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토지 자산 가치가 6500조원입니다. 지금도 토지 자산이 있으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를 냅니다. 이것이 9조원 정도인데, 너무 적어요. (6500조원의) 0.001% 정도. 자동차를 보유한 사람들은 시가의 2%를 냅니다. 그러니까 (토지 자산에 대한 세금도) 조금 더 내자는 거예요. 국민 1인당 (기본소득을) 30만원씩 지급할 수 있는 만큼, 15조원 정도 증세하자는 거죠. 9조원에 15조원 추가해봤자 (6500조원의) 0.3∼0.4% 정도 됩니다.
우리가 설계한 바에 따르면 국토보유세를 내서 손해 보는 사람은 5% 이내예요. 집 100∼1천 채, 임야 수십만 평 가진 땅부자, 특히 비업무용 토지를 수백조원대로 가진 재벌들, 이 5%가 (국토보유세 세율을) 최대 2.5% 내는 거죠. 나머지 95%는 (국토보유세를) 안 내고 30만원을 받거나, 낸 것보다 더 많이 받게 돼요. 토지 없는 사람이 태반이고, 토지가 있어도 집터나 아파트 부지 정도라.
아예 기본소득 계산기를 만들었어요. 그거 눌러서 ‘야, 이거 나 손해다’ 이런 사람은 100명 중 한두 명 있을까 말까예요. 조세 저항이 없다고 봐야죠. 그때부터 조금씩 늘려가는 겁니다. 기본소득 목적세를 주식, 현금, 금괴 가진 사람 등으로요. 물론 그 사람들은 화내겠죠? (웃음)
서민들에겐 한 달에 10만원이면 엄청나게 큰돈입니다. 월급 10만원 오른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것도 매년 분기별로 지급된다면 얼마나 기대가 크겠어요. 푼돈이란 건 논리적 함정이 있어요. 그런 논리로, 부자나 대기업에 돈을 주는 건 투자라 하고, 개인들에게 주는 건 낭비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주장해왔어요.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게 훨씬 투자 효율이 높아요.
바로 그거죠. 왜 돌려줄 세금을 걷느냐고 말할 수 있죠, 그냥 놔두지. 첫째는 자산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효과가 있어요. 분배와 재분배가 제대로 돼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건 이젠 그 유명한 IMF(국제통화기금)도 권장하는 방식이니까요. 경제활성화의 마중물도 되고요.
돈을 현금으로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만 쓰는 지역화폐로 줄 겁니다. 예를 들어 부산에 350만 명이 삽니다. 국토보유세까지 합치면 (기본소득으로) 1인당 85만원 정도 돌아가요. 3조원이 부산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권으로 풀리는 겁니다. 부산 경제가 확 살아나죠. 이 돈은 저축이 불가능해요. 그것도 대형 유통점에선 못 쓰니까 전부 자영업 매출이 됩니다.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는 링거 구실을 하는 겁니다.
그 말도 일리 있죠. 절대빈곤 단계에선 필요해요. 저도 이 정책을 하면서 절대빈곤층에 대한 보장은 그것대로 하죠. (연 100만원의 노인배당은) 결국 기초연금을 늘려주는 것과 비슷해요. 한 달에 8만원씩을 기초연금으로 더 주면 욕을 안 했겠지요. 똑같잖아요, 사실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방식인데 주요 언론, 정치적 상대방들은 제가 익숙하지 않은 것을 가져왔다는 이유로 공격해요. 왜 그따위로 효도를 해! 그러는 거죠. 효도 자체를 부정할 길은 없으니까.
장기적으로 보면요. 선별적으로 약자를 우선 보호하자고 하면 조세 저항이 생깁니다. 세금 내는 사람이 ‘왜 나는 안 줘?’라는 마음이 생겨서 그걸 확대할 때마다 저항이 생겨요. 실제로는 복지가 안 늘어납니다. 복지의 역설이죠. 그런데 (선별적으로 주는 100만원 말고) 1인당 30만원씩 전액 지급한다고 하면 조세 저항이 (토지 자산 상위) 5% 빼고는 없다니까요. 국민이 세금을 냈는데 (국가가) 이를 아껴서 최대한 많이 돌려준다면 국민도 세금을 더 내고 싶죠.
