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근태·노무현 엇갈린 행보 주목… 대선전략에 따라 당정 쇄신 다른 목소리
김근태 민주당 최고위원과 노무현 상임고문은 지난 7월22일 저녁을 함께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틀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날 회동결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경쟁하고 협력하는 친구다. 스타일은 좀 다르지만 정책노선은 근접성이 있다. 87년 DJ와 YS의 분열로 정권교체에 실패한 교훈을 잊지 말고 민주화세력이 함께 가자고 약속했다. 대선 연대의 틀을 서로 공감하고 지키기로 했다.” 김근태-노무현 연대의 공식화였다.
개혁세력 대표주자의 협력체제 주춤
그러나 최근 김-노의 연대가 시험대에 올랐다. 계기는 DJP 공조 붕괴 뒤 단행된 당정개편. 한광옥 대표체제의 출범에 대해 서로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국민들과 당원들의 쇄신요구를 무시한 인사로 동의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또 “동교동계가 당 위에 군림하며 당운영을 독점 전횡하고 있다”며 동교동계의 해체를 주장하고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는 등 20여일 남짓 당무를 거부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10월4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당무에 복귀했으나 “국정이 쇄신돼야 정권의 안정을 가져오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 이를 위해 회의에 참석해 계속 주장하고 확인해 나갈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노무현 상임고문은 일찌감치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여러 가지 고민을 하신 끝에 결정한 것으로 안다. 당을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수용의 뜻을 밝혔다. 당내 대선 예비주자를 제외하고 민주당 책임자로 한광옥 대표를 내세운 것은 김 대통령의 현실적 선택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연대의 명분과는 달리 ‘김근태=반동교동’, ‘노무현=친동교동’으로 입장이 갈리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지난 7월 연대를 공식화하며 결속력을 과시해온 김근태-노무현이 불과 2달 만에 이처럼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번 이견이 이들 연대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들은 지난 7월 연대를 선언하면서 “개인적 욕심을 버리고 개혁의 대의명분을 지키면서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하자”고 했지만, 당내문제와 관련해서는 정치적으로 서로 다른 행보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해부터 당내 소장파들이 주도해온 당정 쇄신 목소리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해 7월 국회 장기파행 국면에서 당내 소장파들이 당정 쇄신을 강력하게 주장했을 때도 김 최고위원은 권노갑 당시 최고위원과 김옥두 사무총장 등 동교동계 핵심인사들을 직접 만나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민심수습을 위해 당지도부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동교동계의 2선 후퇴를 요청했다. 또 지난해 12월2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동교동계 등 비공식라인 폐해 근절 △핵심의사 결정라인의 인사개편을 주장하는 등 당정 쇄신 목소리에 합류해왔다. “정권 출범 뒤 기대가 컸다. 어떻게 이뤄진 정권교체냐. 모든 것이 잘될 것으로 봤고, 내가 할 일이란 의정활동 열심히 하면서 정부의 개혁조처를 열심히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99년 옷로비사건을 보면서 ‘뭔가 잘못됐다’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가 오만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국민과 더불어 하는 정치를 생각했다. 그래서 당내 절차를 밟아, 또 필요하면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당내 개혁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실현하려 노력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러나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더이상 당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당정 쇄신을 요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과 달리 이번 인사조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당정 쇄신을 거듭 촉구한 것은 이 때문이다. 앞으로는 공개적으로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광옥 대표 출범 뒤 시각차이 뚜렷
반면 노무현 상임고문은 당정 쇄신 등 당내 개혁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해 12월 김중권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민주당 대표 임명 당시 “기회주의자는 포섭대상일 뿐 지도자로 모시지는 않는다”는 발언으로 당내 파문을 일으켰으나, 당정 쇄신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 노 고문은 언론개혁을 누구보다 앞장서 주장하는 등 개혁세력의 대표주자임을 자임해왔으나 소장파 의원들의 당정 쇄신 목소리에 대해서는 침묵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왔다.
