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동대표에서 사퇴한 지 77일 만인 10월15일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간담회에서 “저한테는 신뢰 회복이 유일한 관심”이라며 “정의로운 사회, 통합의 국가,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이정우 기자
안 의원 쪽은 민생 현장을 찾는 보폭을 더 넓혀 정치 행보를 강화하는 시점을 11월로 잡고 있다. 안 의원 쪽 서양호 정무특보의 얘기다(그는 김한길 대표 비서실에 있다가 그만둔 뒤 ‘안 의원을 도우라’는 김 전 대표의 요청으로 합류했다). 1차는 토크, 2차는 정책 “대선 직전 출간한 <안철수의 생각>에서 제시한 것(해법)들 중에 폐기할 것, 수정할 것, 진화해야 할 것들이 있다. 이 중에서 정치가 해결해야 할 주요 목록을 다시 정리하고 있다. 특히 경제와 교육에 집중하려 한다. 정책과 관련해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이다. (안 의원의 정책을 돕는) ‘정책네트워크 내일’도 이를 위해 슬림화 구상을 하고 있다. 11월부터 전국의 민생 현장도 찾고, 현안에 대해선 석학이나 주요 인사를 모시고 정책간담회도 할 것이다. 방송 요청도 많아 TV 출연도 다시 시작하려 한다. 수도권 거주, 고학력, 연령 40대 전후가 안 의원의 주요 지지 기반인데, 그 지지자들의 일부가 이탈했다. 당이 지지를 포괄하지 못하는 분들에 대한 지지를 안 의원이 다시 얻음으로써 당의 지지 기반 획득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청년·시민들과 마이크를 들고 만난 토크콘서트가 2012년 대선 국면에서 ‘안철수 현상’을 무섭게 밀어올린 힘이 된 것이 ‘시즌1’이었다면, 이제 민생 현장에서 시민들과 더 밀착된 만남을 통해 경제·교육 문제의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는 ‘시즌2’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간 정치권 안팎에선 정치쇄신론 이외에 ‘안철수만의 정책 브랜드’를 잘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그가 내년 초 새정치연합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기자들에게 “그건 내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가능성을 닫았다. 이와 함께 내년 전당대회 이후 당내 세력 갈등이 심해져 일부 의원들이 교섭단체(의원 20명 이상) 수준의 신당을 만들려 할 경우 안 의원 등이 움직이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정치권 뒷담화 소재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은 “난 새정치연합의 창업자”라며 창업주가 분열의 주역이 될 수 없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안 의원 쪽 인사도 “그럴 가능성(분당 뒤 직접 창당)은 없어 보인다. 그 부분은 안 의원이 단호하더라”고 말했다. 문제는 돌파구를 열려는 안 의원이 다시 새로운 정치 질서의 주역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란 점이다. 한때 ‘안철수 신당 창당’을 도운 인사는 크게 두 가지를 걱정했다. “안 의원한테 아쉬운 건 소통을 잘 못하는 점이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극소수의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같이 일하는 사람을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다. 특히 정치 무대에서 성장한 사람에 대한 불신이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 주변에 (상대적으로) 정치 아마추어들이 남아 있다.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치 질서를 허물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것에 대한 지지였다. 그 기대가 (합당으로) 무너졌으니, (설령 안 의원이 분당을 해서) 다시 신당을 만들겠다고 해도 믿어줄까? 안 의원이 현 질서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복합적 유권자층’을 이해하라 안 의원 쪽이 지지층을 복원하려면 ‘안철수 지지 집단’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가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최종숙 충북대 교수는 ‘안철수 지지 집단 분석’에서 “안철수 지지 집단은 복지 확대, 재벌 규제를 통한 경제민주화 지향 부분은 통상적인 진보층에 가깝고, 대북정책에선 (대북협력과 안보체제 강화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중도, 물질적 성공 지향에선 통상적 보수 성향에 가깝다”며 안 의원 지지층을 ‘복합적 유권자층’으로 규정했다. 안 의원의 참모는 ‘2012년 안철수’와 ‘지금의 안철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감의 크기가 같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며 얘기했다. “지난 7월이었다. 계산해보니 다음 총선까지 20개월 남았고, 2016년 총선 이후 2017년 대선까지 20개월 남은 시점이더라. 안 의원께 말했다. ‘다음 총선까지 국민 정서에 가깝게 다가가면서 생활정책 대안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라. 지금 2016년 총선 이후 대선까지 남은 20개월은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 의원도 동의하더라. 안 의원이 지금은 가치 있는 일과 시대적 소명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는 생각이다.” 정치적 기회는 결국 민심에 달려 있다는 원론을 되새겼다는 얘기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