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파티’ 홈페이지 화면. 당원이 아니어도 정책제안에 참여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인터넷에 기반을 둔 독일의 해적당, 구글의 혁신을 크레이지 파티의 모델로 참고했다고 한다. 크레이지 파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새누리당에 크레이지 파티를 제안했던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은 “(휴대전화에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카카오톡’에 익숙한 시민들은 즉각적인 소통과 빠른 반응을 원한다. 크레이지 파티는 국민들이 청원하는 정책을 정치권에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대행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흘, 주제 선정해 투표 뒤 장관 답변까지 크레이지 파티가 처음 진행한 사안은 만 16살 미만의 청소년들이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인터넷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규제한 ‘강제적 셧다운제’의 실효성에 대한 찬반투표였다. 찬반투표에서 일방적인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높게 나오자, 새누리당은 김상민 의원을 통해 ‘청소년보호법’에서 강제적 셧다운제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과 함께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몰입(중독) 문제에 대한 예방책을 강화하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같이 제출했다. 이어 크레이지 파티는 수도권 광역버스의 입석 승차를 금지하고 이를 어긴 승객 등을 단속하는 방침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나오자, 홈페이지에서 ‘광역버스 입석금지 단속’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입석 금지 유보 의견이 88%에 이르자, 새누리당은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이런 불편 사항을 공식 제기했고, 서 장관은 “시민 불편에 대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단속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크레이지 파티에서 ‘광역버스 입석 금지 단속’ 주제를 선정해 찬반투표를 벌여 장관 답변까지 얻어내는 데 나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조동원 전 본부장은 “광역버스 문제는 크레이지 파티의 (빠른 소통 구조 장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크레이지 파티는 최근 세 번째 사안으로 만 19살 이상 국민에게만 선거권을 주는 현행 제도를 고쳐 ‘18살 청소년부터 선거권(투표할 수 있는 권리)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놓고 찬반투표를 벌였다.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문제는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지만, 크레이지 파티에서 이 사안을 공개적인 논의의 장에 올려놓은 것이다. 최근 스코틀랜드는 영국에서 독립하는 안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16살 청소년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했고, 독일 지방의회 선거에선 이미 선거권이 16살로 낮아지는 등 18살 이하 청소년에게도 선거권을 주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다. 크레이지 파티도 “해외에서는 선거연령을 18살 이하로 대부분 정하고 있다. 선거연령을 19살 이상으로 정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우리나라는 도로교통법, 병역법, 국가공무원법 등에서 18살 청소년들이 운전, 입대, 공무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8살 청소년들에게 자동차 핸들과 총도 쥐어주면서 선거권은 쥐어주지 않고 있다”고 이 주제를 제안한 배경을 설명하며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참여 인원을 500명으로 제한한 찬반투표에서 ‘18살 선거권을 허용해야 한다’에 찬성한 비율이 61.8%(309명)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를 반영해 새누리당은 김세연 의원을 통해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2등이 할 일을 1등이 하고 있는 것” 크레이지 파티가 아직 초창기에 불과하고 인터넷 여론을 정책으로 반영할 때 좀더 신중한 여과장치가 필요하다는 반론이 있지만, 새누리당의 실험을 의미 있게 보는 평가도 나온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부총장은 “새누리당의 크레이지 파티는 (위기에 빠진) 새정치연합에서 먼저 해야 하는 것이었다. 상호작용의 시대에서 시민을 주체로 세우고, 시민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1등에 머무르려면 2등(도전자)처럼 생각하라’는 (혁신 컨설턴트) 애덤 모건의 조언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새누리당의 모바일 정당 구축 등이 바로 2등이 할 일을 1등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문희상 비대위 체제’에서 다시 당 혁신 과제를 만들기 위해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띄운 새정치연합은 당원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것을 넘어 시민과 소통력을 키우는 정당으로 체질을 바꿀 수 있을까? ‘남의 집 사정’을 바라보는 조동원 전 본부장의 얘기다. “미디어(온라인) 환경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정치도 국민들과 의사소통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런데 (새정치연합이) 우리 계파, 세력에게 ‘어떤 정당 시스템이 이익이 될까’란 정치적 유불리로만 바라보게 되면 네트워크 정당이니 모바일 정당 같은 것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