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6일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특위 3차 회의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정치 혁신의 본질을 ‘도둑놈 때려잡기’로 치환하면서 실질적인 정치 혁신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 이전에 청목회 사건을 봐도 청원경찰들의 요구가 로비 형태로 나타난 것인데 돈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이것을 때려잡으면서 정작 우리 사회의 강자들이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수조원대를 가져가는 것은 합당화된다. 정치 개혁이라는 것을 반부패라는 이데올로기적인 형태로 몰고 가면서 정치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문제도 있고 정치 혁신의 방향을 엉뚱한 쪽으로 돌리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자가 아닌 자는 정치하지 말라? 청목회 사건이란 2010년 전국 청원경찰 친목협의회(청목회)에서 급여 인상과 정년 보장을 요구하며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개인당 10만원씩 돈을 모아 5천만원을 후원한 사건이다. 이는 단체가 정치자금을 후원하지 못하도록 한 ‘오세훈법’을 적용받아 검찰에 의해 ‘뇌물죄’로 판단됐다. 김부겸 당시 민주당 의원은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부자가 아닌 자가 감히 남의 돈 받아가며 정치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들이 로비를 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그게 바로 대의민주주의”라고 말하기도 했다. 입법 로비 자체는 잘못된 일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박봉과 불안한 지위에 시달리는 청원경찰들이 정치권에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아래에서 매우 정상적인 일이라는 점은 간과됐다는 의미다. 재벌과 관료들의 부당한 행태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내려놓기 방안은 더욱 문제가 크다. 여야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등을 내려놓겠다고 경쟁적으로 약속했다. 지난해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실행위원회가 시민 500명을 상대로 한 설문 결과에서는 ‘먼저 떠오르는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질문의 답으로 면책특권(42.8%), 연금(26.2%), 불체포특권(26%), 고액 연봉(7.4%)이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의 ‘정치 혁신 방안에는 국회의원이 가진 특권을 없애는 방식으로 정책이 진행될 경우 심각한 ‘의회 자율성의 침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국민이 원하니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식의 발상이 ‘책임성 없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45조에서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면책특권 규정을 두고 있다. 이 면책특권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2005년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떡값을 받은 검사 7명의 명단을 폭로한 행위는 벌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노 전 의원은 국회에서 이를 공개했기에 면책특권이 적용돼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이유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의원직을 잃었다. 이 이중적인 판결은 국회의원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부정과 비리를 고발할 수 있는 통로를 제약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면책특권이 더 광범위하게 적용되지 못한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의회의 특권이 정부나 외부 세력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의원들이 면책특권을 이용해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를 일삼거나 불체포특권을 이용해 ‘제 식구 감싸기’ 식의 방탄국회를 만드는 행위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를 과도하게 제재하려다보면 결국 정치의 약화를 불러일으켜 정부 관료와 재벌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민주주의 의회와 함께 태동했는데 이것을 제약하자는 데까지 논의가 된 것은 정치인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렇지만 대기업과 관료들의 부당한 행태에는 국민이 거의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눈에 쉽게 보이는 정치권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만 제도적으로 제약해나가는 것은 둘 사이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오히려 대기업이나 관료들의 문제 혹은 사회의 여러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의회가 지금보다 더 쉽게 접근하고 통제와 관리를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