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정치 증권시장 ‘포스닥’ 등락을 통해 살펴본 올해의 정치
올 한해 정치권은 어느 해 못지않게 격렬하게 요동쳤다. 민주당 의원 4명의 자민련 이적으로부터 문을 연 뒤 ‘DJP 공조’의 복원과 파기, 여권 소장파의 당정쇄신 요구와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임, 여야 극한대립과 이회창 대세론의 부침까지.
인터넷에서 정치인을 상장종목으로 한 사이버 정치 증권시장, 포스닥(www.posdaq.co.kr). 이 포스닥에는 이런 정치격변과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가 실시간으로 반영돼 있다. 정치인의 행위 하나하나에 대해 실제 증권시장처럼 그때그때 참여자 36만여명의 평가가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네티즌들의 의견이라는 점에서 전체 표본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 나름대로 올 한해 우리 정치판을 보여주고 있다.
김근태 상승, 이회창 부침 거듭
올 한해 포스닥의 특징은 이른바 ‘황제주’였던 DJ주의 추락이다. 99년 7월1일 포스닥 개설 이래 한 차례도 최고 주가를 놓치지 않은 DJ주는 4월 처음으로 한나라당 총재 이회창주에 밀린 뒤 부침을 거듭하다 12월5일 현재 주가순위 11위(시가 34만5천원)로 내려앉았다. 실제 이런 주가변동은 김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확산돼온 사정과 연관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황제주로 떠오른 것은 노무현주다. 노무현주는 6월14일 처음으로 최고 주가로 떠오른 뒤 좀처럼 5위권을 벗어나지 않으며 올해 연평균 최고가의 주식(12월5일 현재까지 평균 51만1569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노무현주는 6월5일 상장 직후부터 ‘사자’ 주문이 몰려드는 등 화제를 몰고왔다. 10일 연속 상한가를 치며 ‘황제주’를 예고했다. 이런 상한가 행진은 14일 노무현주가 이전까지 주가 1위였던 이회창주를 밀어내면서 진정됐다. 이는 연초부터 예고된 일이다. 올 2월 포스닥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 노무현주는 올해 투자추천종목 1위로 꼽혔다. 이처럼 노무현주가 포스닥에서 최고가의 주로 떠오르게 된 것은 노무현 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지역감정을 무릅쓰고 부산 지역구에 출마하는 등 소신있는 개혁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포스닥 네티즌들의 절반 이상은 20대(33.4%)와 30대(27.3%) 등 젊은 층이다. 이 때문에 포스닥 시황에는 기성 세대보다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녹아 있다. 이런 점에서 현실정치판의 복잡한 이해타산보다는 미래 정치상에 대한 소망과 전망이 투영된다는 점이 노무현주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연초 주가상위 5위권에 들며 ‘블루칩’으로 손꼽히던 김민석주는 6월 이후 기세가 꺾였다. 계기는 김 의원이 5월31일 민주당 의원워크숍 발언.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당정쇄신을 주장한 소장 개혁파 의원들을 ‘당 기강 우선’을 내세우며 정면 비판하면서 동교동계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이 때문에 김민석주는 매도물량이 밀려들면서 일주 만에 20%나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였다. 이후 김민석주는 상위권으로 치고올라갈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해 12월5일 현재 주가순위 39위에 머물고 있다. 그동안 소장파의 기수로 각광받던 김 의원의 개혁 이미지가 퇴색되면서 실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 한해 포스닥을 이끈 호재들은 이처럼 ‘개혁’과 ‘소신‘이었다. 소장 개혁파 의원들의 주가 ‘테마주’를 형성하며 내내 주가 상위순위를 오르내렸다. 천정배, 정동영, 신기남주가 나란히 연평균 주가순위 3위, 6위, 9위에 올랐다. 개혁파 중진 김근태 의원의 주가도 연평균 60만원으로 노무현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포스닥은 리얼타임으로 반응한다는 게 특징. 개혁과 소신이 정치판 화두로 제시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야간 돈세탁방지법 처리를 놓고 공방을 벌이던 3월 초에는 조순형주가 호조세를 보였다. 조순형 주가는 3월8일부터 11일까지 상승세를 보이며 40.2%나 급등했다. 당시 조순형 의원은 정치자금과 탈세가 빠진 채 알맹이 없는 내용의 법안이 상정될 경우 수정안을 내겠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4월초 정동영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것도 마찬가지 경우. 3월28일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정동영 최고위원에게 정계 은퇴를 거론한 것에 대해 공개사과를 요구했으나 4월1일과 2일 정 최고위원이 공개사과를 거부하자, 이틀새 10만3천원에서 12만원으로 16.5%가 뛴 것이다. 개혁과 소신은 포스닥의 영원한 테마주
언론개혁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은 7월 추미애주의 폭등. 특히 추 의원은 7월5일 취중에 ‘X 같은 조선일보’라고 폭언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 때문에 현실 정치판에서는 추 의원에 대한 자질논쟁이 불거졌으나, 포스닥에서는 오히려 추미애주가 열흘 동안 상한가를 3차례나 기록하는 등 90.3%나 폭등했다. 연초 “의원 꿔주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던 강창희 의원도 포스닥을 달궜다. 강 의원은 1월8일 이 일로 자민련에서 제명당했으나, 포스닥에서는 강창희주의 ‘사자’ 주문이 밀려들었다. 강창희주는 1월2일부터 15일까지 14일간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2만1천원에서 7만9739원으로 263.4% 급등했다.
