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행보가 아리송하다. 대선 출마 여부엔 침묵하면서, 행보는 대선 주자를 방불케 한다. 1월20일 경기도 파주의 중소기업 공동직장어린이집을 방문한 황 권한대행. 청와대사진기자단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반기문은 오락가락했지만 황 권한대행은 확실한 보수의 적통이다. 출마한다면 탄핵 국면에서 억눌렸던 보수층의 지지가 그에게 확 쏠릴 수 있고 문재인, 안철수 의원 등과 바로 3각 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황 권한대행이 고물상집 아들 출신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나름의 스토리와 지지 기반을 갖춘 것으로 판단한다. 법무부 장관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한 이력과 국정 운영 경험을 갖춰 보수층에 충분한 호소력이 있다고도 본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이 새누리당의 바람대로 보수의 대안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파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치명적인 족쇄다. 초대 법무장관을 시작으로 총리까지 최고 요직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이 정권에서 책임 있기로는 몇 손가락 안에 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보수 대안? 난관·장애물 수두룩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바타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과정에서 과연 총리가 뭘 했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같은 비판이 터져나온다.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는 말도 안 되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미친 짓’이라고 트위터 글을 올린 정진석 의원은 “그는 늘 박근혜 정부와 함께 했던 사람이다. (그가 나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조차 명분이 궁색한 모습이다. 그는 “오르는 지지율 말고 뭐가 있겠는가. 공동책임론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당원들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외연 확장 가능성이 희박한 것도 장애물이다. 강경보수 이미지 탓에 극보수, 박근혜 지지층을 빼면 세를 확장할 여지가 마땅치 않은 한계가 분명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큰 틀에서 보면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을 흡수한 것에 불과하다. 억눌려온 강성보수층이 울분을 쏟아낼 배출구로 삼은 정도에 불과하다”며 “정권 심판 여론이 8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지지율이 올라도 15%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새누리당과 갈라진 바른정당에서는 황 권한대행과 정체성이 달라 막판 범보수 후보 단일화를 이룰 수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황 권한대행이 출마한다면 비상시국에서 국정과 대선을 관리할 직무를 팽개치고 심판이 직접 선수로 나선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일부에선 병역 면제, 전관예우 의혹이 검증 과정에서 다시 불거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헌재 탄핵안 인용 여부가 분수령 대선 출마에 대해 황 권한대행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선 “(출마 계획이) 전혀 없다”고 했지만 이후엔 “이미 이야기했다”며 말을 아끼거나 소이부답이다. 그러면서 하루 평균 3~4건의 일정을 소화하며 대선 주자급 광폭 행보를 이어간다. 출마에 법적 문제는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조기 대선은 공직선거법 제53조 2항 ‘보궐선거 등에 입후보하는 경우’에 해당돼 선거 30일 전에만 사퇴하면 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 인용 여부에 따라 출마가 가늠될 것이라고 본다. 인용된다면 공동책임론이 부각돼 출마 명분이 허약해지고, 기각되면 들끓는 보수 여론을 등에 업고 출마 쪽으로 결심을 굳힐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이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반기문 전 총장은 대선 행보 20일 만에 “보수의 소모품 되라는 요구를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하차했다. 여권이 그 대안으로 허겁지겁 손을 내민 황 권한대행은 어떤 선택을 할까.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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