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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노무현 색깔은 너무 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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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4-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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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누가 민주노동당을 흔드는가." 민주노동당이 올해 양대 선거에 관한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인제 고문은 노무현 고문을 “민주노동당 후보가 되어야 할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이 고문에게 ‘민주노동당’은 노 고문의 과격성과 급진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던 셈이다. 노 고문은 스스로를 ‘중도통합주의자’라고 규정하며 공격을 비켜나갔다. 그렇다면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노 고문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민주노동당은 정작 노 고문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를 진보정당 후보로 받아들일 뜻이 있을까.

민주노동당은 이 고문이 ‘민주노동당 후보론’을 들고 나오자 ‘이인제 고문, 고맙소이다’라는 제목의 공식논평을 내놓았다. “노 고문의 인기와 이 고문의 말을 합쳐서 해석해보면 민주노동당의 정책이 일반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민주노동당을 띄워주니 고마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아직 정당 초기인 우리 당이 앞으로 급성장할 것을 예견해주었으니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이 고문에 대한 장난기 다분한 독설인 셈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독설은 이 고문의 색깔론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이 고문이 “재벌총수와 그 일족의 주식을 정부가 매수해서 노동자에게 분배하자’라는 노 고문의 88년 국회 대정부 질문을 문제삼고 나오자 민주노동당은 이 고문의 발언뿐 아니라 “억압받는 시기의 상징적 발언으로, 지금 생각과는 같지 않다”라는 노 고문의 해명까지 함께 비난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미 실천하거나 제도화한 정책을 회피하는 사람이 무슨 개혁후보냐”라는 것이었다.

민주노동당의 이런 반응은 노 고문에 대한 불만과 선긋기의 성격을 동시에 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노 고문을 “예전의 노무현이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한다. 민주노동당 이상헌 대변인은 “노 고문은 대우자동차 파업현장을 찾아가 파업에 반대하다 노동자들에게서 달걀세례까지 받을 만큼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지해왔다”며 “민주노동당과는 분명 다른 색깔을 가진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노동당의 노 고문에 대한 이런 공식 입장은 당 안팎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노무현 비판적 지지론’을 겨냥한 쐐기박기의 목적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노 고문이 좀더 적극적으로 색깔론에 대한 반격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상헌 대변인은 “이번 색깔론 공방은 진보세력에 대한 근거 없는 흠집내기로, 우리 당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며 “노 고문은 색깔론에 맞서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원칙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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