김미화씨가 지난 2월22일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 성남시장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기본소득제가 성공한 사례가 있나요.시도한 사례가 없죠. (웃음) 뭘 했는데 실패한 게 아니라 뭘 제대로 해본 사례가 없죠.
우리나라에선 성공할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세요.알래스카 예가 있죠. 미국의 주 중에 소득불평등도가 가장 낮고 가장 행복한 주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연간 100만원 정도 기본소득 지급이 있어요. 무슨 재원이냐면, 알래스카가 가진 지하자원 개발이익 일부를 기금으로 만들어 국민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우린 지하자원이 없잖아요.땅이 있잖아요.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 있잖아요. 공기, 물, 국토, 인프라, 문화가 있잖아요. 다 공동재산인데 이걸로 돈 번 사람들은 왜 자기가 다 가져버리죠? 그중 일부를 부담해도 돼요.
대통령이 돼서 실험을 하다 변수가 생기면 수정할 수도 있으시죠. 그게 꼭 나쁜 건 아니잖아요.저는 원래 옳은 일이고 마음먹은 일이면 누가 막아도 합니다. 성남에서 그랬죠. 대통령과 싸워가면서 압수수색, 내사, 감사를 1년 365일 계속 당하면서도 밀어붙여 성남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교복 지원·산후조리 지원금)라는 걸 다 했어요. 또, 이건 옳은 일이잖아요. 당연한 거를 집행하는 것은 행정가나 관료가 하는 일이죠. 정치인이 하는 일은 옳은 길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저항이 있다고 해서 안 해버리면 현재 상태에서 발전이 뭐가 있겠습니까.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게 우리 모두의 꿈인데 그건 싸우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그런 의지, 용기, 실천력이 없으면 할 수 없죠.
그런 걸 본인은 갖췄다?저는 성남시라는 작은 곳에서 일을 했는데 (정책들이 전국적으로) 크게 뻥튀기처럼 커졌잖아요. 이 작은 걸 맡겨놔도 이렇게 잘하는데, 저한테 큰 권력이 주어지면 얼마나 더 많이 할 수 있겠어요. (웃음)
스스로를 투사라 생각하시나요.지금까지 이른바 사회 기득권, 부정부패 세력과 싸운 게 제 삶 자체였어요. 그것 때문에 국민이 인정해주시기도 하는 거니까 그렇게 보시는 건 당연한 거 같아요. 다만 지금 한양 도성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까, 그러려면 한양 도성에 맞는 패션으로 조금 바꿔야 되겠죠.
기질이 쉽게 바뀔까요.아, 그걸 바꿀 필요는 없죠. 제 장점인데요. 다만 조금 작전을 바꾸기로 했어요. (웃음) 제가 변방의 장수로는 맞는데 대한민국을 경영할 사람인지에는 국민이 약간 부족한 면을 느끼는 거 같습니다. 보완해야죠.
언제부터 대통령이 되고 싶으셨어요.대통령은 하나의 정치적 수단에 불과해요. 제가 만들고 싶은 세상, 세상을 살고 싶은 방식, 그거를 유지하는 데 가장 유용한 수단이 뭘지 고민한 거지, 대통령 직위 자체를 별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성남시장 역할을 열심히 해서 나름 성과를 내다보니 ‘어, 이재명도 대통령 한번 해보면 좋겠네’ 하는 분이 많이 생겨난 거죠. 어느 날 국민들이 호출하기 시작하니까 ‘아, 그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그랬죠. 제 지지율 2%가 1년 지속됐잖아요. 2%는 통계적으로 100만 명이에요.
엄청 많네요.엄청 많죠. 그게 1년 지속되니까 국가경영 비전을 준비하고 수단과 정책도 준비하고. (마음먹은 지) 1년6개월 된 거 같아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 않는 것” 당에서 3위인데요.격차가 많이 난다고 해도 2 대 1, 3 대 1 선거 수준 아닙니까. 우리 지지층이 다른 지지자보다 두 배 더 열정적이면 이기는 겁니다. 뭐, 국민 여론조사로 (최종 후보를) 결판내는 게 아니고 결국은 (선거인단) 100만 명, 많아야 200만 명이 투표하는 건데요. 200만 명이 등록해도 투표는 100만 명 넘기 어렵거든요. 절반은 포기합니다.
