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8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 전단이 붙어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문재인 정부의 스물한 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민심이 싸늘하게 등을 돌리며 부동산 태풍이 정부·여당을 강타하고 있다. 해법 마련에 절치부심하는 정부·여당은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고강도 대책을 다시 한번 꺼냈다. 하지만 부동산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근본적으로 수도권 집값의 만성적 불안은 정부가 수도권 개발을 지속하면서 사실상 국가균형발전을 포기한 데서 비롯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_편집자“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을 상향해 전반적인 보유세 부담을 강화하겠다. (특히) 과세표준 50억원을 초과하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대폭 지우겠다.”(2019년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도록 7월 임시국회에서 ‘12·16 대책+6·17 대책+알파(α)’의 종부세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다.”(2020년 7월8일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요동치자 민주당과 정부가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는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7월9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종부세 최고세율을 6%로 높이는 방안을 포함한 고강도 부동산 종합대책을 7월10일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7개월 전에 보유세 강화를 통한 다주택자 규제 방침을 밝혀놓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정부·여당이 이번에는 제대로 해낼까.
22번째 대책=12·16 대책+6·17 대책+알파?당·정·청이 보유세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은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동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스물한 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위기를 느낀 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에서 ‘더 센’ 종부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을 세웠다. 12·16 대책 이후 비규제 지역에서 부동산 시장 과열이 빚어지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규제 지역을 확대하고 주택담보대출과 갭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2020년 6·17 부동산 대책’을 정부가 추가로 내놨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은 12·16 대책 때 나온 종부세법 개정안(2주택 이하는 현행 0.5~2.7% 세율을 0.6~3.0%로, 3주택 이상(조정 대상 지역 내 2주택 포함)은 현행 0.6~3.2%에서 0.8~4.0%로 인상)보다 실효세율을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애초 12·16 대책은 종부세 강화를 포함한 세제와 대출, 분양가 규제를 총망라했다. 21대 국회의원선거를 넉 달 앞두고 투기 수요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집값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초고강도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12·16 대책 ‘성공’을 위해 청와대부터 솔선수범하겠다며 당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비서관급 이상 청와대 공직자들에게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후 전개된 상황은 강경했던 초기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첫째, 노영민 실장 스스로가 집을 팔지 않았다. 7월2일 뒤늦게 충북 청주 아파트를 팔고 서울 강남에 있는 아파트를 남긴다고 하자, 청와대가 ‘강남 불패’를 확인시켜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7월8일에야 노 실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를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둘째, 입법이 필요한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강화 방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4월29일 20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 논의됐을 뿐이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경기를 살리자고 하면서 민간에서 (종부세) 세금을 많이 걷어들이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종부세 강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통합당 반대’를 이유로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또 민주당은 시민사회에서 보유세 강화를 포함한 세제 개혁을 꾸준히 촉구했는데도 주저하기만 했다. 참여정부 때 종부세에 대한 보수세력의 거센 ‘세금폭탄론’ 공세로 정권이 휘청거렸던 ‘트라우마’를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종부세법 개정 방안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한 채 폐기됐다.
2급 이상 고위 공직자 전수조사 카드까지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혁에 소극적이다보니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 다수가 다주택자고 종부세 대상자이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었다.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에서 당선된 의원 180명 중 다주택자가 42명(23%)”(경실련), “청와대 참모 29%(41명 중 12명),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고위 공직자 31%(16명 중 5명)가 다주택자”(참여연대) 등의 발표가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상승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청와대와 여당이 12·16 대책 발표 때와 21대 총선 과정에서 내걸었던 ‘1가구 1주택 보유’ 약속 이행에 미온적인데다, 정작 ‘1가구 1주택 보유’ 정책을 담당한 정부의 고위 공직자 가운데 다주택자가 많다는 데서 오는 배신감 때문이었다. 6월 이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7월8일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각 부처 2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보유 여부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다주택자의 경우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지시했다. 소속 의원 176명을 대상으로 주택 보유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7월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다주택 해소를 신속히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의원들은 이를 받아들였고, 이행 시기와 계획은 개별 의원들이 밝히기로 했다.
민주당은 또 “다주택 및 투기성 주택에 대한 종부세를 대폭 강화하는 법안을 7월 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겠다”(7월9일 김태년 원내대표)고 공언한다. 그러려면 통합당이라는 벽을 먼저 넘어서야 한다. 통합당 의원들은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는 법안 5건을 발의했다. 강남 3구에 지역구를 둔 박성중(서초을)·배현진(송파을)·유경준(강남병)·태영호(강남갑·2건 제출) 의원이 주도했다. 2019년 기준, 강남 3구 거주자의 종부세 납부액은 총 1646억원이다. 전국 주택 종부세(4431억원)의 37%, 서울 주택 종부세(2754억원)의 60%에 해당하는 큰 규모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종부세를 강화한다고 부동산 가격이 억제된다는 건, 세금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해서 하는 말”(7월6일)이라고 비판한다.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조사에 대해서도 “속수무책인 상황까지 오니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공직자들의 부동산까지 거론되는 것 아니냐”(7월9일)고 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176석을 보유한 덕에 민주당이 야당의 반대를 뚫을 기본조건은 갖추고 있다. 문제는 정책 일관성과 의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다가 종부세 개정안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 누더기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여당이 (176석을 확보하게 해준 민심에 부합하게) 책임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종부세 강화뿐 아니라 실수요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부담 완화 방안도 모색한다. 특히 21대 총선 공약에 일부 포함됐던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을 7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왼쪽 셋째)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둘째)이 7월7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들은 야당으로부터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 불신을 자초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청 간 혼선부터 줄여야 법안 처리와 함께 무너진 정책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당·정·청이 풀어야 할 과제다. 당장 민주당에선 종부세 강화뿐 아니라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 거래세 중과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1월 새해 기자회견에서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한 것과 엇박자를 낸다. 또한 2017년 8·2 대책에서 보유세와 양도세 감면 혜택 등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했지만, 이번에 혜택을 폐지할 방침이다. 다만 기존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소급 적용은 하지 않고, 의무 임대기간이 지나면 혜택을 없애는 방식을 택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