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이 지금 많이 어렵다. 산업단지 노동자나 자영업 하는 시민들 모두 힘들다. 권영길·노회찬이라는 진보정치인을 당선시킨 자부심도 있지만, 의원들을 지역에서 자주 못 보는 아쉬움이 컸다. ‘테레비 정치’ 하지 말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되도록 창원에 자주 내려가려고 한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의원을 수행할 보좌진을 꾸리지 못했다. 이동 차량도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었다. 일정을 챙기는 문제부터 행정 업무까지 어수선해 보였다. 0.54%포인트(504표) 차이가 말하듯, 4·3 보궐선거는 선거기간 내내 쉽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정권 심판’ 프레임으로 승부를 걸어 판을 키웠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한 손에 색깔론, 다른 손에는 현 정부의 경제 실정을 쥐고 맹공을 퍼부었다. 황 대표는 선거기간 내내 “대통령이 신경 쓸 곳은 개성공단이 아니라 창원공단”이라고 외쳤다(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 펼침막 구호이기도 했다). 창원 경제의 어려움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지역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논리까지 동원했다. 창원공단 내 대기업인 두산중공업의 주력 업종이 원전 설비라는 이유만으로도 자유한국당에는 날 선 공격의 소재가 됐다. 여기에 황 대표는 ‘강찍황’(강기윤을 찍으면 황교안은 대통령이 된다)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화를 하면서 여영국 후보가 사실상 여권 후보라는 점도 주효한 듯했다. 선거 막바지로 가면서 보수 표심의 결집이 눈에 띄었다. 황 대표가 총리이던 박근혜 정부에서 이미 창원공단의 위기가 시작됐다는 여 후보의 말은 좀처럼 먹히지 않는 듯 보였다. 황교안 대표가 전면에 나서면서 선거가 어렵지는 않았나. 선거는 양면적이다. 황 대표 중심으로 선거가 진행됐고, 저쪽 (강기윤) 후보가 잘 보이지 않으면서 지역 일꾼을 원하는 주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으니까. 황 대표가 중심이고 후보는 수행하는 느낌이랄까. 이런 상황이라면 크게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문제는 선거 후반으로 가면서 청와대 대변인 논란, 장관 후보 낙마 등 여권의 악재가 겹치면서 본격화됐다. 막판에 분위기가 뒤집히면서 100표 남짓 박빙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자와 의원을 싣고 공항에서 여의도 국회까지 이동하는 승합차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아침 8시30분이 넘어서면서 정체는 절정에 이르렀다. 급출발, 급정거를 반복하는 운전자에게 여 의원은 연신 “괜찮다”며 웃었다. 1년 임기도 남지 않은 초선 의원, 그것도 원내 의석 6석의 진보정당 구성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당장 시민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일부터 내년 선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상대는 절치부심을 할 텐데. 먹고사는 문제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니 단박에 활성화는 어렵더라도 창원을 산업 위기 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해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1년 동안 모색해보겠다. 당장 숨통이 트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공약(창원 상생화폐, 특별지역 지정 등)을 이행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노회찬 의원이 있을 때부터 제기된 문제고, 내가 도의원일 때부터 숙제였다. 그 연장선상이다.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니고 준비 기간이 꽤 오래됐던 만큼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다고 본다. 노동운동 이력만 아니라 경남도의원으로서도 강성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방식으로 여의도 정치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난 정의당 후보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해 치른 선거였다. 그게 아니라도 집권여당으로서 창원의 현안을 해결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당장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이해관계는 일치할 것으로 본다. 국회로 향하던 차는 한강변 올림픽도로에서 꽉 막힌 채 서다 가다를 반복했다. 화제는 돌고 돌아 다시 노회찬이라는 이름에 닿았다. 노회찬 이름이 나올 때마다 여전히 힘들어 보인다. 정치인 개인으로서도 노회찬은 되도록 빨리 넘어서야 하지 않나. (한참 뜸 들이다) 노회찬요. 하…, 노회찬을 넘어선다, 라…. 보궐선거 일주일 만에 묻기에는 때가 일렀을까. 지역을 비롯해 정국 현안에도 막힘이 없던 그가 노회찬에 대한 질문에는 더듬거렸다. 선거기간 내내 노회찬이라는 이름이 나오면 눈물을 보였다. 원래 잘 우나. 잘 운다. 특히 그 이름은 듣기만 해도 이상하게 말을 잇지 못하겠어서. 선거 막판에는 언급을 잘 안 하려고 했다. 이유가 있나. 내가 의원님을 (창원으로) 모셔왔기 때문에…, 원죄 같은…. 여 의원은 여전히 마음의 빚을 떨치지 못한 듯했다. 당시 정의당 경남도당위원장이던 여 의원이 노 전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을 때는 2016년 초. 같은 해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노 전 의원은 서울 노원병 지역에 이미 선거 준비팀을 꾸린 상태였다.
4월9일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여영국 의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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