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모여든 F-X 사업 후보기종들… 에어쇼에서 값비싼 성능 선보여
서울에어쇼가 10월15일부터 21일까지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렸다. 이번 에어쇼는 9월11일 미국 테러와 뒤이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전세계에서 반전분위기가 높은 가운데 열려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랐지만, 차기 전투기(F-X) 사업 후보기종들의 각축전이 관심을 모았다. 미국의 F-15K, 프랑스의 라팔, 유럽 4개국의 유러파이터 타이푼, 러시아 수호이(SU)-35 등 차기 전투기 사업에 뛰어든 후보기종들의 성능은 어느 수준일까.
국방부가 추진중인 차기 전투기(F-X) 사업은 30년 가까이 된 F-4 팬텀 등 노후 전투기를 교체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이 사업에는 한국 공군 전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계산도 들어 있다. 차기 전투기 40대의 도입액은 자그마치 4조2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이다. 현대 무기가 갈수록 고도 정밀화돼 비싼 탓도 있지만 차기 전투기 후보기종은 그만큼 최고 성능의 결집체로 볼 수 있다. 참여 업체들의 수주 경쟁 또한 치열하다.
말만하면 알아서 작동
차기 전투기는 좀더 많은 연료를 내부에 실을 수 있기 때문에 공군의 작전반경을 더 먼 거리까지 가능하게 한다. 또 차기 전투기는 공대공 공격능력과 함께 공대지 공격능력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먼 거리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현행 한국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F-16의 작전반경은 920km이다. 그러나 차기 전투기는 모두 1천km를 넘고 있다. F-15K는 전투반경을 1800km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유사시 상대국가에 대한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전쟁억지가 가능하다는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라팔과 유러파이터는 공동 개발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스칼프 EG(영국명 스톰 섀도)를 함께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미사일은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원거리에서 발사돼 상대 레이더망을 피해 초저공으로 날아간다. 이 미사일이 도입될 경우 공격가능 범위는 미사일 사정거리만큼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이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한국이 가입한 미사일기술 통제기구(MTCR)가 최대로 허용한 300km를 채우고도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도 성능은 떨어지지만 사거리 220km의 미사일 슬램(SLAM)-ER의 공급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한 음성조종장치는 항공기의 조종을 조종간 또는 버튼 조작 대신 말로 하는 장치이다. 유러파이터는 자신들만이 직접 음성입력과 직접 음성출력을 모두 장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종사가 직접 음성입력 장치를 쓰려면 사전에 자신의 음성을 녹음한 얇은 판을 기체에 끼워야 한다. 이어 비행 도중 ‘연료상태’, ‘무장상태’ 등을 말하면 조종석 액정화면에 해당사항이 자동으로 표시된다. 또 조종사가 방해전파가 들어올 경우 ‘주파수 교체’ 등을 말하면 전투기 내 컴퓨터가 작동해 그대로 시행된다. 또 직접 음성출력에서는 전투기 컴퓨터가 비행상황을 점검해 고도를 올려야 한다든지 기체를 바로잡아야 한다든지 지시한다. 