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선거를 향해 뛰는 사람들, 그 치열한 물밑 선거전을 지상 중계한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과 귀는 올 12월 대통령 선거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여의도 주변에서 이름깨나 날린다는 정치인들 마음은 다른 곳에 쏠려 있다. 이른바 ‘소통령’ 자리. 수백만명 주민을 상대로 천문학적 예산을 집행하며 인사권까지 주무르는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가 이들의 목표다. 6월13일 선거를 앞두고 최근 출판기념회, 사무실 개소식, 기자간담회 등 온갖 형태의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출마 준비중인 금배지만 족히 30명이 넘는다. 현역 단체장과 신경전도 치열하다.
서울시장 복잡 미묘한 정치적 함수
“이 시대 서울은 정치적 구호가 아닌 진정한 CEO 시장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이라는 자리보다 일에 도전하고자 출마를 결심했다.” 1월29일 오후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 이명박 전 의원은 3천여명의 하객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행사 명칭은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는 책 출판기념회. 실상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도전을 공식화하는 자리였다. 그는 월급쟁이로 출발해 현대건설 회장까지 성장한 샐러리맨 신화를 부각시키려는 듯 경영마인드 도입을 유난히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출발은 늦은 편이다.
홍사덕 의원은 2년 전부터 한나라당 안팎에서 터를 다졌다. 2000년 4·13 총선 직전, 그는 새 정치를 명분으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소장과 무지개신당을 만들었다. 그러나 1주일 만에 한나라당 선거대책본부장으로 ‘변신’했다. 충격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에는 “이 총재가 서울시장 후보를 약속하고 영입했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대지 않았다. 물밑에서 집요한 정지작업을 벌였다. 특히 영입파의 취약점인 당내 입지 강화를 위해 중진 의원들을 상대로 자신의 경쟁력과 출마 당위성을 설명하고 설득했다. 결국 지난 2001년 가을부터 최병렬 부총재가 “서울시장감은 홍사덕밖에 없다”며 분위기를 띄우고 나섰다. 그는 1월31일 여의도 잠사회관 403호에 선거사무실을 열었다. 용산기지, 교통, 대기오염 문제 등 주요 시정 과제도 제시했다. 마치 이명박 전 의원의 출마선언을 기다렸다는 듯 겨우 이틀 만에 모든 것을 해치웠다. 그는 요즘 “서울 한복판에 주한미군 사령부를 둘 이유가 없다. 반환된 용산 땅의 절반은 공원, 절반은 비즈니스 타운을 조성하겠다”며 시민들의 가슴을 파고들고 있다. 민주당은 이상수 총무가 가장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12월 ‘서민 시장’의 깃발을 들고 나왔다. 매주 한 차례씩 주유원, 환경미화원, 구세군 자원봉사자 등을 찾아다니며 ‘1일 서울 생활체험’도 벌인다. “깨끗한 정치”와 “선거문화의 획기적 변화”를 화두로 내걸고 일찌감치 시민경선을 통한 시장후보 선출을 부르짖었다. 그러나 최근 복병을 만났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새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38살의 김민석 의원이 서울시장 재목으로 급부상한 것. 김 의원은 공식출마 선언을 미루고 있다. 한 참모는 “최고위원 선거에 나설지,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할지 아직 결정 못했다”며 “당 중진과 동료, 선후배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시장쪽으로 마음이 기운 상태다.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 임시 사무실을 차려놓고 여야 예비후보들과 가상대결 여론조사까지 끝냈다. 민주당의 다른 주자들을 따돌리고, 홍사덕 의원과 오차범위 안에서 우열을 다툰다는 게 내부의 잠정 결론. 고민거리는 30대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중진들의 거부감이다. 김 의원은 지지세력을 규합하고, 출마 명분과 정책 등 콘텐츠를 확보한 뒤 출마를 선언해도 늦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당분간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숨고르기를 하는 셈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직에 얽매여 운신 폭이 좁았던 김원길 의원도 지난 1월28일 개각과 함께 본격적으로 뛰고 있다. 최근 여의도 라이프오피스텔에 선거 사무실을 마련, 내부공사를 벌이고 있다. 김 의원의 캐치프레이즈는 “서울시 업그레이드”. 