이변을 어떻게 만들어내실 건가요.정책이나 공약이 멋있다고 한들 (경선이) 아이디어 경진대회는 아니잖아요. (웃음) 좋으면 서로 베껴서 하고 그러다보면 마지막 단계에선 후보들의 공약이 다 똑같아져요. 결국 그 많은 약속을 과연 누가 지킬 수 있을까. 그건 과거에 그가 약속을 지켰는지, 안 지켰는지로 알 수 있거든요. 저처럼 공약이행률 96%, 그거는 뭐 제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 않는 거죠. 지금 대선 준비하는 교수진이 엄청 힘들어해요. 제가 ‘전체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이 얼마인데 거기 (공약 재원이) 포함돼요?’ ‘즉시 실행할 수 있어요?’ 이런 거 따지거든요. 보통은 좋은 이야기만 죽 쓰지 않습니까.
그래도 당선될까 말까죠. 그러니까요. 저는 그 길로는 안 가려고요. 왜냐면 그 길은 이미 꽉 찼어. (웃음)
틈새를 노린다?사람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가진 틈새죠. 그래도 거짓말하지 않는 정치인이 있지 않을까. 초지일관하는 정치인이 있지 않을까. 자다 깨서 벌떡 일어나서 막 헛소리를 해도 일관성이 있는 사람이요. (웃음) 제가 막말하는 것 같아도 안 그렇습니다. 국민과의 약속에 해당하는, 정치 행위와 관련된 건 철저하게 준비합니다. 이런 걸 통해서 생긴 신뢰가 좀 있는 거 같아요. 저 사람은 좀 할 거 같은데, 근데 왜 혼자밖에 없을까.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은데요, 저 외롭지 않아요. 민주당이라는 거대 세력이 있고 그 안에서 함께하면 되니까요. 민주당이란 거대한 자산과 정책과 힘을 배치해놨는데 그걸 지휘할 헤드, 마징가제트나 로보트태권브이로 치면 조종간 잡을 사람을 고르는 거란 말이에요. 철이·영희가 들어가면 되지, 갑옷 입고 막 덩치 이만한 사람이 거기 못 들어가잖아요 .(웃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 2개월 이내에 바로 내각이 구성돼야 합니다. 참모진 구성은 돼 있나요. 그건 정치 기득권자들이 만든 신화, 미신이죠. 저도 지금이라도 내각 명단 발표할 수 있어요. 좋은 사람들 누구누구 하겠다고 하면 되지, 뭐. 그런데 그렇게 하면 어떡해요. 만약 저와 관계없는 사람을 내각으로 발표하면 ‘네 사람이냐’ 물어볼 것이고, 만약 저와 관계있는 사람을 하면 ‘그러면 너만 하겠다는 거냐?’ 이렇게 나올 거예요. 왜 내 사람을 써야 합니까. 나쁜 거잖아요. 그게 (최)순실이지 뭐예요. 당의 후보가 되면 두 달 안에 얼마든지 당의 인적자원을 배치할 수 있어요.
같은 정당 후보 비방 말고 본인 정책 홍보를 더 해주시면 안 되나요. 제가 허물을 지적한 적이 없는데요.
“막 까도 됩니다, 그럼요” 이재명 성남시장의 손. 이 시장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한 ‘소년공’ 출신이다. 그때 프레스 기계에 왼쪽 손목이 끼는 산업재해를 당해 팔이 굽었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전 대표더러 ‘공약 읽지 말고 나와서 토론하자’ 이랬죠.그게 네거티브인가요? 경쟁과 비방은 구분해야죠. 권투에서는 때려야 해요. 때려야 이기지, 도전자가. (웃음) 꼬집지 마라, 발로 차지 마라. 이런 규칙은 지키되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요. 재벌에 대해서 왜 법인세 증세하자는 소리 안 하냐, 토론하자고 하는 게 어떻게 비방입니까.
최초의 노동자 후보인데 왜 노동자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하지 않을까요. 음, 우리 사회의 슬픔입니다. 노동자들이 자기가 노동자인 줄 몰라요. 노동자임을 심지어 부인해요. 근로자라고 하면 왠지 안심이 되고요. 제가 근로자라는 말 안 쓰죠. 황국신민의 신성한 노동을 근로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노동은 나쁜 것, 노동자는 빨갱이라고 가르쳤어요. 저 압니다. 저 노동자 이야기하면서 표 떨어졌어요. 제가 알면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노동부 장관 시키겠다고 이야기한 거예요. 우리가 표를 얻기 위해서 철학과 가치를 버리면 진짜 세상은 언제 바뀝니까.
