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오른쪽)이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30 재보궐선거 동작을 선거구에 출마하라는 새정치민주연합 전략공천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는 순간 동작을 당협위원장으로 전략공천에 반발하고 있는 허동준 예비후보가 마이크를 빼앗으며 "이건 아니다"라고 소리치고 있다. 기 전 부시장과 허 예비후보는 같은 시기에 학생운동을 한 친구 사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피해자 위한 배려 전혀 이뤄지지 못해 지도부의 인식과는 달리 과정 자체가 결과를 좌우하기도 한다. 당장 당내에서는 공천 과정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뚜렷한 정치철학 없이 오로지 ‘꽂아넣기’에만 골몰했으며 정작 그 결정을 누가 왜 내렸는지는 불투명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더구나 사전 기획 없이 막판 몰아치기를 하면서 ‘꽂아넣기’ 피해자들을 위한 배려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인영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번 공천은 절차적 정당성이 준수됐다고 볼 수 없다. 좋게 말하면 파격이지만, 파괴적인 공천, 활극 공천과 비슷했다. (김한길·안철수) 두 대표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공천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새정치연합 개혁파 모임인 ‘더 좋은 미래’ 소속 은수미 의원도 “일부 지역에서 잘못된 공천 과정이 전체 이미지를 먹칠했다. 동작·수원 등에서 공정성이 담보되지 못했다. 전략공천은 물론 가능한데 충분히 그럴 만하다는 당내 동의와 이해 과정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7·30 재보선을 앞두고 당이 하나로 뭉쳐 선거 승리를 외치는 게 가능할까. 당 밖의 비판도 이와 비슷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번 공천에는 정치철학이 없다. 자기들끼리 싸우면서 사람을 여기 심었다 저기 심었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도부가 자기 세력을 지키려면 원칙을 가지고 오히려 기다릴 줄도 알고 희생도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당장 자기 사람을 심겠다고 서로 나서고 있다. 한두 명 자기 사람 심는다고 무엇을 할 수 있겠나. 그릇이 작고 철학이 없다”고 비판했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도 “전략공천이 후보의 위상을 높여주고 후보를 더 부각시켜주는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야당의 공천 과정은 오히려 후보들의 위상을 약화시키거나 갉아먹는 게 더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당내 반발을 단순한 계파 갈등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새정치연합의 공천 잡음은 새누리당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진 무원칙 공천 문제를 희석시킬 만큼 강력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공천 과정에서 비리 의혹투성이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공천했다가 당내 반발로 되돌렸고, 경기도 평택에 공천을 신청한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내쳤다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다시 수원에 공천을 주는 등 원칙 없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공천 잡음’이 이를 장막 뒤에 가려주었다.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새누리당에도 공천 문제가 많았는데 지도부가 공천 파동을 새정치연합의 문제로 끌고 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우리도 개념 없는 공천을 했지만 저쪽이 워낙 막장으로 나왔다. 늘 그렇지만 우리가 저쪽에 못 당한다”고 했다. 나경원 후보의 ‘꽃놀이패’ ‘미니 총선’이라고 불리는 7·30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은 어느 당의 손을 들어줄까. 윤희웅 센터장은 “여당은 인사 참사 후유증, 야당은 공천 잡음과 휴가철 투표율 저하 등으로 여야가 각각의 핸디캡을 안고 출발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전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돈 교수는 “그래도 이번에는 새누리당이 과반수는 지킬 것이다. 그게 안 된다는 건 새누리당의 엄살”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인 서울 동작을의 경우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의 ‘꽃놀이패’로 끝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지역은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였지만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정 전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16%포인트 뒤졌던 곳이라 여당으로서도 쉬운 지역은 아니다. 그러나 공천 잡음으로 기동민 새정치연합 후보의 이미지에 손상이 심하고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출마하면서 야권이 분열된 탓에 나 후보가 50% 넘는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추후 야권 단일화 전망도 어둡다. 기 후보보다 대중성이 강한 노회찬 후보가 끝까지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거기에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터를 닦아온 김종철 노동당 후보도 지난 총선에서 5%라는 결코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보였기 때문에 이 또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결과가 더 중요하다는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