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은 ‘독자 노선’을 걷는 안 후보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이번 인터뷰에선 반문 연대를 둘러싼 논란뿐 아니라 4월 말 이후 눈에 띄는 지지율 하락 현상, ‘촛불 시민’이 원하는 개혁 실현 여부, 사립유치원 논란에 대해 안 후보의 솔직한 답변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소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졌다. 안 후보가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 의견을 중심으로 ‘디테일’한 질문을 보냈다. 이같은 공격적이고 꼼꼼한 질문을 극복해 유권자를 설득해내는 게 대선 후보가 감당해야 하는 의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보수층의 지지를 받아 당선될 경우 촛불 시민이 요구한 개혁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중도뿐 아니라 합리적인 보수들도 위기의 나라를 구하기 위해 광장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념과 지역, 세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미래를 만들 각오로 뛰고 있다”고 답했다. 또 그가 내놓은 비정규직 남용 방지 대책인 ‘직무형 정규직’이 적용될 수 있는 업무가 전체 비정규직 규모에 견줘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공·민간 구분 없이 거의 모든 부문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다. 신설 기관의 임금체계와 인사관리, 기존 기관의 신규 채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적용 범위는 점차 넓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직무형 정규직은 비정규직보다 고용안정성이 높지만 임금 등은 기존 정규직에 못 미치는 일자리를 말한다.
일부 미흡한 대답도 있었다. 최근 논란이 된 ‘사립유치원 독립운영 보장’ 발언에 대해서는 “사립유치원의 특성에 따른 운영은 보장하지만 교육은 국가가 책임지는 공교육 체계로 만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 점검 등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은 언급하지 않아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여론조사 (결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난해 4월) 총선 때를 생각하면 여론조사가 민심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바닥 민심과 빅데이터도 보고 있습니다. 국민만 믿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뚜벅뚜벅 전진하고 있습니다.
저도 모르는 연대론이 있나요? 저는 정치인에 의해 선거 전에 진행하는 ‘선거공학적’ 연대론에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그러나) 선거 이후 대한민국의 개혁을 위해 협치 또는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안에 대해선 열려 있습니다. 재벌 개혁, 검찰 개혁, 정치 개혁 등 대한민국 개혁 과제에 동의하는 분들과 힘을 합쳐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 겁니다.
저는 여러 차례 패권주의 세력에게 또다시 나라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지만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정당 전체에 대해선 그렇게 말씀드린 적이 없습니다. 민주당에도 실력 있는 의원이 많이 계십니다. 개혁 과제에 동의한다면 당연히 협치할 겁니다. 선거에서 승리한 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지지층은 다양합니다. 진보, 중도, 보수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촛불혁명을 일으킨 국민도 다양합니다. 중도뿐 아니라 합리적인 보수들도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광장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두 애국심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십니다. 저는 이념과 지역, 세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미래를 만들 각오로 뛰고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도 산업화·민주화 시대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를 준비할 젊은 지도자를 가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월11일 사립유치원 교육자대회에서의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 자제” 발언에 대해 유아 공교육 강화 기조와 배치된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사립유치원 독립운영 보장하겠다”는 발언도 나왔습니다. 안 후보의 또 다른 정책인 2-5-5-2 학제 개편에선 ‘유아교육 단계를 공교육화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사립 비율이 높은 유치원에 ‘독립운영을 보장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요? 사립유치원을 공립화하겠다는 것인가요, 아니면 사립이라는 설립 체제를 유지하면서 예산만 지원하는 것인가요?