이런 음성조종은 공중전에 맞닥뜨렸을 때 유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종사는 공중전에 돌입하면 한시도 목표물에서 눈을 뗄 수 없을뿐더러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온몸에 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음성조종은 조종사의 부담을 훨씬 낮춰준다. 또 비행기가 야간이나 구름 속을 비행할 때 하늘과 바다를 혼동해 바다로 추락하는 ‘버티고 현상’과 지나치게 기체를 세우는 바람에 양력을 받지 못해 그대로 추락하는 ‘실속현상’ 등을 사전에 예방케 해준다. 전투기가 공중에 멈춰 선다? 슈퍼크루즈와 적외선 추적탐색 장치 항공기가 음속에 가까워지면 공기흐름을 강하게 압축하기 때문에 항공기 앞에서 음파들이 합쳐져 충격파를 형성한다. 따라서 항공기가 음속을 돌파하려면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게 된다. 전투기들은 이때 엔진의 후연기에서 연소된 제트가스에 다시 연료를 분사해 추력을 증가시킨다. 이런 후연기 사용은 연료가 3배 이상 많이 들어가게 돼 전투기의 작전지속 시간을 줄였다. 또 강한 불꽃으로 적외선이 대량 방출돼 160km 밖의 상대방 전투기의 적외선 추적탐색 장치에 걸리는 부작용이 있다. 유러파이터는 추력이 강한 엔진을 사용해 후연기 없이 평상시의 추진력으로도 음속을 돌파하는 괴력의 슈퍼크루즈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전투기가 적진에 들어가면서 레이더를 가동하면 방출되는 레이더파가 상대방 전투기나 레이더망에 걸려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셈이 된다. 차기 전투기 모든 기종들에 부착된 적외선 추적탐색 장치는 레이더파를 발사하지 않고 상대방이 발산하는 열(적외선)을 센서로 포착하기 때문에 적진에 은밀하게 접근할 수 있다. 차기 전투기들은 시속 900km 속도로 지상 60∼70m를 스치듯이 날아갈 수 있다. 이런 낮은 비행은 고정익 항공기로는 불가능하고 헬리콥터 정도만이 가능했다. 이런 비행은 지형지물을 읽는 레이더에 의해서 가능하다. 레이더가 되돌아온 레이더파를 컴퓨터를 이용해 분석하여 지형 모습을 조종석 액정화면에 그려내기 때문이다. 라팔은 이런 별도 레이더를 사용하지 않고 능동형 레이더가 상대 비행물체 탐색과 지형지물 파악을 동시에 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경기도 성남비행장에서 벌어진 서울 에어쇼에서 수호이-35의 코브라는 공중에서 선회를 하다가 수직으로 잠시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세히 바라본 관람객은 수호이-35가 선 채로 조금씩 배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런 코브라 기동은 엔진 분사노즐을 움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수호이-35는 엔진의 분사방향을 전후좌우 15도 정도 바꿀 수 있다. 코브라 기동은 엔진의 분사방향을 수직으로 하지 않고 완전히 들어올릴 때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분사방향을 좌우로 틀면 비행기는 원 또는 타원을 그리지 않고 좌우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레이더를 피해가는 신소재 사용 이런 기동은 근접전과 미사일을 피할 때 효과적이다. 상대편 비행기가 뒤쪽에서 쫓아올 때 코브라 기동을 하면 상대편 비행기는 지나쳐서 오히려 앞장을 서게 된다. 이때 열추적 미사일 공격이 가능해진다. 또 미사일은 비행기를 추적할 때 타원 또는 원을 상정해 쫓아가기 때문에 비행기가 불규칙하게 방향을 바꾸면 쉽게 미사일을 피할 수 있다. 차기 전투기들의 조종석을 들여다보면 각종 바늘이 움직이는 계기판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3개의 액정화면과 조종석 위에 유리형 화면(허드)이 눈에 들어온다. 모든 기계작동에서 기존의 아날로그 대신에 디지털을 채용한 덕택이다. 또 차기 전투기들은 레이더파를 분산시키기 위해 괴상한 모양을 한 F-117 전폭기, B-2 폭격기처럼 완전한 스텔스 기능을 갖지 못하지만, 단면적을 최대한 줄이고 신소재를 사용해 레이더 피탐률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 이런 경향들은 좀더 최근에 개발된 라팔, 유러파이터 등에서 두드러진다.
