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9일 서울행정법원이 “전교조에 대한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등 전교조 간부들이 판결 내용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교사로서의 특수성 있다” 이유 덧붙여 이 밖에도 재판부는 법의 형식 논리에 철저할 정도로 충실했다. 노조법 제2조 4항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돼 있다. 전교조는 “헌법에서 보장한 노조단결권을 침해하는 조항”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조항으로 인해 제한되는 노동자의 단결권보다, 노조의 자주성이 확보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실업자나 해직자를 노조원으로 인정하는 초기업단위 노조에 대한 대법원 판례와 달리, 교원노조는 교사로서의 ‘특수성’이 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해직교사 몇 명이 조합원으로 있다고 몇만 명이 속한 조합에 법적 보호를 박탈(법외노조)한다면… 몇 명의 국회의원이 형사처벌까지 받고 의원 자격까지 박탈당한 새누리당부터 법외정당으로 처리하고 볼 일이다.”(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트위터 글) 재판부 논리를 따르면, 전교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조도 해고자가 단 1명이라도 활동할 경우 언제든지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을 수 있다. 더구나 9명의 해직은 대부분 전교조 활동 때문이었다. 상문고 부패재단 반대 투쟁을 돕다가, 혹은 2008년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주경복 후보에게 전교조가 선거자금을 대여해준 일과 관련해 노조 간부로서 책임을 지고 형사처벌 받는 바람에 해직된 것이다. 재판부가 해친다는 노조의 ‘자주성’이 뭘 뜻하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까닭이다. 전교조는 일단 즉각 항소하고, 1심 판결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고등법원에 낼 예정이다. 김정훈 위원장은 판결 직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6만 명의 조합원이 해직교사와 함께하는 건 참교육 실천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선언이다. 또 12일째 홀로 계속해왔던 단식투쟁을 16개 시·도지부장으로 확대해 박근혜 정부의 반교육 행태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6월21일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이후 계획을 논의한다. 교육부는 바로 맞불을 놨다. 법원 판결이 난 뒤 2시간 만에 노조 전임자에게 복직 명령을 내리고, 그동안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제공해온 사무실과 지원금 반환(52억원가량)을 전교조에 요구했다. 6월23일엔 시·도교육청 회의를 소집해 후속 조처를 점검한다. 교육부를 앞세운 박근혜 정부와 전교조 간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선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진보 교육감 13명이 전교조 응원군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행정법원 판결을 앞두고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들 중 8명은 전교조 출신 교사다.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은 “몇 분 지각했다고 학생을 퇴학시키는 것과 같은 조처”(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당선자), “현장에서 땀 흘리는 선생님들의 뜻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판결”(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 등 법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교육부의 후속 조처 이행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진보 교육감 13명 중 8명 전교조 출신 상급심 판결이 남긴 했지만 사법부가 등을 돌린 상황에서 전교조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우선 해고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교원노조법 개정이 시급하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이 올라가 있지만, 새누리당의 반대가 심해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하나 기대를 거는 건 국제사회의 강한 요구와 압박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세 차례나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제한한 노조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하는 긴급개입서를 한국 정부에 보낸 바 있다. 영국과 독일에선 해직교사는 물론 은퇴자, 예비교사에게도 교원노조 가입 자격을 준다. 교사의 노동권을 특수하게 여기는 대한민국이 특이한 것이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최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등 한국 사회가 거꾸로 가고 있다”며 한국에 실태조사단을 파견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가시밭길을 다시 걸어야 한다면 걷겠다. 몸에 생채기가 나더라도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가겠다. 그 길이 우리 아이들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변성호 전교조 사무처장은 말했다. 전교조의 발걸음이 무겁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