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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정권 말 대형 수사 검찰의 표적은 어디로

전·현 정부 동시 겨냥 가능한 대우조선해양·롯데그룹 수사… 희대의 검사장 비리 사건 딛고 수사 성공으로 명예 회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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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18 18:33 수정 : 2016-07-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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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지난 6월8일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이 5조7천억원의 분식회계 등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박근혜 정부가 임기 말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검찰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검찰은 굵직한 사건 두 개를 손에 쥐고 있다. 하나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이다. 두 사건은 지난해 검찰이 벌였던 주요 사건과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전·현 정권을 모두 겨냥할 수 있는 수사라는 점이다.

지난해 검찰은 이명박 정부를 정조준했다. 자원외교 비리, 포스코 비자금 수사 등은 누가 봐도 전 정부가 타깃이라는 것이 뚜렷했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 친박 인사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메모를 남긴 뒤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 수사가 이뤄졌지만, 이는 검찰이 의도한 일이 아니었다. 포스코 수사의 경우 측근이 운영하는 세 회사에 26억원의 일감을 몰아주게 한 혐의로 이상득 전 의원을 재판에 넘기는 결과를 내놨다.

검찰, 전·현 정부 동시 겨냥하나

하지만 대우조선해양과 롯데그룹 수사는 다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 한 차례 수사가 이뤄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2010년 8월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사인 임천공업이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잡고 이 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 회장이 임천공업으로부터 47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이뤄졌지만 검찰은 특별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 사건의 수사에 참가했던 한 검찰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 측근 수사가 쉬울 리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천신일 회장 구속이 가능했다. 지금이야 그런 압박이 없을 테니 더 본격적으로 당시 정치권 로비 등을 파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수사를 연장하는 선에서 이번 사건을 마무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대우조선해양 수사를 맡은 것이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특수단)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수단은 지난 1월 대형 부패범죄 전담 수사의 명분을 쥐고 검찰총장 직속 기구로 출범했다. 특수단이 총장 직속 기구라는 것은 수사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든 수사 결과의 책임이 검찰총장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특수단은 첫 사건인 대우조선해양 수사를 제대로 성공해야 하는 부담을 지니고 있다. 과거 사건을 다시 뒤지는 정도로 끝내기는 어렵다.

실제 수사도 박근혜 정부 시기로 좁혀오고 있다. 특수단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지인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6월29일 구속했다. 남 전 사장의 임기는 2006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였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과 겹친다. 이어 검찰은 7월9일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5조7천억원 수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했다. 그는 2012년 4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대우조선해양을 이끌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과 상당 기간 겹친다.


특히 최근에는 2015년 10월22일 ‘서별관회의’(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체)에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을 알고도 4조2천억원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했다는 ‘특혜 지원’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수사가 고 전 사장 시절 정·관계 로비 의혹, 대우조선해양 특혜 지원 의혹 등으로 이어질 경우 박근혜 정부 실세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그룹 수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첨단범죄수사1부, 방위사업수사부 등 총 3개 부서를 동원해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3개 부서가 한 사건에 투입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애초 롯데그룹 수사의 관심은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 비리 의혹에 집중됐다.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이던 제2롯데월드 건설은 공군 성남비행장을 오가는 항공기 안전 문제로 오랜 기간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1월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가 나왔다. 순풍에 돛 단 듯 일사천리로 이뤄진 건설 허가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은 당시부터 나왔다.

지난해와 달라진 검찰의 표적

검찰은 수사 초기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와 관련한 로비 의혹 등의 단서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처음 검찰 수사는 롯데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을 형성한 의혹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 장경작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 등을 출국 금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정권 실세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롯데그룹이 살아 있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 정부 실세들을 향한 로비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징후는 이미 나타났다. <아시아투데이>는 7월11일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쪽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에게 50억원을 전달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최 의원 쪽은 “롯데그룹으로부터 어떠한 명목으로든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며 이날 바로 <아시아투데이> 발행인 등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법무부와 검찰 쪽 역시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아시아투데이>는 후속 기사를 써가며 맞서고 있다. 아직 진위 여부가 확인되진 않았지만 롯데그룹 수사가 현 정부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정권 말 ‘살아 있는 권력’ 수사 재현되나

‘넥슨 주식 특혜 매입’을 비롯해 여러 의혹을 받고 있는 진경준 검사장이 7월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조사를 진행 중이던 이날 밤 늦게 진 검사장을 뇌물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검찰이 정권 말기에 힘이 빠져가는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한 사례는 지난 정부 시절에도 찾아볼 수 있다. 대검찰청은 2011년 9월 중앙수사부 산하에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합수단)을 출범시켰다. 저축은행의 잇단 부실로 서민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검찰을 주축으로 한 80여 명의 대규모 수사 인력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의 칼끝은 현직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까지 닿았다. 이 전 의원은 결국 합수단 구성 이듬해인 2012년 7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한테 6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또 대검 중수부는 2012년 5월 이명박 정부의 최고 실세로 꼽히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구속 기소했다.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각각 8억원, 1억6천여만원을 받은 혐의였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다. 다만 정권 말이 되어야 실세들에 대한 첩보도 수집되고 관련된 사람들이 입을 연다. 수사 과정에서 뭐가 나오면 그냥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대 총선으로 여소야대 국면이 만들어지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초반을 기록한 상황에서 수사가 현 정부 쪽으로 급속하게 기울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

전·현 정부를 동시에 겨냥하는 대형 사건을 손에 쥐고 수사를 벌이는 검찰의 발목을 잡는 것은 진경준 검사장의 비리 의혹이다. 이 사건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월25일 고위 공직자 재산 내역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법무·검찰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것으로 집계된 진 검사장이 2015년 일본에 상장된 게임업체 ‘넥슨’ 주식을 팔아 120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사실이 드러났다. 애초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된 사건은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이 벌인 희대의 비리 사건으로 번졌다.

진 검사장이 서울대 86학번 동기인 김정주 NXC 대표에게서 2005년 4억2500만원의 주식 매입 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돈은 진 검사장에게 100억원 넘는 시세 차익을 안긴 종잣돈이었다. 진 검사장은 처음엔 주식 매입 자금을 자신의 돈이라고 말했다가 이후 장모에게 빌린 돈, 넥슨 쪽에서 받았지만 갚은 돈이라고 계속 말을 바꿔왔다. 하지만 검찰이 특임검사까지 임명해 벌인 수사 결과, 진 검사장은 최초 주식 매입 자금을 ‘갚은 척’만 하고 대부분 차명 계좌를 통해 김 대표에게서 돌려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뿐 아니라 진 검사장은 넥슨 쪽에서 제네시스 차량을 제공받아 사용하고 차명 계좌를 활용해 주식투자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가장 큰 의혹은 진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을 맡던 2010년 한진그룹의 탈세 의혹 내사를 벌이다 혐의 없음으로 종결한 뒤 그 대가로 한진그룹이 처남의 청소용역회사 쪽에 130억원의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정황이다. 진 검사장이 수사 무마를 대가로 이익을 취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검찰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검찰 발목 잡는 검사장 비리

한 검찰 고위 간부는 “당장이라도 옷을 벗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다. 검찰 조직 자체가 치명상을 입는 것은 당연하고 변명조차 제대로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결국 국민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수사를 계속하면서 조금씩이라도 신뢰를 회복하는 것 외에 아무 해결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진 검사장 사태가 낳은 후폭풍을 받아내면서 대형 사건들을 다루는 검찰의 이후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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