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없던 문제가 생겨났고, 있던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갈등을 풀어야 하는 정치도 바빠졌다.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의 성산 주민들, 해군기지 건설로 10년째 고통받는 강정 주민들, ‘제주 4·3사건’으로 68년간 고된 삶을 사는 희생자 등은 여전히 ‘정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제주에서 가장 바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한겨레21>이 만났다. 그에게 난개발, 주택·토지 가격 폭등, 교통량 폭증, 취업난 등 현안을 묻고 대책을 들었다. 뒤이은 기사에선 ‘낯선 아름다움’의 제주어와 제주의 아픈 역사, 독특한 문화를 다룬 책들을 소개한다.
조선 순조 13년(1813) 음력 10월 그믐날. 백성 30여 명이 제주읍 중면(현재 제주시) 거마촌에 모여들었다. 여러 마을 사람들이 민생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다.
이 모임에서 ‘상찬계(相贊契) 아전들의 민폐’에 대한 백성들의 성토가 이어진다. 이에 풍기를 바로잡고 관리의 정사 청탁을 감찰하는 풍헌을 지낸 제주 토호 ‘양제해’는 “백성들을 위해 한 목숨을 바치겠노라”며 결연히 나설 것을 약조하고 ‘등소’(여러 사람이 연명으로 소장을 작성해 관청에 올리는 하소연)할 것을 결의한다. 이게 제주에서 발생한, 흔히 ‘양제해의 난’으로 알려진 사건이었다.
반란, 유배지, 출륙금지령
시쳇말로 공무원들이 하도 주민들을 못살게 구니, 도지사를 찾아가 이의 시정을 요구하자고 논의하고 약조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밀고됐고 양제해와 논의에 참가했던 무리는 역적으로 몰려 ‘모변’(謨變)을 꾀한 대역죄인으로 둔갑됐다.
‘양제해의 난’의 진실이 밝혀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다산 정약용의 제자인 운곡 이강회의 <상찬계시말>이 2008년에 이르러 세상에 드러난 덕분이다. 역사학자 김정기는 이 사건을 놓고 “음모와 탐욕의 아전집단, 상찬계의 무한질주 궤도에 폭약을 매설하려다 발각된 제주 민중의 만만치 않은 저항운동이었다”고 평했다.
역사는 이긴 자의 기록이고, 힘센 자가 주도하는 기구한 운명이라 했던가. 대한민국 1%의 영역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제주는 막내둥이의 설움을 감내해야 했던 게 그간의 역사였다. 제주의 역사 2천 년을 얘기할 때 흔히 독립국으로서의 탐라 1천 년, 고려 복속 이후 중앙집권하의 1천 년을 일컫는다. 신화나 전설로 남은 탐라 1천 년을 제외하고 한반도 역사에 편입된 이후 제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더듬어보자. 고려시대에는 양수의 난(1168)·문행노의 난(1267), 조선시대엔 문충기의 난(1601)·강제검의 난(1862)·이재수의 난(1901) 등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도 항일운동 및 해녀항쟁(1932)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이러한 반란과 저항의 근저에는 탐관오리의 횡포와 수탈, 과도한 세금 등으로 옥죄던 질곡의 삶이 있었다. 어디 이뿐이던가. 고려시대 원나라 지배와 목호 토벌, 조선시대 출륙금지령, 유배지로서의 제주였다. 해방되고 나서도 4·3사건(1948)을 거치며 혹독한 시대의 시련과 아픔을 간직한 땅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제 제주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연간 이주민이 1만 명이 넘고 관광객도 1300만 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도제 실시 70주년, 특별자치도 출범 10주년을 맞은 올해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65만 명 인구의 섬 ‘특별자치도’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4·13 총선을 통해 거칠게나마 살펴보자. 4·13 총선. 박근혜 대통령이 30~4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새누리당 원희룡 도지사 체제에선 적어도 제주에 배정된 3개 선거구 국회의원 의석 중 1~2석은 새누리당이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 예측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제주 의석 3석에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원희룡 프리미엄도 무기력
2012년 총선에 이어 지난 4월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제주의 의석 3개를 모두 차지했다. 총선 직후인 4월15일 오영훈·강창일·위성곤 의원(왼쪽부터) 당선자가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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