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포럼에서 한자리에 모인 7개국 주요 외신기자들의 토로
“한반도 기사를 쓴다는 것은 마치 일기예보를 하는 것과 같다. 남북화해의 봄바람이 분다고 했다가, 어느 날은 꽁꽁 얼어붙었다느니 갑자기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는 등등….” 서울 주재 외국 언론사 특파원들의 눈에 비친 한반도 문제는 이처럼 변화무쌍하고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골치아픈 취잿거리였다.
일기예보 같은 취재기사…
‘2002 제주평화포럼’에서는 7개 주요 외신기자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남북관계 취재 어려움과 뒷얘기들을 허심탄회하게 토해냈다. 또 앞으로 펼쳐질 남북관계의 장래와 해법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한마디씩 던졌다. 이들 대부분은 지구촌 구석구석 분쟁지역을 찾아다니며 관련 기사를 10년 넘게 써온 베테랑 기자들이다. 이들의 공통된 견해는 남북문제만큼 전문가들의 생각이 서로 다르고, 예측 불가능한 주제가 없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 한번 송고로 기사를 끝내는 경우가 거의 없단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기사를 뜯어고쳐서 보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푸념한다. 특히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기사를 쓰는 것이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외신들은 물론 국내 기자들도 미리 예측하지 못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과거로 좀 거슬러올라가 한국전쟁 뒤의 경제기적부터 시작해 최근의 김대중 대통령 당선, 남북정상회담 등이 이뤄져 남북 해빙무드가 조성된 것이라든지, 90년대 초·중반부터 드러난 북한의 기아참상 등은 솔직히 아무도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었다. 앞으로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솔직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적지 않은 세월 동안 한반도를 죽 지켜봐왔음에도 말이다.” <한국 위기:국제통화기금 시대 기적의 해명>과 <한국의 왕조:현대와 정주영> 등의 저서를 잇따라 내놓아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도널드 커크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IHT)> 기자의 고백이다. 외신기자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당부분을 북한의 태도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는 듯했다. <로이터통신>의 서울지국장인 마틴 네서키는 “갑작스런 독일통일과 마찬가지로 남북한도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며 “우리 기자들은 늘 한반도에서 불거질 새로운 상황을 취재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동서 베를린을 오가는 공식통로인 찰리 검문소를 통해 양쪽을 오가며 당시의 벅찬 감동을 전 세계에 타전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또 “임동원 대통령 특보의 방북으로 긴장완화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외교부가 관영매체를 통해 갑작스레 ‘북-미대화 분위기가 조성 안 돼 있고 장애물부터 제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와 어리둥절하다”면서 모두들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서 중동과 비슷한 느낌 받아” <교도통신>의 가즈라 이와무라 지국장은 “남북관계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외신기자들이 늘 궁금하게 여기는 대목”이라면서 “한·일 월드컵과 북한의 아리랑축전의 진행여부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임 특사를 통해 여러 긍정적인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어느 정도 수위로 대화에 응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면서 “남북한간 합의사항을 얼마나 전향적으로 실천하느냐에 따라 북-미, 북-일 관계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한국에서의 반미감정이 토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에 온 지 넉달밖에 안 됐지만 중동지역에서 봐온 것과 비슷한 반미감정을 서울에서도 느꼈다. 지난 9·11테러사건 뒤 희생된 미국인에 대해 진정한 동정이나 연민을 느끼는 한국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 사실 나는 9·11테러가 예고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을 증오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나는 테러 자체보다는 미국의 본토 방어시스템이 그토록 취약한 데 더 놀랐다.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 대중은 몰라도,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보지 않는다.” 지난 4년 동안 수시로 자살폭탄 공격이 터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지역을 취재하다가 최근 서울 지국장으로 옮겨온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바버라 데믹 기자의 뼈아픈 자성이다. 제주=글·사진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사진/ '시계제로'. '2002 제주평화포럼' 언론인 원탁회의에서 외신기자들은 남북관계 전망기사 쓰기가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외신들은 물론 국내 기자들도 미리 예측하지 못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과거로 좀 거슬러올라가 한국전쟁 뒤의 경제기적부터 시작해 최근의 김대중 대통령 당선, 남북정상회담 등이 이뤄져 남북 해빙무드가 조성된 것이라든지, 90년대 초·중반부터 드러난 북한의 기아참상 등은 솔직히 아무도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었다. 앞으로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솔직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적지 않은 세월 동안 한반도를 죽 지켜봐왔음에도 말이다.” <한국 위기:국제통화기금 시대 기적의 해명>과 <한국의 왕조:현대와 정주영> 등의 저서를 잇따라 내놓아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도널드 커크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IHT)> 기자의 고백이다. 외신기자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당부분을 북한의 태도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는 듯했다. <로이터통신>의 서울지국장인 마틴 네서키는 “갑작스런 독일통일과 마찬가지로 남북한도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며 “우리 기자들은 늘 한반도에서 불거질 새로운 상황을 취재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동서 베를린을 오가는 공식통로인 찰리 검문소를 통해 양쪽을 오가며 당시의 벅찬 감동을 전 세계에 타전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또 “임동원 대통령 특보의 방북으로 긴장완화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외교부가 관영매체를 통해 갑작스레 ‘북-미대화 분위기가 조성 안 돼 있고 장애물부터 제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와 어리둥절하다”면서 모두들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서 중동과 비슷한 느낌 받아” <교도통신>의 가즈라 이와무라 지국장은 “남북관계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외신기자들이 늘 궁금하게 여기는 대목”이라면서 “한·일 월드컵과 북한의 아리랑축전의 진행여부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임 특사를 통해 여러 긍정적인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어느 정도 수위로 대화에 응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면서 “남북한간 합의사항을 얼마나 전향적으로 실천하느냐에 따라 북-미, 북-일 관계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한국에서의 반미감정이 토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에 온 지 넉달밖에 안 됐지만 중동지역에서 봐온 것과 비슷한 반미감정을 서울에서도 느꼈다. 지난 9·11테러사건 뒤 희생된 미국인에 대해 진정한 동정이나 연민을 느끼는 한국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 사실 나는 9·11테러가 예고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을 증오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나는 테러 자체보다는 미국의 본토 방어시스템이 그토록 취약한 데 더 놀랐다.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 대중은 몰라도,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보지 않는다.” 지난 4년 동안 수시로 자살폭탄 공격이 터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지역을 취재하다가 최근 서울 지국장으로 옮겨온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바버라 데믹 기자의 뼈아픈 자성이다. 제주=글·사진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