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정치발전소 사무실에서 ‘(가칭) 비례대표 확대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현식 노동당 정책위의장, 김현 녹색당 사무처장, 김경미 정치발전소 기획실장, 오경진 젠더정치연구소 사무국장, 오유석 여성 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비례대표제 확대가 공동 공약이 되도록 현재까지 비요사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는 비례대표제 확대와 정치관계법 개정이 절실한 과제일 수밖에 없는 원외 정당인 노동당과 녹색당, 그리고 비례대표제청년포럼,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서울지역 대학교 연합동아리 ‘여정’ 등이다. 초동 논의를 같이 했던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사안별로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며 연대를 이어가기로 했고, 정치발전소는 비례대표제와 정치관계법에 대한 좀더 다층적이고 심도 있는 토론이 한국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이와 관련된 강좌들을 개발해 인식의 기반을 넓히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선거제도 개혁과 정치관계법 개정운동은 현실적으로 주요 정치 일정과 맞물려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비요사는 비례대표제 확대가 2016년 4월 총선에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공동 공약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1차적 활동 계획을 세웠다. 이후 2017년 대선에서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정당 허용, 기초의원 정치후원회 허용 등 각각의 국면에서 적실성 있는 사안과 중점 개혁안을 연계한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비요사를 기반으로 해서 비례대표제 확대를 위한 대중운동이 조직될 수만 있다면, 그간 비례대표제포럼 등 여론 지도층을 중심으로 한 비례대표제 확대운동과 비요사 등 대중조직을 기반으로 한 운동이 만나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전방위적인 사회적 압력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비례대표제 확대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유권자가 뽑고 싶은 대안적 정치세력인 강하고 좋은 정당을 만드는 것 또한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뉴질랜드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원외 정당인 동맹당(18.2%)과 뉴질랜드제1당(8.4%)이 도합 26.6%에 달하는 지지율을 확보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시민들은 자기가 대안으로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이들을 원내 진입하게 하는 데 용이한 선거제도에 대해서도 적극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대안이 없다면 독일식 정당명부제 등 아무리 좋은 선거제도가 제시된다고 할지라도 이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 대안 될 수 있는 강하고 좋은 정당 있어야 게다가 비례대표제 확대가 행여 전격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현재 2~5%의 정당 지지율을 보이는 정당이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획기적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새누리당 같은 강한 조직 결사체를 가진 보수 정당이 오히려 늘어난 만큼의 비례 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다. 이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선거제도만 개혁하면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의 원내 진출이 지금보다 용이할 것이라는 진보 진영의 기대와 어긋나는 결과임은 분명하다. 비례대표제포럼과 비요사가 서로 장단점을 보완해가며 말 그대로 폭발력 있고 의미 있는 선거제도 개혁운동을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더불어 강하고 좋은 정당들이 있어 비례대표제가 확대됐을 때 의미 있는 정치 실험을 시도해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김경미 정치발전소 기획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