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월1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선 그는 여전히 ‘지지율 3%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심상정 후보는 ‘진보의 적통’이자 ‘노동자 후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심 후보에게 비판적인 일부 진보와 노동계 인사들은 그가 중요한 정치적 국면에 내린 결정들에 대해 ‘탈당정치’ ‘분열정치’ 등 비판의 날을 세운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심 후보가 속한 정의당에 대한 일반 유권자의 신뢰가 높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정의당 지지율은 4%대에 머물러 있다. 진보정당에 낙인처럼 찍힌 ‘불법성, 급진성, 폭력성, 종북’ 등의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한 탓이다. 실제 심 후보가 2012년까지 몸담은 통합진보당(통진당)에서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이 터졌다. 당시 당 중앙위원회가 비례대표 총사퇴를 의결했지만, 당권파가 이에 저항하면서 폭력 사태까지 빚어졌다. 곧바로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당시 의원의 내란음모죄 혐의를 수사했고, 2014년에는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을 결정했다. 소속 국회의원들의 직도 박탈됐다. “법의 칼을 빌린 정치 탄압” “이석기 그룹의 활동이 잘못이더라도 10만 명의 당원을 지닌 통진당 전체의 행동과 곧바로 같이 볼 수 없다”(<한겨레> 2014년 12월30일치 사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일반 유권자의 기억 속에 새긴 진보정당의 ‘주홍글씨’가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진보정당 일부가 북한 핵실험 규탄 결의를 집단 거부하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을 비판하는 모습도 정의당을 포함한 진보정당에 대한 한국 사회의 선입견을 두텁게 했다. 심 후보 자체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눈빛도 있다. 그가 한국 진보정치의 결정적인 여러 순간에서 탈당하거나 당원들에게 위임받은 직책 등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분열정치’를 해왔다는 것이다. 심 후보는 2008년 이후 ‘정치적 둥지’를 두 차례 박차고 뛰어나온 적이 있다. 심 후보는 통진당이 경선 부정 의혹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2012년, 노회찬 의원 등 이른바 ‘신당권파’와 함께 “당내 낡은 질서와 패권에 야합할 수 없다. 대중적 진보정당 창당에 힘쓰겠다”며 통진당을 탈당했다. 이어 한 달 만에 심 후보가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통진당은 논평을 통해 “심 의원이 당원들에게 크나큰 고통과 상처를 주고 떠난 두 차례 분열의 역사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심 후보는) 진보세력에 씻을 수 없는 대죄를 지은 장본인이며 철새 정치인의 표상이다. 진보세력의 대표 주자가 될 수 없음은 물론 대통령 후보의 자격조차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2008년에도 노회찬 당시 의원과 함께 “친북주의에 물들지 않은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한다”는 명분으로 민주노동당(민노당)을 탈당했다. 당시 이들의 선택으로 2000년대 초반 이후 진보세력 정치화의 중심이 됐던 민노당은 분당 사태를 맞았다. 심 후보는 2004년 자신이 분당 위기로 몰아넣은 민노당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진보 성향 인사들은 “2007년 대선에서 패배하자 이른바 (심 후보가 속한) ‘평등파’(PD) 인사들이 민노당을 탈당해 만든 진보신당은 탈당정치, 분열정치의 대표적인 예”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진보세력에 중요한 선거 국면마다 심 후보가 맡은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사퇴’했던 이력도 논란거리다. 심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가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그는 문 후보와의 공동선언문에서 “더 확실한 나쁜 길은 박근혜 후보에게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가능성은 문재인 후보에게 있다. 방관이 아니라 참여로 결단해야 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진보 진영 한쪽에선 심 후보의 ‘가벼운 선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는 2010년에도 진보신당 후보로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섰다가 “이명박 정권 심판”을 명분으로 당시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이때도 진보정당 지지자들이 기자회견을 막는 등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심 후보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각종 인터뷰와 토론에서 “절대 사퇴는 없다. 나의 퇴장은 촛불시민의 퇴장이다.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해명을 끊임없이 내놓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면 심 후보는 2007년 이후 세 차례나 대권에 도전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선 민노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떨어졌고, 2012년 대선에선 진보정당 최종 후보로 나섰다가 자진 사퇴했다. 지난 10여 년간 진보 진영은 심 후보에게 정치적 역량을 집중 투입해왔다. 심 후보가 ‘좋은 후보’라는 평가를 얻는 데 큰 기여를 하는 정책들도 개인의 것이 아니라, 당내 정책 스태프가 역량을 총결집해 만든 것이다. 심 후보에 비판적인 이들은 그가 그동안 진보 진영 내부에서 얻어온 ‘기회’에 견줘 실제적 성과를 통해 진보세력 확대에 기여한 부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꼬집는다. 지난 10년간 진보 진영의 대표 역할을 해온 이가 심 후보보다 더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면 어땠을까? 진보정치에 밝은 한 인사는 이렇게 말한다. “대선에서 진보정당 득표율이 3%만 넘으면 역대 최다이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 대선 후보로 나섰던 심상정은 여전히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한국 진보세력이 쌓아온 역량과 자원이 심상정에게 엄청나게 투입됐는데도 그렇다. 그가 당내 정치에는 강하지만 일반 유권자를 끌어올 만한 자기 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곱씹을 필요가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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