노 고문의 이런 태도는 이른바 DJ식 정치, ‘3김 정치’로 표현되는 1인 보스정치와 하향식 권위주의, 비민주적 정치문화에 대한 독특한 시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당내 비민주적인 정치문화의 극복은 DJ 정권의 과제라기보다는 차기 정권의 몫이라는 게 노 고문의 생각이다. 노 고문은 “이 문제는 리더십 스타일에 관한 것이다. 리더십 스타일은 단기간에 변하는 것이 아니다. 더 범주를 넓히면 이른바 DJ식 정치문화가 될 텐데, 이런 정치문화는 내년 권력변화의 시기 이후에나 변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의 후진적 정치문화에 대한 개혁요구가 많은 것은 사실이고 개혁돼야 한다. 후진적 정치문화라고 하면 명분과 철학보다 이해관계를 더 앞세우는 정치풍토, 하향식 권위주의, 권력집중과 패쇄적 운영, 비민주적 당운영 등을 말하는 것일 텐데, 그렇지만 이런 부분은 군사독재 시절부터 야당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조건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30년 이상 이런 정치풍토에서 살아남고 정권을 잡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 임기중에 이런 부분에 대해 혁명적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이 문제의 극복은 김 대통령 이후의 과제, 세대교체를 통해서나 실현될 수 있는 과제라는 것이다. “97년 대선 당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라고 봤다.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변화는 어떤 개혁정책보다도 큰 개혁이고, 그 시대의 과제는 정권교체였다. 그래서 국민회의에 합류했다. 실제 DJ 정권은 민주세력의 정통성 회복이나 남북관계 개선, 서민정책 등에서 개혁적 역할을 충분히 했다. 못한 것은 1인보스 정치의 청산, 당내 민주주의의 실현 등 정치문화, 권력문화와 관련된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김 대통령 이후의 과제로 봐야 한다. 물론 소장파들의 문제제기는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금 시기에는 그런 문제제기와 당지도부의 입장이 공존하는 시기로 어떤 결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근태 최고위원의 생각은 다르다. 우선 출발점부터 다르다. 김 최고위원의 문제제기는 민심이반 현상 등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쇄신이 진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리더십 스타일 문제라고 넘어가기에는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예컨대 언론사 세무조사의 경우 정치적 목적이라는 의구심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면 우리가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동시 쇄신이 필요하다. 경제개혁도 마찬가지다. 국민들 모두 고통받는데, 일부세력은 여전히 잘 나간다는 의혹을 받으면 되겠느냐. 함께 고통받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의 의혹을 받는 부분은 과감히 털어내고 진정으로 새로 출발한다는 쇄신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기보다는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라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개혁 이미지 강화 vs 동교동 협력 기대
흥미로운 점은 이런 정치적 입장 차이가 두 사람의 대선전략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노 고문 진영쪽은 영남지역의 득표력을 앞세워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취약한 당내 기반 때문에 아직은 당내 경선 경쟁력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이인제 최고위원보다 뒤지는 실정이다. 노 고문 진영은 이 문제를 당내 최대 세력인 동교동계의 협력을 통해 극복하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김 대통령과 동교동계에 대한 노 고문의 유화적인 태도를 이런 경선전략과 관련해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반면 김 최고위원은 개혁세력의 대표주자로서 개혁 이미지 강화가 득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입장이다. 사실 그동안 지난해부터 당정 쇄신을 요구해온 소장파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을 아껴온 김 최고위원에 대해 실망감을 보여왔다. 또 그동안 동교동계와 껄끄러운 관계였던 김 최고위원으로서는 당내 세력관계상 이번 당정개편으로 동교동계가 전면에 포진하게 되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이번 당정개편에 대한 이견으로 틈이 보인 두 사람의 연대가 향후 대선국면에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그것은 두 사람의 의지와 정치역량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사진/ 김근태 최고위원과 노무현 최고위원이 연대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9월6일 노무현 부산후원회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자리에 앉았다.(이용호 기자)
반면 노무현 상임고문은 일찌감치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여러 가지 고민을 하신 끝에 결정한 것으로 안다. 당을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수용의 뜻을 밝혔다. 당내 대선 예비주자를 제외하고 민주당 책임자로 한광옥 대표를 내세운 것은 김 대통령의 현실적 선택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연대의 명분과는 달리 ‘김근태=반동교동’, ‘노무현=친동교동’으로 입장이 갈리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지난 7월 연대를 공식화하며 결속력을 과시해온 김근태-노무현이 불과 2달 만에 이처럼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번 이견이 이들 연대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들은 지난 7월 연대를 선언하면서 “개인적 욕심을 버리고 개혁의 대의명분을 지키면서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하자”고 했지만, 당내문제와 관련해서는 정치적으로 서로 다른 행보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해부터 당내 소장파들이 주도해온 당정 쇄신 목소리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해 7월 국회 장기파행 국면에서 당내 소장파들이 당정 쇄신을 강력하게 주장했을 때도 김 최고위원은 권노갑 당시 최고위원과 김옥두 사무총장 등 동교동계 핵심인사들을 직접 만나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민심수습을 위해 당지도부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동교동계의 2선 후퇴를 요청했다. 또 지난해 12월2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동교동계 등 비공식라인 폐해 근절 △핵심의사 결정라인의 인사개편을 주장하는 등 당정 쇄신 목소리에 합류해왔다. “정권 출범 뒤 기대가 컸다. 어떻게 이뤄진 정권교체냐. 모든 것이 잘될 것으로 봤고, 내가 할 일이란 의정활동 열심히 하면서 정부의 개혁조처를 열심히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99년 옷로비사건을 보면서 ‘뭔가 잘못됐다’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가 오만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국민과 더불어 하는 정치를 생각했다. 그래서 당내 절차를 밟아, 또 필요하면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당내 개혁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실현하려 노력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러나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더이상 당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당정 쇄신을 요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과 달리 이번 인사조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당정 쇄신을 거듭 촉구한 것은 이 때문이다. 앞으로는 공개적으로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광옥 대표 출범 뒤 시각차이 뚜렷

사진/ 김-노 연대는 지속될 것인가. 김근태 최고위원은 한반도재단을 창립해 지부 확장에 나섰다.(강창광 기자)

사진/ 노무현 최고위원은 부산후원회의 바람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이용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