포스닥에는 여야간 정쟁에 대한 혐오가 짙게 반영돼 있다. 이만섭 국회의장은 7월7일 ‘언론 세무조사’ 문제로 국회가 파행을 겪자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를 직권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만섭주는 3만6천원에서 일주일 만에 5만1420원으로 42.8%가 급등했다. 또 김대중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여야 총재회담을 제의하자 DJ주는 23.3%, 회담상대인 이회창주는 45.8%로 올라 대화를 통한 정국운영에 대한 기대가 높음을 부여줬다.
반면 비리연루 의혹이나 낡은 정치행태에 대해서는 싸늘하게 반응했다. 연초 강창희주의 폭발장세와 달리 민주당에서 자민련으로 이적한 배기선·송석찬·송영진 의원과 장재식 의원 등 이전 4인방의 주는 실망매물이 쏟아졌다. 또 1월 안기부 예산의 옛 여당 선거자금 유입 사건이 불거지며 당시 옛 여당 사무총장이던 강삼재 의원과 김덕룡 의원의 주가 한때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이회창 총재도 ‘안기부 돈 유입 사전인지 가능성’ 등이 나오자 약세로 돌아서는 등 포스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최병렬 한나라당 의원이 2월 노무현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을 빗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비판한 것도 학벌사회 조장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악재로 작용했다. 최병렬주는 이 때문에 2월11일부터 13일간 하락세를 이어가며 11만8천원에서 9만8천원으로 17%가 내려앉았다.
일본 교과서 왜곡사건도 포스닥에 반영됐다. 김영진 의원은 4월12일부터 엿새 동안 일본 도쿄 중의원 회관 정문 앞에서 ‘일본은 반성하라‘는 피켓을 앞세우고 단식농성을 벌였다. 그러자 같은 기간 동안 김영진주는 상한가를 두 차례 기록하며 6만8526원에서 9만7999원으로 43.6% 폭등했다. 또 7월 박명환·정병국 한나라당 의원과 박상천 민주당 의원 등이 ‘한·일 파트너십 파기’ 등 대일 강경책을 주문하면서 이들의 주가가 한때 20% 남짓 치솟았다.
당직 인선도 해당 정치인의 주가를 끌어올린 요인. 2월9일 민주당 원내총무로 선출된 이상수 의원 주가가 30% 이상 상승했고, 5월 한나라당 정책위원장에 임명된 김만제 의원, 원내총무로 선출된 이재오 의원의 주가가 20% 남짓 올랐다. 9월 민주당 사무총장으로 결정된 김명섭 의원은 무려 67.2%나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11월8일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는 거꾸로 DJ주를 끌어올렸다. 7일 33만4500원이었던 DJ주는 한 차례 상한가를 기록하며 상승행진을 거듭해 13일 37만5천원으로 12.1%가 올랐다. 김 대통령이 정쟁에서 한발 물러서 국정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여야간 새로운 정치문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의원들 선전… 한나라당 하한가 속출
김 대통령의 당 총재직 사퇴는 차기 주자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 민주당 내 차기 선두주자로 꼽혀온 이인제 의원은 최고위원 사퇴 문제를 놓고 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널뛰기 장세를 연출했으나, <시사저널>의 민주당 여론조사 결과 35%을 받아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나타나자 20일부터 3일 연속 상한가를 치며 38만원에서 50만5780원으로 33.1%가 급등하는 등 시장을 이끌었다. 또 같은 조사에서 2위에 올라선 한화갑 의원도 네티즌들의 기대감이 커지며 20일 41만5천원에서 사흘 만에 45만9500원으로 뛰었다. 반면 민주당 내분기간 동안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던 이회창주는 교육정년연장 추진 등으로 하락세로 돌아서 11월15일 26만원이었던 주가가 22일 만에 20만3400원으로 떨어졌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사진/ 포스닥에서 노무현(왼쪽)주는 최고가 행진을 거듭해 황제주에 올랐다. 반면 DJ는 끝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청와대사진기자단)
