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화 변호사(뒷줄 가운데)가 지난 11월25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소송 최종변론에서 이정희 대표(왼쪽) 등과 함께 변호인석에 앉아 있다. 이 변호사는 최종변론에서 “14년간 멀쩡하게 활동해온 정당을 느닷없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정당이라고 몰아붙이며 해산 청구하는 것은 민주노동당 등을 지지한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이정용 선임기자
=정부가 정당해산 사례로 드는 독일 사회주의제국당(1952년 해산)과 독일 공산당(1956년 해산)도 각각 나치주의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공개 표방했다. 대중정당은 지향하는 바를 강령을 통해 다 드러내고 활동한다. (김일성도 사용한 용어라며) 정부가 문제 삼는 ‘진보적 민주주의’의 경우도,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당원들과 공개 토론한 뒤 강령에 넣었다. 뭘 숨긴다는 것인가. -정부는 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의 2009년 집권전략보고서에 나온 ‘저항권’이란 말이 폭력혁명의 증거라고 말한다. =보고서엔 ‘저항권과 선거투쟁을 올바르게 결합해서 집권한다’고 나와 있다. 저항권은 폭력혁명이 아니라 대중투쟁을 말한다. 어느 정치세력이든 힘을 얻기 위해 대중조직과 결합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사학법 (무효화) 투쟁을 위해 보수단체와 결합해 대중투쟁을 하지 않았나. 오히려 집권보고서는 브라질·베네수엘라 등 ‘선거’로 집권한 남미 좌파 정권을 집권 모델로 삼고 있다. ‘불편하다’ ‘위험해 보인다’고 해산하면 -정부는 ‘당장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실현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폭력혁명을 추구할 위험이 있다’며 공산당을 해산한 독일의 사례를 들면서, 진보당도 일단 용공정부인 자주적 민주정부를 세워 대한민국 파괴를 시도할 장기적 목적이 있기 때문에 해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 공산당이 해산된 뒤 재건돼 활동했지만 독일은 다시 해산심판 청구를 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라는 공론장에서 (공산당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지금 스스로 국가를 지킬 능력이 안 된다는 자기 비하를 하는 것이고, 국민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황 장관은 “개미구멍(진보당)으로 큰 둑이 무너진다”고 했는데, 지금 개미구멍을 막겠다며 사상의 다양성을 먹고 살아가는 민주주의 토양을 황폐화하려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사상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숨겨진 목적이 있다면 머리 뚜껑을 열어 확인해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사상·양심의 자유는 아무도 제한할 수 없는 무제한적 권리다. 예를 들어 종교적 양심으로 집총을 거부(징집 등 병역거부)했다면 그 부분은 법률로 제한할 수 있지만, 특정 종교를 믿는 것을 건들 순 없는 것이다. -‘진보당이 해산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번 소송의 의미를 뭘로 보나. =진보당이 위헌정당이 되면 진보운동 역사가 부정당한다. 민노당·진보당 출신 당원들도 위헌정당에서 활동했다는 낙인이 찍힌다. 진보정당과 야권 연대를 한 새정치연합도 영향받을 것이다. 민노당에 지지를 보낸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제헌헌법의 정신인 ‘자주·민주·통일’, 임시정부에서 사용한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에서도 쓴 용어라며 위헌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우리 선조가 일궈온 혼과 해방 뒤 반세기 동안 형성해온 역사를 짓밟는 반역이다. 자주, 민주, 통일, 진보적 민주주의, 민중과 같은 말들을 (떳떳하게)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진보정당은 기존 질서의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주류 입장에서 늘 위험해 보이고, 사용하는 언어도 도전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불편하다’ ‘위험해 보인다’는 이유로 해산하면 그 사회는 비판적 정당이 없는 전체주의가 된다. “아들아, 할 일을 해야 역사가 만들어진단다” -정당해산 시도도 문제지만 대중정당으로서 진보당의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위헌이 아니다’라는 결정이 나오면 진보당도 자신들의 문제를 고백하고 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후 진보 재편 과정에 나도 힘을 보탤 생각이다. ‘종북 변호사’란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가족의 우려 속에 변론을 시작한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 그는 아들 얘기를 마지막으로 꺼냈다. “아들에게 말했죠. ‘(종북 낙인이 걱정돼) 하지 않는다면 내가 옳다는 일을 하나도 할 수 없어. 단기적으로 손해가 나도 할 일을 해야 역사가 만들어지는 거야.’ 아들이 올해 지원 대학에 낸 자기소개서에 아빠랑 나눈 이 얘기를 적었더군요.”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