정권을 잡았는데 개혁 입법이 발목 잡히면 어떻게 할 건가요.제가 성남에서 한 것처럼 하면 됩니다. (성남의회에서) 새누리당이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제가 하려는 거 100% 부결, 삭감이었습니다. 제가 거기서 탈출해서, 방해에도 불구하고 거의 공약률 96%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단순해요. 시민과 함께하면 됩니다. 교육 예산이 삭감되면 학부모와 같이 손잡고 싸워서 설득해 그 의원들 압력으로 결국은 통과시키는 거죠.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 의사를 제대로 결집해서 하면 다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약간의 정성이 필요하죠.
검찰총장, 공영방송 사장, 국세청장 등 국가기관장 직선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일단 언론은 경영주체를 공정하게 선정하는 게 중요한데 방송사 사장을 어떻게 국민이 직접 선거로 뽑겠어요? 직선제는 과한 거 같아요. 그래서 예를 들면 여야 동등 비율로 이사회를 구성해서 거기에 노동자, 즉 기자들이 대표로 노동이사제로 참여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예요. 국세청장도 누가 뽑을 건데요? 이것도 (대통령이) 공정하게 인사하면 되죠. 다만 검사장은 직선제를 하면 좋겠어요. 지역 검사장은 미국에서도 하고 있는 거니까.
‘국회의원 3선 제한’을 공약으로 내걸면 찍겠다는 분도 많은데요.그건 실현 가능성이 없을 듯해요. 전 실용주의자라서 필요한 것만 할 수 있는 것만. (웃음)
나중에 대통령이 됐는데 제가 풍자를 해요. 막 까셔도 됩니다.
마구 까도 돼요? 제대로 된 풍자 코미디를 해보고 싶거든요그게 제일 재밌어요. 막 까도 됩니다.
정말요? 약속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 제가 엄중하게 책임을 물으려 하지, 욕하고 그런 거는 신경 안 써요.
재밌게 코미디 할 수 있게 좀 도와주십쇼.대통령이 좀 될 수 있게 도와주십쇼. (웃음)
새 터전 위에 새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지그는 매우 솔직하게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고 알려주고 싶어 했다.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해 내가 A부터 Z까지 꼬치꼬치 묻자,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선 갑자기 코에 힘이 팍 들어간다. 너무 가까이 앉아 있던 내 눈에는 팽창한 콧구멍이 또렷하게 보인다. 벌렁!
인터뷰가 끝나고 말했다. 이야기를 하다가 강조하고 싶은 대목에선 코에 힘이 들어가면서 벌렁 하는 게 다 보이더라고. 그의 얼굴이 금세 붉어진다. “앗! 그게 내 버릇인데 들켜버렸네요.”
30년 전, 한 프로그램에서 ‘쓰리랑 부부’라는 코미디를 할 때였다. 나도 남편 역인 코미디언 김한국씨를 향해 야구방망이를 들고 콧구멍을 벌렁댔다. “어따! 잠쉬 검문 있것습니다. 어제 이 과장님 어머님 돌아가셔서 상가에서 밤을 새우셨다는 김행국씨~ 얼매나 힘드셨습니까잉~. 그런디, 으짤거나~ 이 과장님 어머님은 이미 석 달 전에 돌아가셨다고 허는디~ 워쩔까나잉~. 이것이 거짓말을 허고 집엘 안 들어왔어야 잉~!” 그러면 김한국씨는 “음메~ 기죽어~” 하고 꼬리를 팍 내리는 그런 연기를 했다. 옛 생각이 떠올라 살짝 웃음이 나왔다.
할 말은 하는 이재명. 청산할 것은 청산하고 새로운 터전 위에 새 그림을 그리겠다는 그의 의지대로만 된다면 이 나라의 장래가 무슨 걱정이랴. 일면, 이재명 같은 좌고우면하지 않을 저돌적인 대통령도 참 좋겠다 싶다.
글 김미화 코미디언정리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