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난 3월20~22일 세 차례에 걸쳐 개헌안을 발표했다. 개헌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다. 와대사진기자단
인권조례 폐지 주도하는 한국당 국회로 공이 넘어간 개헌안 협상은 6월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문 대통령과 여당 입장에선 손해 볼 것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개헌 협상에 성공하면 여권이 주도하는 개헌안으로 지방선거를 맞을 수 있고, 협상에 실패해도 개헌파와 호헌파로 나뉘어 선거전에 임해 불리할 것 없다는 견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호헌철폐 적폐타도’ 구호는 1987년 ‘호헌철폐 독재타도’의 2018년 버전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6월 개헌을 위한 데드라인은 5월24일(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이다. 또 하나의 초대형 이슈는 4월27일로 확정된 남북 정상회담과 5월까지로 예고된 북-미 정상회담이다. 8년 전 2010년 지방선거 때는 선거가 치러지기 3개월 전에 천안함 사건이 터졌지만,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7곳에서 승리하며 판정승을 거뒀다. 안보 이슈가 있을 때 보수가 이익을 본다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회담이 진행됐지만, 이듬해 치러진 총선에서 진보 진영이 패배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도 여권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외교 잘함’이 20%,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9%로 꼽혔다. 부정평가 이유에 대해서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15%, ‘대북관계/친북 성향’이 12%가 나왔다. 북한 이슈는 여권에 긍정·부정 양면이 있다는 사실이 쉽게 드러난다.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때 큰 성과가 없을 경우 북한 문제가 거꾸로 여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후보자 선택 기준에 개헌과 남북 정상회담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한겨레 21>이 지난 1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와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의 관심은 의외의 곳에 쏠려 있었다. 글로벌리서치는 1월23~25일 전국 19~59살 성인 남녀 2천 명에게 ‘한-미 동맹’ 등 정치·외교 분야, 복지·여성 등 사회 분야 등을 망라하는 14가지 주제를 선정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음 각 주장에 대해 정당이나 후보가 찬성하거나 반대하는지의 입장이 귀하의 투표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 ‘매우 영향이 크다’는 1점, ‘영향이 있는 편이다’는 2점, ‘영향이 없는 편이다’는 3점, ‘전혀 영향이 없다’는 4점으로 나눴다. 14가지 주제 가운데 눈에 띄는 결과가 관찰된 것은 성소수자 항목이었다. ‘성소수자 방송 출연 제한’에 대해 자신을 진보로 규정한 이는 2.38, 보수는 2.46의 점수를 매겼다. 이에 비해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한-미 관계는 진보와 보수가 각각 2.69, 2.8의 점수를 매겼고. 북핵 해결을 위한 북한과의 협력 문제 또한 각각 2.934, 2.77이었다. 유권자들은 한-미 관계나 북핵 문제보다 동성애 문제가 선거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느끼는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본능적으로 알아챈 것일까. 지난 2월 충남도 인권조례 폐기를 전후로 충남 아산·공주·계룡시 등에서 인권조례 폐기 움직임이 있었고, 같은 달 부산 해운대구에선 인권조례에서 ‘차별받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자유한국당은 공식적으로 지방선거 전략에 인권조례 폐지가 포함됐다고 말하진 않지만, 각 지역에서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이다. 천안함 넘어선 무상급식 이슈 민생 이슈 또한 여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전남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밝힌 GM에 이어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문제도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GM은 4월 말까지 본사 만기 채무와 협력업체 지급금 등 2조원 넘는 거액을 마련해야 한다. 금호타이어의 사정은 더 다급하다. 현재대로라면 법정관리는 곧 청산 절차를 의미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지역 자영업자를 포함해 3만 개의 일자리가 날아간다.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었다. 생각해보면, 2010년 천안함 사건 뒤 불거진 안보 이슈를 넘어선 것도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민생 이슈였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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