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2017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촛불’이라는 단어를 현수막에 쓰지 못하게 제재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인동 사무실 앞에 게시한 현수막. 참여연대 제공
SNS ‘좋아요’나 공유하기로도 기소 정답은 ‘모두 다’이다. 정말일까? 믿기 힘들겠지만, 그렇다. 선거법 위반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로부터 제재당하거나 기소까지 이뤄진 사례들이다. 시민들의 일상적인 정치적 의사표현은 선거 기간만 되면 때때로 ‘불법 선거운동’으로 낙인찍혀 처벌 대상이 된다. 유권자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을 가로막는 현행 선거법의 여러 ‘독소조항’들 때문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4월16일 현행 선거법의 과도한 규제 조항으로 2010년 이후 유권자가 실제 피해를 당한 사례 33건을 유형별로 분석한 ‘온통 하지마’ 선거법 유권자 피해 사례 보고서(이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겨레21>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보고서를 미리 입수해 분석해봤다. 현행 선거법의 가장 큰 문제는, 선거 기간에 이뤄지는 대부분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선거운동’으로 낙인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이 선거운동을 “(특정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제58조)라는 식으로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선거가 이뤄지는 날부터 180일 이전에 이뤄지는 선거운동에 법상 여러 까다로운 제약이 부과된다. 즉,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특정인의 당선이나 낙선에 영향을 끼치는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선거운동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애먼 시민들이 선거법 위반 사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참여연대는 보고서에서 실제 유권자들이 피해를 당한 총 33개 사건을 △투표 독려 행위(4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후보에 대한 단순한 의견 개진(4건) △주요 이슈에 대한 후보의 입장 질의·공약 비교 평가(8건) △후보에 대한 풍자·의혹 제기(5건) △후보와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 낙천·낙선 운동(12건) 등 5가지로 분류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5가지 선거법 위반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며, 현행 선거법의 문제를 짚어보자. 가장 황당한 사례는, SNS를 통한 시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선거운동으로 분류해 단속한 것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SNS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기소된 이도 있다. 국립 초등학교 교사 박동국씨는 20대 총선을 이틀 앞둔 2016년 4월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에 교육감 직선제 폐지가 있는 거 알고 계시나요? 국회선진화법도 고쳐 다수결로 밀어붙이겠다고 합니다. 20대 총선의 결과가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나고 나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여 진보교육감의 싹을 자르고 혁신학교, 혁신교육지구, 전교조 죽이기 등이 본격화할 것입니다. 야권 분열로 국가의 미래가 절단 나게 생겼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교육감 직선제와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이를 특정 정당의 공약과 연결한 글이었다. 검찰은 이 글이 ‘선거법상 선거운동’이기에 공무원 신분의 박씨가 이런 글을 올린 것은 선거법 위반(‘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법 제60조 위반)이라며 기소했다. 이후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16년 12월23일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받아들여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평소 행동 선거 180일 이내면 위법”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인 박씨는 자신이 올린 의견 표명 글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1심 판결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박씨는 SNS에 정치 관련 글 쓰기를 포기하고 있다. 그는 “항소심에서도 유죄판결이 나오면 전국 공무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외부로 드러내길 꺼릴 것이다. 이는 한국의 정치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선거운동 기간에 유권자의 입을 틀어막는 데 가장 큰 구실을 하는 선거법 조항은 제90조(시설물 설치 등의 금지)와 제93조(탈법 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등이다. 이 조항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사진 등을 화환·풍선·간판·현수막·표찰 등에 게시하지 못하게 하거나(제90조), 광고·벽보·사진·문서·인쇄물·녹화테이프 등으로 만들어 배포할 수 없게 하는(제93조) 조항이다. 그러나 이렇게 꼼꼼한 조항들로 인해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로막힌다. 제19대 대선을 한 달 앞둔 2017년 4월15일. 청소년인권 운동모임인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활동가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청소년인권 시험 치른 대선 후보들’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배포하려 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선관위에 제지당했다. 유인물에 운동본부가 각 대선캠프에 교육과 청소년인권에 대해 질문을 던진 뒤 돌아온 답을 비교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선거의 자유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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