그러나 민주당의 서울시장 경쟁구도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 대선구도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현재 대권 행보를 계속하는 정동영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는 단 1초도 생각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정 의원의 시장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인제, 노무현 두 유력 대선 예비주자들도 정 고문이 서울시장에 출마해 세대교체 바람을 확산시켜준다면 함께 손잡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고건 시장의 거취도 문제다. 고 시장은 그동안 서울시장에 별뜻이 없음을 넌지시 내비쳐왔다. 그러나 이후 정치적 입지가 불확실하다. 더 넓고 높은 곳을 향해야 하는데 자리가 마땅찮다. 때문에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 등 확실한 거취 표명을 미루고 있다. 최근 민주당 안에서 대선의 전초전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모험을 하기보다 고 시장을 재출마시키는 안전승부로 가자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경기지사 뜨는 손학규, 대항마 비틀
경기지사 대결구도는 간명하다. 우선 임창열 지사의 재선 도전 의지가 확고하다. 임 지사를 끌어내리려는 금배지들의 도전도 거세다. 민주당은 남궁석 의원과 김영환 의원이 적극적이다. 그러나 모두 약점을 안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는 그동안 김영환 의원이 유력한 경기지사 후보로 거론됐다. 46살의 김 의원이 지난해 정보통신부 장관에 전격 발탁될 때 청와대가 손학규 의원의 대항마로 그의 경력을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경기은행 퇴출과정에서 금품수수 혐의로 상처난 임창열 지사의 대안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동생이 운영중인 영상설비업체의 주가조작 및 분식회계 사건이 불거지면서 도덕성에 흠집이 났다. 이인제 고문계 대표자로 평가받는 남궁석 의원도 윤태식 게이트의 로비대상으로 거명되면서 스타일을 구겼다.
한나라당은 손학규, 이재창 의원이 경쟁중이다. 손학규 의원이 한발 앞서 있다. 지난해 초 서대문에 연구소를 마련한 뒤 경기지사 출마를 위한 인맥구축과 사전 정지작업을 계속해왔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내 대선후보 경선방식과 대선후보와 총재직 분리 등의 쟁점에 대해 비주류쪽 시각에 동조하면서 개혁적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인천시장 자민련도 수도권서 챙기려나
인천광역시장은 수도권에서 자민련이 그나마 기대하는 곳. 최기선 현 시장의 재공천이 확실하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윤성, 민봉기 의원과 안상수 전 의원이 바닥을 훑으며 최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기문 전 의원과 유필우·박상은 두 전직 인천정무부시장이 연구소나 포럼을 만들면서 시민정서를 파고든다. 그러나 당 안에서도 “너무 약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대구·경남·경북 등 영남지역은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혼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분위기 때문에 이 지역 한나라당 중진들은 너나없이 출마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현역 단체장들도 순순히 물러날 수 없다며 버틴다.
부산시장 안상영 질주를 누가 막으랴
부산의 관심사는 과연 누가 안상영 시장의 기세를 꺾을 수 있냐는 것. 이상희 의원이 지난해 9월부터 잔뜩 공을 들여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을 내놓고 지역을 돌며 “세계의 잣대, 미래의 잣대로 부산을 이끌자”고 외쳤다. 그러나 최근 윤태식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에 소환되면서 부산시장의 꿈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경쟁자가 상처를 입자 정의화 의원이 웃고 있다. 정 의원도 “단순히 참모로 활동한 경험으로 부산시를 이끌 수 없다. 새로운 시대는 CEO시장을 원하고 있다”면서 경영마인드를 갖춘 시장론을 내세우며 바닥을 다져왔다. 부산에서 27년간 대형 병원을 운영해온 실무 경력을 장점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문화 의원이 이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김형오, 정형근, 엄호성 등 한나라당 내 경남고 출신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이상희, 정의화 등 부산고 출신들이 나서자 “경남고는 뭐하노”라는 견제심리가 발동한 것. 민주당은 속수무책이다. 노무현 상임고문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경우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를 영입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밝힌 정도다.
