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찬조 연설자로 나서 큰 반향을 얻었다. 대선 당시 윤 전 장관(맨 왼쪽)이 부산 서면에서 문재인 후보의 유세를 돕고 있다. 공동취재단
찬조 연설의 원조 스타는 가수 고 신해철씨다. 그는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찬조 연설자로 나서 경기도 의정부 여중생 미군 장갑차 사망사건 등을 언급했다. 그는 “국민이 자존심을 다쳤다. 이 나라 대통령은 미국과 당당히 맞서고 우리 할 말을 해야 한다. ‘다 마찬가지야’ 하고 정치에 대한 환멸을 던진다고 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당시 신씨는 연설을 위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보편적이지 않던 당시 그의 연설은 젊은 층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10분 찬조 연설 방송 비용은 2억원 찬조 연설에는 전직 대통령들도 참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찬조 연설자로 나섰다. 당 부총재였던 그의 연설은 영남권에서 반DJ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을 얻었다. 이 연설은 전체 TV 찬조 연설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찬조 연설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 여사를 보면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며 중·장년층에 ‘육영수 향수’를 자극했다. 당시 TV 화면에 박 전 대통령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로 소개됐다. 텔레비전 찬조 연설은 후보의 인간미를 부각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데 기여한다. 19대 대선 찬조 연설자의 면면에서도 이 점은 분명히 드러난다. 문재인 후보 쪽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부인 민주원씨를 연설자로 내세웠다. 민씨는 “안 지사가 문 후보에 힘을 보태고 싶어 하지만 공직자는 선거에 나설 수 없다는 선거법 때문에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했다. 당내 경선에서 중도·보수층을 중심으로 21.5%를 얻은 안 지사 지지층을 흡수하려는 포석이다. 문 후보 쪽이 2차 연설자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를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교수는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싱크탱크 격인 국가미래연구원장을 맡아 경제공약 설계에 일조한 바 있다. 보수층을 향한 외연 확대 전략인 셈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쪽은 송명순 예비역 준장을 내세웠는데 안보 쪽에 취약한 이미지를 불식하려는 전략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쪽에서는 부인 이순삼씨가 연설을 맡았다. 이씨는 “남편은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속이 깊은 사람이다. 거칠어 보이지만 속은 깊고 따뜻하다”고 말했다. 설거지 발언과 돼지발정제 논란으로 쌓인 홍 후보의 가부장적 독불장군 이미지를 덜어보려는 셈법이다. 찬조 연설 비용은 결코 싸지 않다. 10분가량 방송하는 데 2억원가량 든다. 선거운동 기간(4월17일~5월8일)에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틀어 22차례 할 수 있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쪽은 찬조 연설 대신 한 편당 2천만원가량 드는 선거 광고를 내보내기로 했다. SNS 타고 끊임없이 재생되는 연설 비싼 찬조 연설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찬조 연설이 선거판을 뒤흔들 만큼 위력을 지니지 못한다면서도 SNS가 활성화되면서 중요성은 커졌다고 말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선거 막판에는 유권자 다수가 지지 후보를 정한 상태다. 그래서 후보자가 직접 나서는 텔레비전 토론 뒤에도 후보를 바꾸는 비율이 높지 않다. 찬조 연설 역시 결정적 영향을 주기 어렵다. 그러나 과거엔 찬조 연설이 일회성으로 끝나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면 이제는 SNS가 활발해 공감을 얻은 연설은 끊임없이 재생된다.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훨씬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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