올 한해 포스닥의 특징은 이른바 ‘황제주’였던 DJ주의 추락이다. 99년 7월1일 포스닥 개설 이래 한 차례도 최고 주가를 놓치지 않은 DJ주는 4월 처음으로 한나라당 총재 이회창주에 밀린 뒤 부침을 거듭하다 12월5일 현재 주가순위 11위(시가 34만5천원)로 내려앉았다. 실제 이런 주가변동은 김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확산돼온 사정과 연관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황제주로 떠오른 것은 노무현주다. 노무현주는 6월14일 처음으로 최고 주가로 떠오른 뒤 좀처럼 5위권을 벗어나지 않으며 올해 연평균 최고가의 주식(12월5일 현재까지 평균 51만1569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노무현주는 6월5일 상장 직후부터 ‘사자’ 주문이 몰려드는 등 화제를 몰고왔다. 10일 연속 상한가를 치며 ‘황제주’를 예고했다. 이런 상한가 행진은 14일 노무현주가 이전까지 주가 1위였던 이회창주를 밀어내면서 진정됐다. 이는 연초부터 예고된 일이다. 올 2월 포스닥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 노무현주는 올해 투자추천종목 1위로 꼽혔다. 이처럼 노무현주가 포스닥에서 최고가의 주로 떠오르게 된 것은 노무현 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지역감정을 무릅쓰고 부산 지역구에 출마하는 등 소신있는 개혁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포스닥 네티즌들의 절반 이상은 20대(33.4%)와 30대(27.3%) 등 젊은 층이다. 이 때문에 포스닥 시황에는 기성 세대보다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녹아 있다. 이런 점에서 현실정치판의 복잡한 이해타산보다는 미래 정치상에 대한 소망과 전망이 투영된다는 점이 노무현주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연초 주가상위 5위권에 들며 ‘블루칩’으로 손꼽히던 김민석주는 6월 이후 기세가 꺾였다. 계기는 김 의원이 5월31일 민주당 의원워크숍 발언.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당정쇄신을 주장한 소장 개혁파 의원들을 ‘당 기강 우선’을 내세우며 정면 비판하면서 동교동계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이 때문에 김민석주는 매도물량이 밀려들면서 일주 만에 20%나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였다. 이후 김민석주는 상위권으로 치고올라갈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해 12월5일 현재 주가순위 39위에 머물고 있다. 그동안 소장파의 기수로 각광받던 김 의원의 개혁 이미지가 퇴색되면서 실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 한해 포스닥을 이끈 호재들은 이처럼 ‘개혁’과 ‘소신‘이었다. 소장 개혁파 의원들의 주가 ‘테마주’를 형성하며 내내 주가 상위순위를 오르내렸다. 천정배, 정동영, 신기남주가 나란히 연평균 주가순위 3위, 6위, 9위에 올랐다. 개혁파 중진 김근태 의원의 주가도 연평균 60만원으로 노무현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포스닥은 리얼타임으로 반응한다는 게 특징. 개혁과 소신이 정치판 화두로 제시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야간 돈세탁방지법 처리를 놓고 공방을 벌이던 3월 초에는 조순형주가 호조세를 보였다. 조순형 주가는 3월8일부터 11일까지 상승세를 보이며 40.2%나 급등했다. 당시 조순형 의원은 정치자금과 탈세가 빠진 채 알맹이 없는 내용의 법안이 상정될 경우 수정안을 내겠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4월초 정동영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것도 마찬가지 경우. 3월28일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정동영 최고위원에게 정계 은퇴를 거론한 것에 대해 공개사과를 요구했으나 4월1일과 2일 정 최고위원이 공개사과를 거부하자, 이틀새 10만3천원에서 12만원으로 16.5%가 뛴 것이다. 개혁과 소신은 포스닥의 영원한 테마주

사진/ 민주당 소장 개혁파 의원들의 주는 연중 '테마주'를 형성했다. 포스닥 3위의 천정배(오른쪽) 의원과 9위의 신기남 의원.(한겨레 이종근 기자)

사진/ 한나라당 의원주들은 포스닥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안기부 예산 선거자금 유입설로 하한가를 기록한 강삼재 의원.(한겨레 김경호 기자)
| 올 한해 연평균 주가 톱10 정치인 | ||
| 순위 | 종목(소속) | 평균가 |
| 1 | 노무현(원) | 51만1569원 |
| 2 | 김근태(민) | 38만6102원 |
| 3 | 천정배(민) | 34만5993원 |
| 4 | 한화갑(민) | 34만5536원 |
| 5 | 이인제(민) | 32만1794원 |
| 6 | 정동영(민) | 30만4506원 |
| 7 | 김영환(정) | 28만8785원 |
| 8 | 정몽준(무) | 28만3609원 |
| 9 | 신기남(민) | 28만2812원 |
| 10 | 손학규(한) | 27만636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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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5일 현재까지의 올평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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