경남지사 김혁규의 선택에 달려 있다
경남지사 선거 판도는 김혁규 현 지사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한나라당의 이강두, 윤한도 의원이 출마할 뜻을 갖고 있다. 특히 정책위의장으로 경남도지부장까지 겸한 이강두 의원의 마음은 굴뚝 같다. 그러나 내놓고 떠들지 못하는 처지. YS의 든든한 후원에 힘입어 대권도전 의지를 밝혀온 김혁규 지사의 선택이 이회창 총재의 대선가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 총재 참모들은 먼저 시장 자리를 보장하며 어떻게든 김 지사를 주저앉혀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경남지사 도전 의사를 밝히는 것 자체가 불경죄에 해당된다. 이강두 의원의 한 참모도 “요즘도 일주일에 한두번씩 꼭 경남을 찾지만 변수가 너무 많아 아직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며 “김 지사가 3월쯤 정확한 입장을 밝힌다고 했으니, 그것을 보고 우리 태도도 정하겠다”고 말했다. 곤혹스러운 것이다.
대구시장 문희갑의 대안을 찾아라
대구시장 선거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문희갑 시장은 3선 고지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 다수의 정서는 문 시장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쪽이다. 문 시장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기 때문. 한나라당 소장 당직자는 “문 시장이 그동안 당의 지시나 대구지역 의원들의 협조 요청에 너무 뻣뻣하게 반응했다. 3선까지 시켜주면 우리 당 말발이 먹히겠냐는 공감대가 의원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험한 분위기를 전했다.
당장 박세환, 박승국, 윤영탁 의원이 문 시장 끌어내리기에 나섰다. 특히 박세환 의원은 사활을 걸고 있다. 2000년 총선 때 대구수성을 공천경쟁에서 윤영탁 의원에게 밀려난 치욕을 대구시장 선거에서 풀겠다는 생각이다. 박 의원은 이를 위해 전국구로 밀려난 뒤에도 대구지역에 사무실을 계속 유지하며 지난 2년간 바닥을 다져왔다. 박 의원은 “언제든 당내 후보 경선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했다.
경북지사 한나라당의 세대대결 뜨겁네
이의근 지사의 공력에 도전하는 경북지사 선거전은 한나라당 내 세대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전선은 45살의 재선 권오을 의원과 다수의 중진 의원들. 지난해 말 경북지역에 내려온 권 의원은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을 외치며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9일 “완전공개 경선을 통한 지사후보를 선출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경북지역 다른 중진 의원들은 “꼭 경선을 할 필요가 있냐”며 “의원들간 합의추대”를 주장하고 있다. 주진우, 김광원, 임인배 의원 등 경북지사에 꿈이 있는 의원들 다수가 합의추대를 선호하고 있다. 이들은 설 연휴를 전후해 경북지역 16개 지역구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후보를 결정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권오을 의원은 정면승부를 고수하고 있다. 권 의원쪽 핵심 관계자는 “몇몇 중진들의 경우 젊은 사람이 너무 설친다면서 활동중단을 요구하고 합의추대를 고민해보자는 식으로 공공연히 압박하고 있다”며 “밀실에서 후보를 정하자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호남은 민주당의 집안싸움 성격이 강하다. 시민과 당원이 함께 참여하는 완전경선 방침이 확정되면서 너도나도 경선에 뛰어들고 있다.
광주시장 민주당 공천은 당선 보장?
가장 치열한 접전지는 광주시장. 광주시내 5개 구청장 모두 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이정일 광주서구청장과 정동년 광주남구청장이 출판기념회나 대민접촉을 통해 맹렬히 활동중이다. 여기에 박광태 의원, 정호선 전 의원도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전남도청 이전 등 지역 현안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분노가 거세 민주당 공천자가 낙마하는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시민들 사이에 “인물만 좋다면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도 된다”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 이 틈새를 노려 이승채 변호사가 약진하고 있다. 그는 도청 이전 반대에 앞장서 시민과 사회단체에 신망이 두텁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정동년 남구청장도 무소속 출마를 고민중이라는 소문까지 나돈다.
