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문재인’과 ‘위선자 문재인’ 문재인과 대담을 나눈 뒤 <운명에서 희망으로>(다산북스 펴냄, 2017)를 펴낸 심리학자 이나미는 그의 인격적 면모를 높이 평가했다. 선한 사람, 신중한 사람, 부지런한 사람, 단호한 사람, 희생적인 사람, 의로운 사람,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고 극상찬을 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문재인한테는 ‘2% 부족하다’는 양면적 평가를 내린다. 잘 정돈된 이성에 비해 욕망이 극도로 억제된, 방황하지 않는 파우스트랄까. “문재인은 선한 정치인이지만, 너무 엄격한 잣대로 추상같은 법 집행만 고집한다든가 혹은 세상을 선함과 악함의 이분법으로 나눈다면 많은 사람과 자원을 잃어버릴 수 있다. …‘선한 문재인’이 누군가로부터 ‘위선자 문재인’으로 공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단호함은 때로 ‘차가움’이나 ‘가차 없음’ 혹은 ‘융통성 없음’으로 비칠 수 있다. …자신의 소신이 100% 옳은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따져보고 되돌아봐야 할 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문재인에게는 그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의리 있는 사람들이 더욱 소중할 수 있다. …그의 측근들이 최순실이나 김기춘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할 것이다. …크고 선한 눈의 문재인에게 그런 냉철함과 단호함이 과연 있을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운명에서 희망으로>) “설레발도 치지 못하고, 분위기 띄우기도 잘 못하는” 문재인의 롤모델은 다산 정약용과 정조 때 이덕무 같은 실용주의자다. 그는 유전자변형식품(GMO) 논란에 대해 “인공적인 생태근본주의는 반대한다. 무 자르듯이 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문재인의 그런 ‘실용주의’는 상당한 정책적 합리성과 현실성을 갖췄으면서도, “그래서, 좋다는 거냐? 나쁘다는 거냐?”라는 거친 공격에 자칫 중심이 흔들리기 쉽다. 그는 81만 개 공공 일자리를 늘린다면서도 큰 정부로 가는 것은 아니라 하고, 막대한 재원을 ‘증세’보다는 ‘조세개혁’으로 우선 조달하겠다고 말한다. “지금보다 큰 정부로 가겠다” “전면적인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왜 분명하게 자기 신념을 말하지 못하는가? (장인이 공산주의자라는 공격에) “그러면 마누라를 버리라는 말이냐”고 정면 돌파했던 노 전 대통령의 직관적 행동이 문재인한테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의 이런 애매모호함을 두고 한편에선 그가 세상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모르겠다고 지적하지만, 지지자들은 ‘합리적 개혁성’ 또는 ‘분별 있는 열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편 가르는 근본주의 극복해야 “문재인은 개혁 의지가 분명하다. 참여정부 시절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원인과 처방도 안다. 무엇보다 개인적 약점이 없다. …누구보다 제도의 합리적 개혁을 통해 세상을 바꿀 능력을 갖춘 적임자이다.” “최선에 해당하는 무결점의 영웅을 찾기보다는… 국가 정상화의 어려운 여정을 끝까지 함께할 최적의 일꾼에게 무겁고 중요한 임무와 책임을 맡기고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그래요 문재인>, 은행나무 펴냄, 2017) 문 후보에게는 그의 앞날에 큰 기대를 걸면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두 개의 시선이 뚜렷이 교차한다. 대세에 가장 근접한 후보이기에 교차각이 더 예리하다. 무엇보다 ‘우리 안의 근본주의’를 성찰해야 한다는 요구나,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수용하는 열린 태도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다. “노무현 대통령은… 보수층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임기 내내 노동계나 진보적인 사람들한테도 많은 실망을 안겼다. 워낙 기대가 컸기 때문일 수도 있고, 모든 것을 다 대통령에 투사하는 국민 정서 탓일 수도 있다. …통합을 말하면서도 선을 긋고 편을 가르는 근본주의에 대한 반성과 경계는 문재인이란 개인이 정치인생 내내 안고 가야 할 과제이다.”(<운명에서 희망으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뀔까? 경직된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크게 세상을 아우르는 길을 열어갈 수 있을까?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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