘민주적 통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헌법 제1조처럼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검찰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민은 대표자인 대통령이나 장관을 통해 검찰권을 감시·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화 상지대 총장(정치학)도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군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다.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기소를 하거나 안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상황을 반드시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2. 추미애 장관 지휘 적절했나?
추 장관의 이번 ‘수사 지휘’와 ‘감찰 지시’가 적절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번 조처는 윤 총장이 해당 사건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어서 취해진 일이었다. 수사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임지봉 소장도 “그동안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를 방치하거나 은밀하게 지휘하는 등 부당한 사례가 많았다. 장관의 공개적인 수사 지휘가 바람직하고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법학·전 국회의원)는 추 장관의 지휘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총장을 임명했으면 스스로 일할 수 있게 맡겨놔야 한다. 장관이 사건에 대해 하나하나 지시하면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도저히 함께 일할 수 없는 총장이면 그냥 해임해야 한다. 2년 임기를 보장하지만 해임도 가능하다고 본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도 “큰 틀에서 민주적 통제는 필요하지만 검찰 수사에 장관이 구체적으로 개입해선 안 된다. 행정부가 권력기관을 직접 지휘하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3. 수사의 독립성 보장해야 하나?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전문가 의견이 갈렸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검찰이 성역 없이 수사하는 것을 지켜줘야 한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눈치 안 보고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정치학)도 “청와대나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구체적으로 지휘, 통제한다면 검찰 수사의 독립성은 보장할 수 없다. 집권 정부가 검찰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검찰 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의 독립성 보장이 검찰의 위험성을 키운다는 의견도 있었다. 황희석 변호사(법무부 전 검찰개혁추진단장)는 “보수정부가 검찰을 악용할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민주정부가 검찰의 자의적 수사를 통제하려고 하면 수사의 독립성을 이야기한다. 정부가 그런 자의적 권한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법학·전 대전경찰청장)도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면 검찰 수사가 자의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오히려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자의적 수사를 강력히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4. 검찰은 준사법기관인가?
검찰이 준사법기관으로서 독립성을 갖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견이 달랐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권은 행정부와 상관, 사건 관련자로부터 독립돼야 한다. 그러나 검사는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의 일원이고, 상관의 지시를 받으며, 재판의 한쪽 당사자로서 그 어떤 독립성도 없다. 검사들이 착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오재록 전주대 교수(행정학)는 “검찰이 준사법기관이라는 인식은 보편적이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판 절차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사법기관 성격이 있다. 검사는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5. 검찰 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민주적 통제와 수사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은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다. 무엇보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는 게 정답이다.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이 분리돼야 한다. 다만 국민의 혼란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희 지식디자인연구소장(전 국회의원)도 “문재인 정부 초기에 검찰 개혁 방향을 수사와 기소 분리로 갔어야 한다. 집권 초기에 적폐 청산 수사를 검찰에 맡겼다가 나중에 검찰을 개혁하려고 하니 갈등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권 폐지뿐 아니라 독점적 기소권 분산까지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국제관계학)은 “미국의 대배심(기소배심)이나 프랑스와 독일의 사소(시민 기소), 일본의 검찰심사회처럼 시민이 기소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독점적 기소권이 검찰의 문제를 낳았다”고 말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도 “검찰 개혁의 2단계는 수사와 기소에 대한 시민 통제와 참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는 올해 개정돼 2021년 시행을 앞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주민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은 “당내에 21대 국회 임기인 2024년까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법 개정을 하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황운하 의원도 “수사와 기소 분리를 당론으로 정하고 다음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관련 법을 재개정해야 한다. 준비가 필요하다면 시행까지 약간의 유예기간을 두면 된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