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오른쪽)는 지난 4월10일 당에서 기초선거 공천 여부에 대한 당원투표·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6시간30분 뒤에야 무거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마지막 한 방울 땀까지 흘리겠다”며 대표직 사퇴설을 일단 잠재웠다.한겨레 김경호
왜 모든 비판을 안철수가 받나 안 대표가 공천으로 돌아선 것은 ‘새누리당은 공천, 새정치연합은 무공천’이란 불공정 게임의 규칙을 바로잡는 결단으로 볼 수 도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장·대선 후보 양보에 이은 무공천 번복 결정이 그의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준한 교수는 “안철수 대표의 이미지가 항상 애매모호하고 우유부단한 브랜드로 굳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공천 논란에서 보듯 안 대표가 ‘약속 지키기’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는 정치 태도’를 새정치의 덕목으로 중요하게 강조하다보니, 예를 들어 ‘노동이 존중받는 복지’ 같은 정치적 지향점이나 구체적인 민생정책 등을 새정치의 내용으로 제시하는 데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썼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진만 교수는 “‘민주당과 안철수’가 통합하면서 기초선거 무공천을 고리로 한 것은 그만큼 두 정당이 합의할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걸 보여준다. 안 대표도 이제 정치 불신과 관련된 소재가 아니라, 새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새로운 어젠다(의제)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도 “안 대표는 정치의 축소화가 아니라, 좋은 정치를 자꾸 키우는 방향으로 좀더 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번 논란으로 안 대표가 내상을 입긴 했지만 ‘간철수’로까지 불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한길 대표 등 새정치연합 지도부도 기초선거 무공천을 실시해, 이번 지방선거를 ‘약속을 지킨 야당 대 거짓 정권’ 구도로 짜려 했기 때문에 모든 비판을 안 대표가 짊어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공천 공약을 파기한 탓에 안 대표가 무공천에서 공천으로 선회했는데, 여권에서 정계 은퇴까지 거론하는 것은 안하무인 공세라는 얘기다. 도덕 교과서에 실릴 때의 고민 새정치연합의 한 수도권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양보와 대선 후보 사퇴는 양보라는 미덕의 정치를 한 것이다. 또 이번에는 공천 문제로 내부 분열이 크니, 여론을 수렴해 포용의 정치를 한 것이다. ‘철수정치’란 비판은 과하다”고 안 대표를 옹호했다. 새정치연합의 다른 인사는 “새정치연합의 정강·정책에 새정치를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정치’라고 규정했다. 안 대표가 지방선거 게임의 룰을 바로잡으라는 국민과 당원의 명령에 결국 따랐으니, 안철수의 새정치가 끝났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안 대표 쪽 인사도 “무공천 철회가 아니라 유보다. 새정치연합도 공천해서 새누리당의 독점을 막고, 나중에 힘을 갖춰 정치 개혁에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의 정치적 위기가 일단 6·4 지방선거까지 유보됐다고 평가한다. 안 대표가 선거 승리를 견인하지 못하면 대표직 유지도 쉽지 않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공천으로 선회해 당의 혼돈을 수습했다는 당원들의 신뢰와 함께 선거에서 이긴 야권 지도자의 위치도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선거 환경은 좋은 편이 아니다. 새정치연합도 기초선거 공천으로 돌아서면서 야권이 애초 설정한 ‘약속 대 거짓’ 구도가 힘을 발휘하기 어려워졌고, 지지율 60%가 넘는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야권의 정권견제론이 강하게 먹힐지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옛 민주당과 안철수 쪽 인사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두 세력의 통합 효과는 더 반감될 수 있다. 안 대표가 4월10일 기자회견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마지막 한 방울 땀까지 흘리겠다”고 다짐하면서 “참으로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선거 환경을 고려한 얘기였을 것이다. 그럼 안 대표를 ‘간철수’라 부르며, 그에게 무공천 혼란의 책임을 지고 정계 은퇴를 하라는 일부의 주장은 실현 가능한 일일까? 흥미롭게도, 지방선거에 매진하겠다는 안 대표의 다짐보다는 몇 년 전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자신의 이야기가 실릴 때 내놓은 말을 참고하는 것도 해답을 유추하는 한 방법일 듯싶다. “도덕 교과서에 내 이름이 실린다고 연락이 왔을 때 고민이 많았다. 엄청난 무게의 책임감을 느꼈다. 어린이들에게 도덕적인 인물로 소개된 사람이 나중에 결과가 안 좋으면, 자칫 도덕적으로 살면 실패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어떤 성취를 얻기 전에, 적어도 실패로 기록될 성급한 판단을 하지 않을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