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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인제의 악연 “과거를 묻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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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4-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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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난 1997년 15대 대선 직전 이인제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신당 당원들이 조선일보사 앞으로 몰려가 시위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노무현과 이인제 고문 모두 <조선일보>와는 특별한 악연이 있다. 노 고문과 <조선일보>의 악연은 총선을 앞둔 91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조선일보가 펴내는 <주간조선>은 그해 10월6일치 ‘노무현 의원은 재산가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노 의원에 대한 각종 재산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노 의원이 변호사 시절 노사분규에 끼여들어 노사 양쪽에게서 돈을 받았고, 노 의원의 재산이 상당하다는 얘기가 정가에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는 것 따위가 그 기사의 주요 내용이었다. 노 의원은 즉각 법원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조선일보는 노 고문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라”며 노 고문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노 고문은 이듬해 총선 때 민정당 허삼수 후보가 이 주간지를 대량으로 살포하는 바람에 큰 피해를 입었고, 결국 낙선했다. 노 고문은 그 이전에도 조선일보사 지국에서 신문배달을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다가 조선일보사와 갈등을 빚었고, 이 때문에 조선일보 기자에세게서 그 일에서 손을 떼라는 압력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여보, 나좀 도와줘>라는 책에서 밝혔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솔직히 얘기하면 조선일보에 직접적 피해를 여러 번 당했다. 나를 표적으로 삼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당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고문도 한때는 조선일보를 응징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15대 대선 직전인 1997년 12월17일 이 고문을 지지하는 국민신당 사람들은 조선일보사 본사와 부산·대구·창원 등지의 인쇄공장으로 몰려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조선일보>가 그날 1면 머릿기사로 ‘이회창-김대중 선두각축’이라고 보도했다는 이유였다. “국민신당 쪽은 다중의 위협과 물리적 폭력으로 조선일보를 봉쇄하며 간부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고 신문을 불태우고 인쇄를 포기하게 하며 발송을 물리적으로 막아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 이는 중대한 언론침해일 뿐 아니라 민주사회의 문제해결 방식 자체를 뒤집는 폭거가 아닐 수 없다.”(<조선일보> 97년 12월17일자 사설)

지난해 이 고문이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언론자유가 언론사 경영의 불투명성을 호도하는 데 오용되는 것을 배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즉각 사설을 통해 이 고문을 매몰차게 응징했다. “언론을 범죄시하고 파렴치하게 보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인식을 가진 정치인은 차세대 국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본다.”(‘이인제씨의 퇴행적 언론관’ 2001년 4월4일)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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