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5월30일 청년기본법안 등 9개 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청년 권리’ 명시 의미 있지만… 국무총리 산하에 청년 정책의 주요 사항을 심의·조정할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둔다거나, 매년 8월을 ‘청년의 달’로 지정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청년 정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는 등의 내용은 이전 법안들과 거의 비슷하다. 이 밖에 정부가 해마다 고용·주거 등 청년 문제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고,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소속 공무원 중에서 ‘청년 정책 책임관’을 지정하도록 했다. 국가와 지자체는 청년단체에 행정적 지원을 할 수도 있다. 법안에서 정한 청년의 범위는 만 19~39살이다. 그동안 청년과 관련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종합할 기준 법률 제정을 요구해왔던 청년단체들은 청년기본법안 발의 자체에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한편으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청년유니온은 논평을 내어 “여당이 이제라도 청년기본법 제정에 동참해주어 환영한다. 다만 청년 정책을 일자리와 고용 정책으로 한정하는 기존 인식과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오늘날 청년들이 겪고 있는 핵심적 어려움이라 할 수 있는 주거 안정, 부채 경감, 노동인권 등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이나 정부가 보이는 모습은 청년기본법의 취지나 방향과 곳곳에서 충돌한다. 새누리당은 청년기본법 외에 ‘노동4법’(파견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도 20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처리할 법안으로 꼽았다. 청년기본법에서는 “청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개선 및 정규직 전환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제19조 고용지원)고 강조해놓고선, 다른 한쪽에선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인 파견직을 확대하는 꼴이다. 노동4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5월13일 3당 원내대표단과의 회동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회에서 꼭 통과시켜달라”고 강조한 이른바 ‘대통령 관심 법안’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 노동계와 대립하는 첨예한 사안마다 청년 ‘장그래’를 내세워 청년 일자리를 늘리려면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정책에 힘을 실어달라는 레퍼토리를 반복해왔다. 청년기본법을 통해 중앙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시가 미취업 청년 3천 명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지급하려는 ‘청년수당’ 사업만 해도 보건복지부가 5월26일 ‘부동의’ 의견을 통보하는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가 예산 90억원을 투입해 7월 ‘청년수당’ 시범사업을 시작하려는 데 대해 중앙정부가 “무분별한 현금 지급에 불과하다. 전반적으로 사업 설계를 다시 하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사회보장기본법상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경기도 성남시가 만 24살 청년에게 연간 50만원씩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청년배당’ 사업도 보건복지부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청년참여연대는 6월1일 발표한 논평에서 “청년기본법안 일부 내용이 지자체의 청년 정책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전국 10여 개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제정하였거나 추진 중인 ‘청년기본조례’가 구체적인 지원 정책 단계에서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인데, 청년 정책의 총괄·조정 역할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부여하고 청년 당사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구성을 오로지 국무총리가 위촉하도록 했다”는 이유에서다. 청년 정책 이끌 2030세대 사라진 국회 20대 국회에서 청년을 대변할 국회의원이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다. 나이가 20~30대인 국회의원은 신보라(새누리당), 김해영(더민주), 김수민(국민의당) 세 사람밖에 없다. 더민주는 청년 비례대표를 국회에 입성시키는 것도 실패했다. 더민주는 5월26일 ‘청년일자리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을 뿐, 청년기본법 등에선 새누리당보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최근 2~3년 새 여야 원내 정당들이 청년 문제에 대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총선 때도 많은 관련 공약을 내놓긴 했지만 ‘한판의 퍼포먼스’에 그치곤 한다.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한 때다”라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카카오톡에서 <한겨레21>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