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해찬(가운데 지도 오른쪽)·이낙연(지도 왼쪽) 상임선대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이 승리를 다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조국 프레임’의 늪 여기에 ‘조국’ 프레임이 지속되면 민주당에는 이로울 게 전혀 없다. 지난해 조국 논란 때 전체적인 여론은 현 여권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이해찬 당대표 등 지도부는 김 변호사가 강서갑에 공천 신청을 한 직후부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 부적격에 이어, 2월15일 후보자 추가 공모 방침을 정하면서부터 상황이 꼬였다. 여기에 조국백서추진위원회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진 김 변호사가 강서갑 지역 공천 신청 뜻을 밝히고, 금태섭 의원이 “조국 수호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맞서면서 민주당은 조국 프레임에 포획되는 모양새다. 물밑에서 움직이던 지도부는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밝혔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2월20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김 변호사의 행보는 지도부와 사전에 협의했거나 지도부의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다. 여러 경로로 (지도부의) 의견이 전달이 됐을 것”이라며 “일반적인 프로세스(절차) 또는 당헌·당규가 정한 프로세스가 가동될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가 김 변호사와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같은 날 김성환 대표비서실장이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께서는 금 의원과 김 변호사가 우리 당의 다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소중하게 쓸 방법을 고민해보겠다는 게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하면서 이 대표의 해결 의지를 전했다. 지도부는 김 변호사를 만류하면서 강서갑 이외의 지역 전략공천이나 비례대표 공천 등 다양한 카드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변호사가 같은 날 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민주당에서) 시간을 달라. 고민을 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선거를 포기해달라고 요청한 경우는 없었다”고 밝혀 김 변호사와 당 지도부 사이에 어떤 교감이 있었는지 등 추후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강서갑 지역 논란과 관련해 당 공천관리위는 별도 논의를 벌였다. 공천관리위원회 한 관계자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아직 논의된 바는 없다. 당의 입장은 이전 사례처럼 원칙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경선을 하지 않으면 악재는 해결된 것일까. 미래통합당 출범으로 사실상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박빙이 예상되는 수도권 출마자들은 이번 논란이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 서울의 한 민주당 의원은 “금태섭 의원이 공수처 당론을 반대하는 등 당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일반 시민들 분위기는 금 의원의 비판 정도는 여당 내에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라며 “당에서 잡음이 계속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었던 촛불을 계기로 민주당에 마음을 뒀던 보수 성향 유권자나 중도층 상당수가 최근 흔들리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다시 ‘겸손’을 화두로 민주당은 2월20일 국회에서 ‘대한민국미래준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이해찬 당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공동으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두 사람은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는 듯하다. 우선 ‘겸손’을 화두로 몸을 낮췄다. 이해찬 위원장은 “역사는 민주당에 한없이 커다란 간절함과 낮은 겸손함 두 가지를 요구하는데,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선거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낙연 위원장은 “국민과 역사 앞에 훨씬 더 겸손한 자세로 선거에 임하겠다”고 더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