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헌) 대표도 RO 멤버이고 이(석기) 의원과 동일한 분이라면 국가에서 헌법재판소에 당 해산 신청을 해야 한다.”
“또 다른 국회의원 이름마저 RO 비밀멤버라는 의혹이 거론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통진당은 스스로 해산되는 것이 맞는다는 게 국민들의 생각이다.”
“이석기의 RO 조직원 대다수가 민주화 유공자로 둔갑해 보상금을 받았다는 보도를 접하고 있다. 이적단체로 대법원 판결을 받은 후에도 거리를 버젓이 활보하는가 하면 RO 조직원 또는 종북세력들이 수원·성남 등지에서 시민단체로 등록해 보조금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국회를 빨리 열어야 될 이유가 충분히 있는 것 같다.”
집권당 사무총장의 무책임한 ‘~라면’ 화법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9월9일 평화방송 라디오, 9월10일 원내대책회의, 9월11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 말이다. ‘~라면’이라는 가정법으로, 특정 인사를 별다른 근거 없이 RO 조직원이라고 단정한 몇몇 언론 보도를 근거로 쏟아낸 홍 총장의 주장은 선동에 가깝다. 혐의를 기정사실로 단정한 뒤 사실이니 전부 소탕하자는 식이다. 사실과 증거에 기반한 논리,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에 대한 구별 능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법원 판결과 인권에 대한 존중도 마찬가지다. 그는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이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9월5일 내란 음모·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자마자 새누리당은 공안 정국을 이어갈 카드를 여러 장 꺼내들었다. 9월6일 통합진보당 해산을 제소하라고 정부에 요구했고, 이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제출했다. 내란 음모·선동죄가 성립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여적죄’ 조항 적용을 검토하라는 주문도 내놓았다. 이에 반대하면 ‘종북세력’이라는 태세다.
여당이 통합진보당 해산 요구를 내놓자, 법무부는 곧바로 법무차관 직속의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헌법 제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청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서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정당이 해산될 경우 소속 의원도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정당법에는 소속 정당 해산시 의원직 유지 여부에 대한 규정이 없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할 것을 우려해 미리 법으로 못박아두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5월12일 모임’의 성격조차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전체를 위헌 정당 취급하는 것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국정원의 주장만 있을 뿐이고, 그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 해도 통합진보당 전체가 ‘목적과 활동에서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됐다는 증거는 제시된 바 없다. 새누리당은 최소한 혐의를 뒷받침할 하나의 사실이라도 제시하고 위헌정당심판청구를 말해야 한다”(9월10일 <프레시안> 기고문)고 말했다. “혐의 만으로도 제명할 수 있다” 현재 법무부에는 지난 4월 극우단체인 국민행동본부(위원장 서정갑)와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영주)가 낸 통합진보당 해산 청원과 9월5일 탈북자 단체가 낸 해산 청원이 계류돼 있다. 극우단체들은 2004년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한 이후 세 차례나 해산 청원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민행동본부 등은 청원서에서 “민주노동당이 해산심판을 회피하기 위해 통합진보당을 출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통합진보당 강령 전문에 나오는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자주적 민주정부를 세우고”란 대목은 “노동자가 주인이 된다는 공산주의 이념의 선전이론”이며, “진보적 민주주의”란 표현은 “김일성의 북한 공산독재 체제, 인민민주주의를 미화하여 사용한 용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에 지급되는 정당보조금에 대해 “종북 활동비나 마찬가지”(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라며 통합진보당 전체를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강제 해산하려는 집권여당의 인식과 극우단체들의 주장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석기 제명안’은 민주당과 정의당을 압박하는 정치적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9월6일 제명안을 제출하면서 “사법부는 사법부의 판단대로 하고, 국회는 국회의 할 일이 있다. 헌법 수호 의무를 가진 국회의원이 이런 혐의를 받는 자체만으로도 자격 상실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확정판결 전까지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게 돼 국가 기밀 누설, 국가 기능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매우 높”으니 국회의 고유 권한에 의해 혐의만으로 제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은 “이석기 의원이 6월15일 국회 출입기자들과 오찬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애국가를 국가로 정한 적이 없다’ ‘애국가 부르기를 강요하는 것은 전체주의다’라고 하는 등 국민의례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발언을 했다”는 것도 제명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승계 금지 법안’은 제명안의 후속타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9월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석기 제명안이 처리된다면 다음 비례대표로 기다리는 사람은 간첩 혐의로 13년을 복역한 사람이라고 한다. 원조 이석기 내지는 이석기 곱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준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과 헌법을 부정한 사람이 전향하지도 않았는데 국회의원 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반국가행동, 이적행동을 국가가 나서서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튿날 윤상현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제명된 경우 비례대표 후순위자가 의원직을 승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보안법이나 형법상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경우 5년 동안 피선거권을 제한하도록 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순위자는 강종헌 한국문제연구소 대표다. 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 판결을 받고 13년 동안 복역하다 감형을 받아 풀려난 뒤 일본으로 추방됐다. 2010년 재심을 청구해 지난 1월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대법원 확정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심 최고위원은 이런 사실은 언급하지 않은 채 그를 ‘전향하지 않은 간첩’으로 취급했다. 