보육과 교육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책임지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유치원을 공교육으로 전환하고, 유치원을 유아학교, 즉 명실상부한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시키겠습니다. 사립유치원에 대해 독립운영을 보장하고 시설의 특성과 그에 따른 운영을 인정한다는 것은, 사립유치원의 특성에 따른 운영은 보장하지만 교육은 국가가 책임지는 공교육 체계로 만들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공교육 내에 사립학교가 있는 것처럼 사립유치원 운영의 독립은 보장하지만 교육은 국가가 책임지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이는 국공립과 민간 유치원의 교육적 차별을 해결함으로써 출발선을 평등하게 만들려는 유아교육 정책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는 (유아)교육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입니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2년간 1200만원을 지원한다고 약속했습니다. 청년에게 목돈을 마련해주려는 목적이라면, 기존 박근혜 정부가 내놓았던 매칭펀드 방식의 목돈 적립과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소기업 임금 보전은 결국 중소기업주에 대한 혜택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도의 취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취업 뒤 일찍 그만두는 것은, 첫째 장래 전망을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대기업과 임금 격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둘을 모두 고려한 것이 우리 공약입니다. 적금 형태의 목돈 마련 지원이 아니라 초임 격차를 일정 기간 메워주자는 것입니다. 청년이 취업을 통해 최소한 받고자 하는 임금수준을 지칭하는 ‘유보임금’과 중소기업이 제시하는 ‘제시임금’의 차이를 메우는 것입니다. 또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한 청년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청년과 중소기업이 모두 ‘윈윈’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청년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중소기업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정책입니다. 임금 격차에 대한 지원은 아니지만 지금도 다양한 형태의 고용보조금 제도가 있습니다. 그 효과가 의문시되는 것은 대부분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의 단기 지원이 끝난 뒤에는 효과를 잃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2년을 모두 채워 제대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중소기업 취업 청년들이 1년 안에 그만두는 비율이 30%에 이르는데, 2년 넘게 되면 장기근속 비율이 크게 올라갑니다. 6개월은 임금도 임금이지만 회사의 초기 모습에 실망하고 떠나는 비율이 높습니다. 그러나 2년 정도면 동료 관계가 돈독해지고 애사심도 생기고 단기간에 실망했던 사람들도 기업의 잠재력과 전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안착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겁니다. 그래서 2년으로 하자는 것입니다.
또 하나, 이 정책은 민간의 임금 격차를 정부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매개 고리가 됩니다. 대기업-중소기업-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정부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됩니다. ‘국가임금직무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는데 초임 격차를 지원하는 중소기업들의 사례가 좋은 분석 대상이 될 것입니다. 저희는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정책은 2년 뒤 기업들이 그 정도의 임금을 부담할 준비를 하도록 합니다. 중소기업은 직무능력과 생산성이 향상된 직원을 붙잡을 필요가 있게 됩니다. 형식적으로도 근로자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지만,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 는 면에서도 단순히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라고 볼 수 없습니다. 기업이 누리는 혜택은 능력 있는 직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외 사례에서 고용지원 정책의 장단기 효과를 보면 공공근로로 직접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가 없고, 훈련수당이나 고용장려금을 제공하는 정책은 단기 효과는 별로이지만 장기 효과가 나타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점도 고려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중복지-중부담’으로 가야 한다”
비정규직 남용 방지 대책으로 ‘직무형 정규직’과 근로자지원센터, 공공조달제도를 통한 페널티 부여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공공부문 직무형 정규직 규모는 전체 비정규직에 비해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공공조달의 경우 대기업 입찰이 이미 제한된 점 등에서 페널티가 약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것의 대책은 무엇인가요?
직무형 정규직은 원칙적으로 공공·민간 구분 없이 거의 모든 부문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신설 기관의 임금체계와 인사관리, 기존 기관의 신규 채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 모두 적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저임금 비정규직’과 ‘고임금 정규직’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법률상으로는 정규직이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또는 중규직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를 직무형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강화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연구직·기술직·사무직·기능직이 있다면 각각 합리적인 대우를 해주면서 정규직으로 고용안정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차이를 두고 형평을 맞출 것인지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러나 고용의 질과 직업의 가치, (노동자의 직무) 숙련을 제대로 대우하려면 이 방향(직무형 정규직)으로 가야 합니다. 대신 기존 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했던 것처럼 기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일방적으로 뜯어고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존 체계를 흔들지 않고 공공부문의 신설 기관, 새 부문에 그것도 단계적으로 (직무형 정규직을) 도입하자는 겁니다. 적용 범위는 점차 넓어질 수 있습니다.
공공조달의 경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안에서도 비정규직 비율(간접고용 포함)이 과다하면 조달 참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조달에 참여하려면 고용공시제를 적용받도록 하면 됩니다. 이 밖에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서도 비정규직 과다 사용 문제를 연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일자리 관련 공약은 고용촉진적 산업환경 개선이 큰 방향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노동시장 자체에서 일어나는 왜곡(간접고용 확산, 저임금·장시간 노동, 고용불안 등)을 개선하는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것의 대책은 무엇인가요?