전북지사 무주공산에 깃발을 꽂아라
유종근 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무주공산이 된 전북지사 자리는 정세균, 강현욱 두 의원의 승부로 압축되고 있다. 경제분야 전문성을 내세운 정세균 의원은 지난해 4월부터 지역을 누비며 “경제를 아는 정치인이 지도자로 나서야 한다”고 외쳐왔다. 강현욱 의원은 특유의 성실성과 도민의 신망을 무기로 내세운다. 그는 지난 96년 15대 총선 때 한나라당 깃발을 들고 유일하게 당선됐다. 결국 민주당은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그를 영입했다. 장명수 전주우석대 총장, 이무영 전 경찰청장도 기회를 엿본다.
전남지사 허경만 독주, 제동 걸리나
전남은 그동안 허경만 지사의 독무대였다. 5선 국회의원, 재선 민선지사의 관록을 자랑하며 모든 도전세력을 물리쳐왔다. 그러나 최근 도전이 심상찮다. 도전세력들은 “7번 뽑아줬으면 됐지, 이번에도 허경만이냐”며 도민들 가슴에 ‘바꿔 열풍’을 불어넣고 있다. 3선 도전을 포기한 유종근 전북지사는 좋은 비교 거리다.
김영진 의원과 박태영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도전자 대열의 선봉에 섰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가을 건강보험공사 이사장직을 내던진 뒤 지금까지 전남 전역을 돌고 있다. 김영진 의원이 뒤를 쫓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7년 동안 운영했던 민족농업연구소를 전남으로 옮겨왔다. 전남 인구의 33%인 100만여명이 농업종사자라는 점에 착안, 농업전문가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의원도 13개 지구당과 9개 연락소를 모두 돌았다. 천용택 의원은 아직 고심중이다. 출마를 위해 최근 지역여론을 수렴했다. 그러나 국정원장과 국방장관까지 지낸 안보전문가가 도지사까지 넘보는 것은 과하다는 여론이 일자 잠시 주춤하고 있다. 천 의원쪽은 “아직 정한 것 없이 그저 장고중”이라 말했다.
대전·충남과 충북은 그동안 자민련이 득세해왔다. JP가 정치적 고사 위기에 몰릴때마다 충청권의 지방선거 성적표는 재기의 밑천이 됐다. 그러나 더 이상의 신화는 없다. 당의 위상은 추락했고 김용환, 강창희 의원 등 간판스타가 옮겨간 한나라당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생존기반마저 위협받고 있다.
대전시장 자민련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대전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동안 이양희 의원이 출마의지를 굳히면서 같은 당 홍선기 시장과 감정대립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의원도 더이상 고집피울 수 없는 상황이 닥쳤다. 한나라당이 김용환, 강창희 두 의원을 전면에 내세워 대전시장 출신인 염홍철 한밭대 총장을 조직적으로 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인제 고문 계보인 민주당 송석찬 의원까지 이인제 돌풍에 기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대전에서 자민련 아성이 무너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셈이다. 결국 자민련 안에서는 홍 시장을 재출마시키는 게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강해지고 있다. 이양희 의원도 “아직 당내의 상의가 덜 됐고, 상황도 유동적”이라며 “2월 말까지는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민스러운 것이다.
충남지사 심대평 버티기에 고민 쌓이네
그동안 자민련 후보 자리를 놓고 심대평 지사와 이완구 의원이 힘겨루기를 거듭했다. 이 의원은 자민련 공천을 못 받을 경우 탈당 출마도 고려중이라는 소문까지 흘렸다. 결국 자민련 지도부는 이 의원 충남지사에 출마시키고 심대평 지사를 논산 보선에 출마시키는 절충안까지 마련했다. 이인제 고문의 대선 출마로 보선이 치러질 논산에서 승리하면 1석이 늘고 당 내분도 봉합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자민련의 위상이 추락한 상황에서 심 지사는 불명확한 선택을 거부했다. 결국 이완구 의원의 고민만 깊다. 이 의원의 한 참모는 “얘기는 많이 하고 있지만 심대평 지사의 거취 등 미묘한 게 많다”며 “상황을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탈당 가능성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정했다.
한편 민주당은 조성태 전 국방장관, 한나라당은 장기욱 변호사, 이건춘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충북지사 이원종은 한나라당으로 갈 건가
충북은 이원종 지사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자민련 소속 이 지사가 한나라당으로 말을 바꿔타고 다시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신경식 의원, 민주당 홍재영 의원, 이동호 현도사회복지대 총장, 정종택 충청대 총장 등이 출마를 준비중이다.
