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박 감별사’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월3일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에서 열린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축사로 ‘진박 인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대구의 민심은 최근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을 상대로 크게 밀리고 있다. 곽상도 전 수석과 정종섭 전 장관, 윤두현 전 수석도 친유승민계 초선으로 분류되는 김희국·류성걸·김상훈 의원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진박 감별사’, 어디로 가시나이까 그런데 ‘진박’들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고 다닌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월4일 “헌법보다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간관계가 먼저”라며 유승민 의원을 비판했다. 헌법보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의리가 중요하다는 황당한 이야기였다. 그는 지난해 12월19일 현역인 유승민 의원을 잡겠다며 동구을 선거구에 출마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누가 진실한 사람인지 헷갈릴 테지만 조(조원진)가 (찾아)가는 후보가 진실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원내수석부대표에게는 ‘진박 감별사’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의원(경북 경산시·청도군)은 지난 2월3일 추경호 전 실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 뽑아주면 일단 한번 해주고(국회가 밀어주고) 나중에 잘하니 못하니 하는 게 민주주의 아니냐.” 그는 또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나라구나. 북한은 좋은 나라이고. 이게 말이 되느냐. 지금까지 이런 (역사) 교과서 고친 대통령이 있었느냐. 박근혜 대통령 아니면 못해낸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우리나라는 다른 대부분의 나라처럼 입법·사법·행정으로 나뉜 삼권분립 제도를 헌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부 수장은 대통령이며, 입법부인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도록 돼 있다. 국가권력을 3개로 나눠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국(1787년)과 프랑스(1791년)가 삼권분립을 헌법에 처음 명시했다. 최 의원과 조 원내수석부대표 같은 ‘진박’들은 대구를 헌법과 삼권분립 제도가 없었던 중세시대로 보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달성군을 지역구로 네 번이나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에서 새누리당 싹쓸이 선거가 시작된 것은 2000년 4월 치러진 제16대 총선부터였다. 이때부터 대구 사람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박근혜 대통령을 보며 ‘친박’에게 표를 줬다. 전두환 정권 때 치러진 제12대 총선(1985년)에서도 야당 후보를 절반이나 뽑아줬던 대구의 야성은 이때부터 완전히 사라졌다. 근대로 가는 결정이 남았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전두환 정권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구는 쇠락의 길만 걷고 있다. 1992년부터 23년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5년 4월 지역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대구는 노동자들의 평균 월임금 총액이 267만원으로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낮다. 울산(423만원)과는 아예 갑절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하지만 대구 노동자들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190.5시간으로 전국 평균(187.9시간)보다 길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년 가계금융·복지 조사 결과’ 자료를 봐도 대구의 한 해 가구 평균 근로소득은 2696만원으로 전국 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다. 지난해에만 20대 청년 6100명이 일자리가 부족한 대구를 떠났다. ‘친박’은 지난 17년 동안 대구 사람들로부터 몰표를 받았지만, 그동안 대기업 하나 유치한 게 없다. 대구가 얻은 것이라고는 ‘수구 꼴통’의 이미지 밖에 없다. 그런데도 ‘친박’이 ‘진박’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나타나 또다시 표를 달라고 한다. 그들은 대구를 언제든지 군주(박근혜 대통령)만 내세우면 표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본다. 그들을 저렇게 만든 일부 책임은 17년 동안 몰표를 준 대구 사람들에게 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대구는 과연 이번 총선에서 중세를 벗어나 근대로 넘어갈 수 있을까. 대구 사람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 김일우 <한겨레> 지역에디터석 기자 cooly@hani.co.kr ※카카오톡에서 <한겨레21>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