김성걸 기자/ 한겨레 정치부 skkim@hani.co.kr

사진/ 단면적을 최대한 줄이고 신소재를 사용해 레이저 피탐률을 낮춘 프랑스 라팔(왼쪽)과 보잉사가 전투반경이 1800km라고 밝힌 F-15K(오른쪽)
차기 전투기는 좀더 많은 연료를 내부에 실을 수 있기 때문에 공군의 작전반경을 더 먼 거리까지 가능하게 한다. 또 차기 전투기는 공대공 공격능력과 함께 공대지 공격능력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먼 거리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현행 한국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F-16의 작전반경은 920km이다. 그러나 차기 전투기는 모두 1천km를 넘고 있다. F-15K는 전투반경을 1800km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유사시 상대국가에 대한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전쟁억지가 가능하다는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라팔과 유러파이터는 공동 개발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스칼프 EG(영국명 스톰 섀도)를 함께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미사일은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원거리에서 발사돼 상대 레이더망을 피해 초저공으로 날아간다. 이 미사일이 도입될 경우 공격가능 범위는 미사일 사정거리만큼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이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한국이 가입한 미사일기술 통제기구(MTCR)가 최대로 허용한 300km를 채우고도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도 성능은 떨어지지만 사거리 220km의 미사일 슬램(SLAM)-ER의 공급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한 음성조종장치는 항공기의 조종을 조종간 또는 버튼 조작 대신 말로 하는 장치이다. 유러파이터는 자신들만이 직접 음성입력과 직접 음성출력을 모두 장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종사가 직접 음성입력 장치를 쓰려면 사전에 자신의 음성을 녹음한 얇은 판을 기체에 끼워야 한다. 이어 비행 도중 ‘연료상태’, ‘무장상태’ 등을 말하면 조종석 액정화면에 해당사항이 자동으로 표시된다. 또 조종사가 방해전파가 들어올 경우 ‘주파수 교체’ 등을 말하면 전투기 내 컴퓨터가 작동해 그대로 시행된다. 또 직접 음성출력에서는 전투기 컴퓨터가 비행상황을 점검해 고도를 올려야 한다든지 기체를 바로잡아야 한다든지 지시한다. 이런 음성조종은 공중전에 맞닥뜨렸을 때 유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종사는 공중전에 돌입하면 한시도 목표물에서 눈을 뗄 수 없을뿐더러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온몸에 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음성조종은 조종사의 부담을 훨씬 낮춰준다. 또 비행기가 야간이나 구름 속을 비행할 때 하늘과 바다를 혼동해 바다로 추락하는 ‘버티고 현상’과 지나치게 기체를 세우는 바람에 양력을 받지 못해 그대로 추락하는 ‘실속현상’ 등을 사전에 예방케 해준다. 전투기가 공중에 멈춰 선다? 슈퍼크루즈와 적외선 추적탐색 장치 항공기가 음속에 가까워지면 공기흐름을 강하게 압축하기 때문에 항공기 앞에서 음파들이 합쳐져 충격파를 형성한다. 따라서 항공기가 음속을 돌파하려면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게 된다. 전투기들은 이때 엔진의 후연기에서 연소된 제트가스에 다시 연료를 분사해 추력을 증가시킨다. 이런 후연기 사용은 연료가 3배 이상 많이 들어가게 돼 전투기의 작전지속 시간을 줄였다. 또 강한 불꽃으로 적외선이 대량 방출돼 160km 밖의 상대방 전투기의 적외선 추적탐색 장치에 걸리는 부작용이 있다. 유러파이터는 추력이 강한 엔진을 사용해 후연기 없이 평상시의 추진력으로도 음속을 돌파하는 괴력의 슈퍼크루즈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전투기가 적진에 들어가면서 레이더를 가동하면 방출되는 레이더파가 상대방 전투기나 레이더망에 걸려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셈이 된다. 차기 전투기 모든 기종들에 부착된 적외선 추적탐색 장치는 레이더파를 발사하지 않고 상대방이 발산하는 열(적외선)을 센서로 포착하기 때문에 적진에 은밀하게 접근할 수 있다. 차기 전투기들은 시속 900km 속도로 지상 60∼70m를 스치듯이 날아갈 수 있다. 이런 낮은 비행은 고정익 항공기로는 불가능하고 헬리콥터 정도만이 가능했다. 이런 비행은 지형지물을 읽는 레이더에 의해서 가능하다. 레이더가 되돌아온 레이더파를 컴퓨터를 이용해 분석하여 지형 모습을 조종석 액정화면에 그려내기 때문이다. 