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이냐, 역량이냐
새 지도부 선출 앞둔 통합진보당
등록 : 2014-11-10 19:08 수정 : 2014-11-11 17:10
통합진보당은 정당해산심판 결정을 앞두고 12월 말까지 새 지도부를 구성한다. 진보당의 얼굴인 이정희 대표가 물러나고 새 인물이 당 전면에 나선다는 뜻이다. 진보당은 11월23일 임시당대회에서 당의 혁신 의지를 보여줄 ‘단결과 혁신안’을 채택한 뒤 한 달간 대표·주요 당직 후보자들의 전국 순회 연설, 전 당원 투표 등의 당직선거 일정에 돌입한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임기 만료를 두 달 정도 앞당겨 대표직을 넘겨주는 것이다. 진보당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심판 선고가 내년 2월께 나올 가능성이 있어, 그 이전에 새 지도부를 꾸려 당에 닥칠 상황에 대응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가 연내에 정당해산 여부에 대한 선고를 할 경우, 진보당이 한 달에 걸친 새 지도부 선출 절차를 진행하는 도중에 정당해산이 판가름 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당분간 정치적 휴식기를 갖기로 했다. 그는 2010년부터 옛 민주노동당 대표를 맡아 ‘진보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으나, 2012년 5월 비례대표 부정경선으로 촉발된 당 폭력 사태 등을 거치며 대중성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이 대표의 심신이 지쳐 있다. 건강도 좋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2012년 5월 당 폭력 사태에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에서 물러났으나 2013년 2월 당대표로 재선출됐다. 당시 이 대표의 복귀를 두고 반대 의견도 제기됐지만,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 맞선 결기로 당을 수습해달라는 당원들의 요청이 더 많았다고 한다. 다른 당직자는 “그때 강권하다시피 당대표를 맡겼다”고 떠올렸다. 이 당직자는 “하지만 이후 이 대표가 내란음모, 정당해산 등 너무 큰 사건을 감당해야 했다. 당분간 푹 쉰 뒤 2016년 총선(출마)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의 고민은 누구를 새 얼굴로 내세울 것인가다. 당에 덧씌워진 종북 이미지를 걷어낼 혁신성과, 정당해산 여부에 따라 당의 전면적 대응을 이끌 지휘력을 당 안팎에 보여줄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홍성규 당 대변인은 “1명을 합의 추대해 (찬반투표를 묻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당에선 당의 일부 현역 의원, 경남부지사를 지낸 강병기 경남도당위원장, 김창현 전 울산시당위원장 등이 당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더 신선한 인물로 파격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오병윤 원내대표는 <한겨레21> 기자와 만나 “이정희 대표도 40대 초반에 당대표를 했다. 90년대 학번에서 당대표를 맡아도 좋을 것 같다”는 ‘젊은 대표론’을 폈다. 하지만 다른 주요 당직자는 “90년대 학번이 시·도당위원장을 할 순 있어도 당 전체를 이끌기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