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8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여야 회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도 회담을 마친 뒤 운영위원장실을 나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가족·시민 함께하는 새 협상 틀 마련해야 국회 추천 몫 4명을 여야가 각각 2명씩 결정하는 게 아니라 여야 합의로 4명을 결정하도록 ‘정치적 합의’를 이루는 방안도 나온다. 그러나 법 개정 없이 이뤄지는 ‘정치적 합의’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 기한이 1년 이상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합의를 이룬 여야 원내대표가 중간에 교체된다면, 합의 자체가 전면 무효화될 가능성은 더 커진다. 합의가 깨지지 않더라도 여야가 함께 특검을 추천하는 방안은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어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법률대리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양자 간 (정치적)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정무적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무난한 인사가 특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유가족들은 여당이 무서워하는 인사가 추천되길 원하는 건데 (여야 합의를 통한 특검 추천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기존 협상을 결렬시키고 아예 새로운 협상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월호 특별법 요구의 주체가 애초 유가족과 국민이었으니 이들을 협상의 틀 안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은수미 새정치연합 의원은 “8·7 합의에서 추가 협상을 하는 방식으로 협상의 틀이 제한돼버리면 재협상을 타결시키기를 원하는 새정치연합이 계속해서 양보안을 제시하고 여당은 팔짱을 끼는 과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유가족이나 사회 원로, 시민사회단체까지 포함된 사회적 협상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 안에서 협의가 이뤄진다면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동의가 이뤄질 수 있다. 세월호 특별법이 애초에 유가족과 국민으로부터 시작됐으니 이를 끝내는 것도 유가족과 국민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분수령은 8월18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올해 국정감사를 8월과 10월 두 차례로 나눠 실시하기로 합의했으나 아직 이를 위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국감법) 개정안’은 통과시키지 못한 상황이다. 1차 국감 일정(8월26일~9월4일)을 맞추려면 8월18일에 예정된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날 본회의에서 국감법을 비롯해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 등 세월호 특별법을 제외한 다른 법안들만 통과될 경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사실상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야당이 세월호 특별법과 다른 법안을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게 분명해지면 새누리당으로서는 굳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이뤄내지 못하는 야당 쪽에 비난이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 세월호 특별법과 다른 법안을 본격적으로 연계시켜 모든 일정을 ‘보이콧’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8월18일을 마지노선으로 새누리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진성준 새정치연합 전략기획위원장은 “세월호 사태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누리당 스스로 자각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의 입장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교황 방한이 끝나고 18일까지 새누리당의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당으로서는 더욱 강경한 대응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버티기’ 작전에 불리한 쪽은 여당 야당이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감내하면서까지 강경하게 버틸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여당이다. 이 때문에 여당 내에서도 8월18일 이전에 합의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없지 않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8월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주는 것을 대승적 차원에서 허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야당이 합의를 깬 것은 정말 부당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상황에서 대치를 이어가면 피해는 몽땅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도 현실”이라고 썼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우리가 여당이기 때문에 좀더 고민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황이 세월호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도 변수다. 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교황이 정부·여당에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낼 경우 청와대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