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공사 구분이 매우 뚜렷하고 인정에 의해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김아무개(53) 항공안전감독관의 변호인은 2월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오성우)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렇게 변론했다. 김 감독관은 국토부의 ‘땅콩 리턴’ 사건 조사 내용을 여아무개(57)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에게 누설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구속 기소됐다. ‘주범’인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여 상무가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과 달리, 김 감독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국토부) 조사 상황을 알려줬다는 혐의는 목숨을 걸고 사실이 아니다.”
김 조사관 “내지 마세요. 지금은 늦은 거구요, 구두 의사 표명이나 하세요.”(12시18분) 여 상무 “사조위(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 나도 갈까?”(12시54분) 김 조사관 “그 전에 이거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어요.”(13시01분) 여 상무와 김 감독관의 문자메시지, 전화 통화가 계속됐고 이를 토대로 여 상무는 ‘국토부 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조사 결과에 대해 국토부) 상부에서 의구심을 가질 경우 부사장 조사 등 조치가 있을 수 있다.”(12월8일) “부사장에 대한 조사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12월9일) 여 상무는 국토부 조사를 앞둔 승무원에게도 김 감독관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비행기에서 쫓겨난 박창진 사무장이 “(국토부가) 그래도 정부기관인데 하지 않은 걸 어떻게 말할 수 있느냐”고 허위 진술을 머뭇거리자 여 상무가 말한다. “무슨 정부기관이야. 거기 김 감독관 같은 애들이 나오는 거야. 다 대한항공에 있다가 간 사람들이야. 아무 문제 없어. 날 믿어.” 함께 조사받은 김아무개 승무원도 그 증언을 뒷받침한다. “김 감독관이 ‘내가 대한항공 선배로서 얘기하는데 앞으로 검찰 가서 조사받을 때 국토부에서 말한 것과 다르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승무원들이 조사받을 때 여 상무가 동석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자체 특별감사를 벌여 지난해 12월23일 김 감독관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감독관은 법정에서 여 상무와 연락이 잦은 이유를 “국토부에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일이 자료를 요구해 진상을 파악하려는 노력이었다는 주장이다. “이번처럼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에 의존하는 조사는 거의 드물다. 구체적인 지침이나 절차가 없는 상황에서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했을 뿐이다. 기밀이라 판단되는 정보를 (대한항공에) 누설하지 않았다.”(2월2일 피고인 진술)
‘땅콩 리턴’ 사건의 1심 결심공판이 열린 지난 2월2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태운 호송버스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겨레 김성광 기자
“속히 연락주세요” “봐주라”
2014년 12월8일 새벽 <한겨레> 보도로 ‘땅콩 리턴’ 사건이 불거지자 국토부 항공정책실은 자체 조사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사건 조사를 맡은 김 감독관은 여 상무에게 급히 연락한다. 두 사람은 대학 및 대한항공 선후배로 수십 년간 가깝게 지냈다.
김 감독관 “속히 연락주세요. 조 부사장 건입니다.”(10시24분)
여 상무 “회의 중.”(11시27분) “봐주라.”(11시28분) “오늘이나 내일 사표 내야겠어.”(12시15분)
김 조사관 “내지 마세요. 지금은 늦은 거구요, 구두 의사 표명이나 하세요.”(12시18분) 여 상무 “사조위(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 나도 갈까?”(12시54분) 김 조사관 “그 전에 이거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어요.”(13시01분) 여 상무와 김 감독관의 문자메시지, 전화 통화가 계속됐고 이를 토대로 여 상무는 ‘국토부 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조사 결과에 대해 국토부) 상부에서 의구심을 가질 경우 부사장 조사 등 조치가 있을 수 있다.”(12월8일) “부사장에 대한 조사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12월9일) 여 상무는 국토부 조사를 앞둔 승무원에게도 김 감독관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비행기에서 쫓겨난 박창진 사무장이 “(국토부가) 그래도 정부기관인데 하지 않은 걸 어떻게 말할 수 있느냐”고 허위 진술을 머뭇거리자 여 상무가 말한다. “무슨 정부기관이야. 거기 김 감독관 같은 애들이 나오는 거야. 다 대한항공에 있다가 간 사람들이야. 아무 문제 없어. 날 믿어.” 함께 조사받은 김아무개 승무원도 그 증언을 뒷받침한다. “김 감독관이 ‘내가 대한항공 선배로서 얘기하는데 앞으로 검찰 가서 조사받을 때 국토부에서 말한 것과 다르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승무원들이 조사받을 때 여 상무가 동석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자체 특별감사를 벌여 지난해 12월23일 김 감독관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감독관은 법정에서 여 상무와 연락이 잦은 이유를 “국토부에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일이 자료를 요구해 진상을 파악하려는 노력이었다는 주장이다. “이번처럼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에 의존하는 조사는 거의 드물다. 구체적인 지침이나 절차가 없는 상황에서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했을 뿐이다. 기밀이라 판단되는 정보를 (대한항공에) 누설하지 않았다.”(2월2일 피고인 진술)
부친·모친 자금 세탁도 의심돼
김 감독관과 대한항공의 ‘부적절한 관계’를 검찰이 조목조목 들었다. △임원 골프 모임 △인사 청탁 △항공편 예약 부탁 △대한항공 직원 3명의 계좌로 부친·모친 자금 세탁 등을 언급했다. 김 감독관은 “공무원으로 부적절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금품을 수수한 적은 없다. 모범적인 공무원은 아니더라도 수치스러운 공무원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김 감독관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2월12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