간접고용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 고용불안 등은 기업의 악의적 의도 때문으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때 장점이던 ‘연공급’(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을 계산하는 형태)과 기업 복지 등이 현재에 와서는 정규직 고용 기피에서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하는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직무형 정규직 확산은 (예전이었으면 비정규직으로 고용될 이들에게) 적정한 임금체계를 부여하면서 직접고용화·정규직화를 유도하는 합리적 방안입니다. 고용불안에 대해서는 동일 업무에 기간제 근로자를 교체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기간 만료를 이유로 맘대로 계약 해지할 수 없도록 객관적이고 정당한 사유를 조건으로 부과하는 ‘출구규제’를 도입하려 합니다. 출구규제가 사유 제한 방식의 ‘입구규제’보다 더 실질적인 효과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지나친 단기근속 국가입니다. 고용불안을 완화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고용불안은 저출산, 1인 가구 급증 등 많은 사회현상의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고용 관행, 고용 표준은 이와 관련된 중요한 정책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동수당 도입,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부분 폐지, 기초연금 강화 등을 약속했습니다. 사회안전망 강화 측면에선 바람직하지만 각각 수조원의 추가 재원이 소요되는 공약들입니다. 안 후보는 법인세 인상 등 세제 개편에 대해 정부가 먼저 재정 집행을 효율화한 뒤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박근혜식 ‘증세 없는 복지’와의 차별성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복지 지출이 비교적 빠르게 늘어났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저복지-저부담’ 국가입니다. 고령화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돼 복지 수요도 그만큼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중복지-중부담’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중복지-중부담’ 수준으로 가려면 국민이 누리는 복지 혜택이 늘어나는 만큼 국민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했지만 결국 제대로 복지를 늘리지도 못하면서 (담뱃값 인상 등) 서민의 편법적 증세와 국가부채 증가로 귀착되고 말았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지출 규모를 보면 우리나라가 21%이고 이보다 낮은 국가는 홍콩·싱가포르·대만 3개국 정도입니다. 선진국인 주요 7개국(G7)은 최저 35%(미국)에서 최고 56%(프랑스)에 이릅니다. 이는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복지를 늘리겠다면서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허구이고 국민을 속이는 일입니다. 저는 복지를 늘리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도 할 것입니다. 다만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할 것입니다. 먼저,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재정지출 부분을 철저히 살펴보고 점검(세출 구조조정)해서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대기업, 고소득자 위주로 혜택이 집중되는 비과세·감면을 과감하게 정비하고 세정을 더 과학화해 세금 탈루가 없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고도 부족한 재원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세율 인상 등도 필요한 범위 내에서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육아휴직 종료 뒤 90일간 해고할 수 없도록”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하고 배우자 출산휴가도 늘리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사실상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 고소득층 정규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체 노동자의 80%가 넘는 중소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을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나요?
비정규직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첫째 육아휴직 사용으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비정규직의 안정적 급여가 확보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비정규직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을 강화하겠습니다.
안정적인 육아휴직 보장을 위해 일·가정 양립을 비롯한 고용평등 근로감독관을 대폭 확대할 것입니다. 2015년 6월 기준 근로감독관 1인(실무 인력 기준)당 담당 기업 수는 1758개, 근로자 수는 1만5천 명입니다.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 노동관계법이 철저히 준수되도록 근로감독관을 현재보다 100% 증원하겠습니다. 또 근로감독국 전담부서를 제도화해서 고용노동부의 다른 업무와 분리해 본연의 감독 업무에만 전념하도록 순환보직을 제한하겠습니다.
또한 육아휴직 종료 뒤 90일간 해고할 수 없도록 할 것입니다. 현재는 육아휴직 기간 중에만 해고 등 불이익을 주는 조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종료 뒤에도 해고 금지를 명시해 고용안정을 확보할 것입니다.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특성과 수요에 맞게 지원 서비스를 다각화할 것입니다. 또 육아휴직 기간에 안정적 급여가 확보되도록 하겠습니다. 육아휴직(1년)의 초기 3개월 동안엔 임금을 100% 보장하면서 상한액을 현재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리고, 나머지 9개월 동안의 급여도 60%까지 상향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안정된 급여를 받으면서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글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사진 안철수 캠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