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후보가 제1호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부부 출산휴가 1개월 의무제 등 생애단계별 육아 정책(슈퍼우먼방지법)은 자신의 쓰라린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다. 일하는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슈퍼우먼이 되기를 강요받는 현실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제가 정치를 하게 된 것은, 노동운동을 오래 하면서 느낀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방망이를 두들기는 그 자리, 정치적 결정의 자리에 노동자 서민을 대변하는 힘이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것을 느꼈지요. 노동조합이 발전하고 노동계가 강력한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을 바탕으로 강력한 진보정당이 서 있는 유럽의 복지국가들을 보면서, 우리도 그런 좋은 정당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일념이었습니다.”(<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013)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25년간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심 후보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의원이 된 뒤엔 기득권 타파에 앞장섰다.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 폐지, 철도 무임승차제 폐지, 국회의원 특별활동비 영수증 제출 의무화 등이 그것이다. 그는 ‘경제 저격수’로도 유명하다. 17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활약하며 당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특별위원장, 삼성 비자금 특별대책위원장 등을 맡았다. 심 후보는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노회찬, 유시민, 이정희 등과 힘을 합쳐 2011년 통합진보당(통진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 등으로 폭력 사태가 빚어지자 통진당을 탈당해 진보정의당을 거쳐 정의당을 창당했다. 노동운동의 길도 험난했지만 진보정치의 길도 순탄치 않았다. 그는 2008년 18대 총선 패배 뒤 쓴 책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에서 이렇게 말한다. “2008년 4월10일. 버릇대로 새벽에 눈이 떠졌다. 벌떡 일어나려다 어제까지와는 다른 새벽임을 깨닫는다. 그래, 선거는 끝났고 우린 패배의 쓴잔을 들었지. … ‘이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의석 하나 못 건진 당은 어떻게 하나’ 온갖 상념이 꼬리를 물었다. 나보다 더 절망할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생각이 미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진보정치는 ‘관념’에서 ‘생활’ 속으로 내려와야 한다. 진보정치에 대한 신뢰는 몇 가지 정책 제시만으로 획득될 수 없다. 더 나은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생활 정치의 모범을 만드는 일, 그 지루하고 지난한 과정을 생략한 것, 그것이 민주노동당의 패배가 준 가장 큰 교훈이었다.” 버릴 것과 지킬 것 사이에서 심 후보는 노동운동가 출신 3선 의원이다. 그는 14년째 “버릴 것과 지킬 것 사이에서 계속 배우며 대중적 진보정치로 나아가겠다”는 각오를 품고 뚜벅뚜벅 진보정치의 길을 가고 있다. 그는 “비주류로 살더라도 내 중심을 분명하게 쥐고 가는 것, 그게 제가 가진 자부심의 원천”(<심상정: 이상, 혹은 현실>)이라고 말한다. 5월9일 치르는 19대 대선은 심상정의 세 번째 대선 도전이다. 그는 3월 대선 출마 선언에서 “노동 존중을 국정의 제1과제로 삼고 돈보다 생명과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 돈이 실력이 아니라 땀과 노력이 실력인 사회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선 완주와 두 자릿수 지지율을 목표로 한다. “타인의 삶에 대한 측은지심이 있느냐, 그것이 진보와 기득권 세력의 본질적인 차이입니다. 그 마음은 동정심이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이해입니다. 나 또한 그런 인간이고, 그것에 공동의 책임을 느끼는 것, 그런 이해가 없이 좋은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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