강원도는 한나라당 김진선 지사가 버티는 가운데 같은 당 함종한 전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민주당 이돈섭 평통 강원지역 부의장, 자민련 김영진 총재특보가 출마를 고심중이다. 제주도는 오랜 숙적인 민주당 우근민 지사와 한나라당 신구범 전 지사의 한판 승부가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홍사덕 의원은 2년 전부터 한나라당 안팎에서 터를 다졌다. 2000년 4·13 총선 직전, 그는 새 정치를 명분으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소장과 무지개신당을 만들었다. 그러나 1주일 만에 한나라당 선거대책본부장으로 ‘변신’했다. 충격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에는 “이 총재가 서울시장 후보를 약속하고 영입했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대지 않았다. 물밑에서 집요한 정지작업을 벌였다. 특히 영입파의 취약점인 당내 입지 강화를 위해 중진 의원들을 상대로 자신의 경쟁력과 출마 당위성을 설명하고 설득했다. 결국 지난 2001년 가을부터 최병렬 부총재가 “서울시장감은 홍사덕밖에 없다”며 분위기를 띄우고 나섰다. 그는 1월31일 여의도 잠사회관 403호에 선거사무실을 열었다. 용산기지, 교통, 대기오염 문제 등 주요 시정 과제도 제시했다. 마치 이명박 전 의원의 출마선언을 기다렸다는 듯 겨우 이틀 만에 모든 것을 해치웠다. 그는 요즘 “서울 한복판에 주한미군 사령부를 둘 이유가 없다. 반환된 용산 땅의 절반은 공원, 절반은 비즈니스 타운을 조성하겠다”며 시민들의 가슴을 파고들고 있다. 민주당은 이상수 총무가 가장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12월 ‘서민 시장’의 깃발을 들고 나왔다. 매주 한 차례씩 주유원, 환경미화원, 구세군 자원봉사자 등을 찾아다니며 ‘1일 서울 생활체험’도 벌인다. “깨끗한 정치”와 “선거문화의 획기적 변화”를 화두로 내걸고 일찌감치 시민경선을 통한 시장후보 선출을 부르짖었다. 그러나 최근 복병을 만났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새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38살의 김민석 의원이 서울시장 재목으로 급부상한 것. 김 의원은 공식출마 선언을 미루고 있다. 한 참모는 “최고위원 선거에 나설지,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할지 아직 결정 못했다”며 “당 중진과 동료, 선후배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시장쪽으로 마음이 기운 상태다.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 임시 사무실을 차려놓고 여야 예비후보들과 가상대결 여론조사까지 끝냈다. 민주당의 다른 주자들을 따돌리고, 홍사덕 의원과 오차범위 안에서 우열을 다툰다는 게 내부의 잠정 결론. 고민거리는 30대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중진들의 거부감이다. 김 의원은 지지세력을 규합하고, 출마 명분과 정책 등 콘텐츠를 확보한 뒤 출마를 선언해도 늦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당분간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숨고르기를 하는 셈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직에 얽매여 운신 폭이 좁았던 김원길 의원도 지난 1월28일 개각과 함께 본격적으로 뛰고 있다. 최근 여의도 라이프오피스텔에 선거 사무실을 마련, 내부공사를 벌이고 있다. 김 의원의 캐치프레이즈는 “서울시 업그레이드”. 그러나 민주당의 서울시장 경쟁구도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 대선구도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현재 대권 행보를 계속하는 정동영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는 단 1초도 생각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정 의원의 시장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인제, 노무현 두 유력 대선 예비주자들도 정 고문이 서울시장에 출마해 세대교체 바람을 확산시켜준다면 함께 손잡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사진/ 여야 정치인들이 잇따라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고건(오른쪽) 시장은 아직가지 확실한 거취 표명을 하지 않았다.(김종수 기자)

사진/ 한나라당은 충청권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서울시장 후보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홍사덕 의원.(이용호 기자)

사진/ 자민련의 아성인 충청권이 흔들리고 있다. 대전시장을 꿈꾸던 이양희(왼쪽) 의원과 충남지사를 노렸던 이완구(가운데) 의원이 출마선언을 보류한 상태이다.(국회사진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