라팔은 이런 별도 레이더를 사용하지 않고 능동형 레이더가 상대 비행물체 탐색과 지형지물 파악을 동시에 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경기도 성남비행장에서 벌어진 서울 에어쇼에서 수호이-35의 코브라는 공중에서 선회를 하다가 수직으로 잠시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세히 바라본 관람객은 수호이-35가 선 채로 조금씩 배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런 코브라 기동은 엔진 분사노즐을 움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수호이-35는 엔진의 분사방향을 전후좌우 15도 정도 바꿀 수 있다. 코브라 기동은 엔진의 분사방향을 수직으로 하지 않고 완전히 들어올릴 때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분사방향을 좌우로 틀면 비행기는 원 또는 타원을 그리지 않고 좌우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레이더를 피해가는 신소재 사용 이런 기동은 근접전과 미사일을 피할 때 효과적이다. 상대편 비행기가 뒤쪽에서 쫓아올 때 코브라 기동을 하면 상대편 비행기는 지나쳐서 오히려 앞장을 서게 된다. 이때 열추적 미사일 공격이 가능해진다. 또 미사일은 비행기를 추적할 때 타원 또는 원을 상정해 쫓아가기 때문에 비행기가 불규칙하게 방향을 바꾸면 쉽게 미사일을 피할 수 있다. 차기 전투기들의 조종석을 들여다보면 각종 바늘이 움직이는 계기판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3개의 액정화면과 조종석 위에 유리형 화면(허드)이 눈에 들어온다. 모든 기계작동에서 기존의 아날로그 대신에 디지털을 채용한 덕택이다. 또 차기 전투기들은 레이더파를 분산시키기 위해 괴상한 모양을 한 F-117 전폭기, B-2 폭격기처럼 완전한 스텔스 기능을 갖지 못하지만, 단면적을 최대한 줄이고 신소재를 사용해 레이더 피탐률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 이런 경향들은 좀더 최근에 개발된 라팔, 유러파이터 등에서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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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차기 전투기 기종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 군 고위 관계자는 “국익 우선”이라고 간단하게 밝혔다. 이런 발언은 △전투기 성능 △가격 △도입 뒤 운영유지 △다른 무기와의 상호운용성 △한국 항공산업 활성화 등을 고려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국방부가 최근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종결정시 평가방안’에서도 확인된다. 국방부는 앞에서 언급한 분야의 모든 항목에 가중치를 부여한 점수를 매겨 기종선정을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 항목만 평가하지 않고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뜻이다. 국방부는 이런 가중치 내역을 해외 4개 업체와 최종 가격협상을 벌이기 전에 공개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차기 전투기 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공군 시험평가단을 4개국에 보내 현지 시험평가를 하면서 성능을 점검했다. 또 올 들어 지금까지 각 업체들로부터 △후속 수리부속 조달 △정비지원 △한국형 전투기 제작을 위한 기술이전 △비행기 도입가격의 70%에 해당하는 액수를 한국에서 물품구입 등을 하는 절충교역 등의 내용을 통보받았다. 국방부는 이들 내용에 대해 작전환경과 한국 항공산업의 효과와 신빙성 등을 따져보면서 가중치 작성→최종 가격협상→비용대 효과분석→획득정책 회의 등을 거쳐 차기 전투기 기종을 선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차기 전투기 기종선정은 올 들어 4차례 연기되는 등 순탄치만은 않다. 국방부는 애초 선정시기를 지난 7월로 정했다가 9월, 11월, 연말로 늦추었다. 지금의 분위기로는 자칫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높다. 군 관계자는 “모든 사항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지 협상을 서두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사업은 대형사업이고 국가간의 구매사업”이라며 “세계적인 첨단 항공업체들이 탈락했을 경우 입게 될 ‘부정적인 이미지’의 후유증도 예상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선정 뒤 생길지 모를 ‘잡음’에도 무척 신경쓰고 있는 것이다. |
김성걸 기자/ 한겨레 정치부 skkim@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