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4월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정윤회씨 딸(승마 선수)에 대한 특혜와 청와대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용 선임기자
=(제보를 받은 뒤) 경찰 조사를 받은 승마계 관계자 등을 접촉하면서 이번 일에 ‘청와대가 관련됐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정씨 가족을 오래 알고 지낸 승마인을 만나 정씨 부부, 이들과 박 대통령과의 관계도 들었다. 이번 건은 권력과 싸우는 것이라 나와 내 가족의 뒤를 캘 수도 있어 대정부 질문을 하기 전에 문제될 것은 없는지 다시 점검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의 반응을 보고 (의혹을) 더 확신하게 됐다. -확신? =김종 문체부 2차관이 두 차례나 나서서 (나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사인(개인)에 불과한 여학생(정씨 딸)에 얽힌 문제에 정부가 나서서 과도하게 해명하는 것이 난센스라고 봤다. ‘저 사람(2차관)이 왜 저러지?’란 생각이 들더라. (내가 속한 국회 상임위에서) 현재 여성가족부 장관이 된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나서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온 승마 유망주(정씨의 딸)를 죽이려 한다”고 강하게 말하더라. 설사 나의 발언(의혹 제기)이 부적절했어도 여당 의원 한 명 정도가 문제제기를 하면 될 텐데, 당시 해당 상임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대거 발언했다. 여당 의원들이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나 싶다. 여당 의원들, 사전 협의 하지 않았을까 -박 대통령이 직접 문체부 국·과장을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한 건 어떻게 보나. =누군가에게 (문체부 국·과장 얘기를) 들은 거겠지. 박 대통령이 정씨 부부의 딸을 예뻐했다는 얘기도 있다.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이 (정씨 부부의 딸을 아끼는) 부모의 심정으로 말했을 수 있다. 국가대표가 돼 좋은 대학에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씨 부부의 딸은 박 대통령과 가까웠던 최태민(정씨 전처인 최순실의 부친)씨의 외손녀 아닌가? -여권에서도 “쿠데타처럼 문체부 절반을 장악했다”고 비판하는 김종 차관이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이재만 총무비서관)과 한양대 동문이라 매우 가깝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김 차관은 부인하지만. =김 차관은 한양대 교수 시절 정치·미디어 쪽과의 교류에 능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난 그의 그런 능력과 개인 인맥을 동원한 순수 개인기로 차관이 됐다고 평가하는 쪽이다. 학계와 체육계에선 종로 갑부였던 김 차관의 부친이 김기춘 비서실장의 (정치적) 후원자라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체육 개혁을 시도하다 문체부 국·과장 등이 경질된 뒤 부임한) 김 차관이 체대 교수 시절에도 체육 개혁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단 점이다. 그의 전공(스포츠경영)은, 예를 들어 프로 구단을 어떻게 운영할지 등에 더 가깝다. 엘리트 선수 중심의 스포츠를 개혁하고, 이를 위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해 근본적인 체육 시스템을 개혁하는 데엔 관심이 없던 사람이다. -풀어야 할 다른 의혹으로는 뭐가 있을까. =문체부 국·과장 경질 직전에 이뤄진 서미경 문화체육비서관 경질 문제다. 당시 경질 사유가 잘 설명되지 않았다. 아마 서 비서관도 (승마계와 관련해 정씨 쪽도 문제가 있다는) 문체부 국·과장과 같은 논리에 섰던 게 아닌가 싶다. 또 대법원이 지난해 9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낸 뒤, 올해 2월 서울고법이 김 회장을 집행유예로 가석방한 것도 다른 재벌 회장의 구속과 견줘 의외다. 김 회장과 정윤회씨 사이엔 정씨의 측근인 승마계 박아무개가 있다. 김 회장의 석연치 않은 집행유예가 비선 라인(정윤회)에 의한 것인지도 밝혀져야 한다. 김진선 전 조직위원장의 갑작스런 사퇴는 김 회장의 아들과 정씨의 딸은 지난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함께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안 의원은 김 회장과 정씨 쪽이 승마를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지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8월 김진선 전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에 청와대의 내부 알력이 작용한 게 아닌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김기춘 실장 교체설’이 흘러다니던 올해 어느 시점에 박 대통령을 만난 이후 평창올림픽 조직위 감사와 김 위원장의 사퇴가 이어졌다는 풍문 때문이다. 안 의원은 “신부님의 제보로 비선 라인의 국정 개입 의혹이 일부 세상 밖으로 드러났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많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오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