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4일 국회 개혁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국회 정론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안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 등과의 보수통합 참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보수통합 참여는 하지 않겠다고) 제가 여러 번 말했다. 왜 자꾸 같은 질문을 반복하느냐”고 되물으며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이어 지난 20대 총선에서의 국민의당 성공 사례를 의식한 듯 “제가 한 과거의 선택과 행동을 보고 평가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그만이 안다. 야 3당 안에서도 회의적인 ‘통합’ 파급력 안 전 대표의 전략적 행보와 별개로 그가 내건 ‘실용적 중도’ 깃발은 2012년 정치를 시작했을 때의 ‘새정치’와 같은 물음표 위에 놓여 있다. 독립연구기관인 동아시아연구원이 2017년 대통령선거 패널 여론조사 뒤 내놓은 <변화하는 한국유권자 6>은 2017년 대선 실패가 ‘새정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 지지자는 진보·보수 성향이 섞여 있어 외연을 확장할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선명한 방향성과 구체적인 이행안이 제시되지 않은 탓에 지지가 순식간에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안 전 대표는 2월2일 기자간담회에서 “실용적 중도의 길이라고 하면 이해도가 떨어져서 양쪽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고 왜곡하는 것에 속지 않았느냐. 이제는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진짜 바보 만들 자신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무당층이 자리한 공간을 노리는 것은 안철수만이 아니다. 안철수의 이탈과 함께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이 총선을 위한 본격적인 통합 작업을 시작했다. 호남의 무당층이 30%를 넘어선다는 점에 이들은 희망을 건다.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이 먼저 움직였다. 2월10일 통합 선언을 목표로 물밑 작업에 분주하다.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가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다음 날인 1월30일 “2월 중순까지 대안신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3당 협의체를 가동해 통합의 틀을 완성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최측근 이찬열 의원까지 탈당하며 고립무원에 놓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월3일 유성엽 대안신당 추진위원장을 만나면서 호응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야권) 분열에 대한 반성, 개혁야당 정체성, 분권형 개헌, 연동형 비례제 완성 등을 통합 원칙으로 제시해 급물살을 탔다. 이들이 통합을 서두르는 데는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정당이 20석의 원내교섭단체가 되느냐에 따라 보조금 차이가 크다. 3당 통합 뒤 25석 내외의 의석수가 예상된다. 3당 통합이 호남의 선거 구도를 바꿀 만한 영향력이 있느냐에는 내부에서부터 회의적이다. 현재 4·15 총선을 앞둔 호남 분위기는 민주당이 지지율 과반을 넘어서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가 60%대를 유지하는 등 국민의당이 26석 중 24석을 석권한 2016년 20대 총선과는 딴판이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민주당과 대안신당의 정체성이 같다고 보기 때문에 진보정권 재창출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1:1 경쟁을 시키자는 것이지 (3당 통합으로) 크게 석권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 호남에서 선거연대? 정의당이 이들의 통합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관심사다. 2월3일 정동영 대표가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이끈 1+4협의체가 선거연대체로 재구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의당은 이미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를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선거가 두 달여 남은 상황에서 호남을 중심으로 한 선거연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의 신당, 통합된 3당, 정의당 등에 또 다른 변수는 미래한국당이다. 2월5일 창당 작업을 마무리한 미래한국당은 불출마를 선언한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을 대표로 5명 내외의 자유한국당 출신 의원으로 구성해 선거에 임할 방침이다. 한선교 대표는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당”이라고 목표를 분명히 했다. 알바니아 등의 사례처럼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이 표심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하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형해화한다. 3당이 설 곳은 없게 된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