국정원 법률자문 자처하는 새누리당 국회법에 따른 제명 절차가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국회법은 징계안을 심사할 때 당사자가 출석한 상태에서 심문을 하도록 하는 등 징계 대상자의 자기 소명과 반론 기회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이석기 의원이 구속 수감 중이라는 이유로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제명안을 밀어붙이더라도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체포동의안과 달리 제명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제명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해서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사실상 처리가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제명안에 대한 논의는 사법부의 판단 이후 또는 적어도 검찰이 기소하는 시점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목적은 제명안 처리가 아니라 야당에 대한 ‘종북몰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체포동의안에 반대·기권한 의원들을 ‘종북세력’이라고 규정하듯, 제명안 처리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종북 딱지를 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윤상현 의원은 “민주당이 (제명안 처리에) 협조하는지 안 하는지 보면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9월9일 최고위원회의)이라며 정치적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IMAGE2%%]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법률 자문도 자처하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9월6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석기 의원에게 ‘여적죄 예비음모’ 혐의를 추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이석기 사건은 과거 판례가 없는 새로운 사건이기 때문에 법리적 공방이 치열할 가능성이 있다. 어떤 법이든 이석기 문제는 법망을 빠져나가선 안 되고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 법망을 빠져나갈 구멍을 최대한 좁히기 위한 제도로 여적죄 예비음모죄를 추가해야 한다. 혹시나 빠져나갈 경우를 대비해 다른 법망의 그물을 쳐놓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형법 제93조 여적죄는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에 항적한 경우’에 적용한다. 최소 형량이 사형인 중범죄다. 한국전쟁 이후 판례가 없다. 국정원 대변인은 9월8일 “수사를 해보니 여적죄에 해당하는 범죄까지 나온다. 따라서 (여적죄를) 추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여적죄 음모의 형량은 2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애초 적용한 내란 음모(3년 이상 징역형)보다 낮은 형량이다. 수사 과정에서 낮은 형량의 범죄를 덧붙이는 건 드문 일이어서 국정원이 내란 음모 혐의 입증에 자신이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에 대한 정치 공세 수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말이 점잖은 편인 황우여 대표가 직접 나서서 ‘민주당 숙주론’을 되풀이했다. “민주주의 훼손 세력과 무분별하게 연대해 자유민주주의에 기생해온 종북세력의 숙주 노력을 하지는 않았는지, 지금도 이들을 비호하고 있지는 않은지 정치권은 반성하며 이런 요소를 말끔히 정화시켜야 한다”는 여당 대표의 발언으로 여야 관계는 한층 험악해졌다. 공안 바람, 이대로 1년만? 새누리당의 이런 촘촘한 융탄폭격식 행태는 이석기 의원 사건으로 야기된 공안 정국을 정치적으로 한껏 활용해 앞으로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석기 의원은 9월13~14일께 국정원에서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사건이 송치되면 최대 20일 동안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기소 단계부터 1심 판결 때까지 6개월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월 재·보궐 선거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도 새누리당의 공안몰이가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 관련자들의 주요 활동 지역인 경기 수원·성남·하남·안양 등이 이미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갔다.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은 “종북세력이 지자체 산하기관을 접수했다”며 해당 기관에 대한 예산 지원, 인력 채용을 문제 삼는 등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공안 정국은 이제 시작이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을 빌미로 야권 전체에 대한 ‘종북몰이’에 여념이 없는 새누리당의 지도부. 황우여 대표(오른쪽), 최경환 원내대표(왼쪽),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한겨레 김경호
여당이 통합진보당 해산 요구를 내놓자, 법무부는 곧바로 법무차관 직속의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헌법 제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청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서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정당이 해산될 경우 소속 의원도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정당법에는 소속 정당 해산시 의원직 유지 여부에 대한 규정이 없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할 것을 우려해 미리 법으로 못박아두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5월12일 모임’의 성격조차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전체를 위헌 정당 취급하는 것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국정원의 주장만 있을 뿐이고, 그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 해도 통합진보당 전체가 ‘목적과 활동에서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됐다는 증거는 제시된 바 없다. 새누리당은 최소한 혐의를 뒷받침할 하나의 사실이라도 제시하고 위헌정당심판청구를 말해야 한다”(9월10일 <프레시안> 기고문)고 말했다. “혐의 만으로도 제명할 수 있다” 현재 법무부에는 지난 4월 극우단체인 국민행동본부(위원장 서정갑)와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영주)가 낸 통합진보당 해산 청원과 9월5일 탈북자 단체가 낸 해산 청원이 계류돼 있다. 극우단체들은 2004년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한 이후 세 차례나 해산 청원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민행동본부 등은 청원서에서 “민주노동당이 해산심판을 회피하기 위해 통합진보당을 출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통합진보당 강령 전문에 나오는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자주적 민주정부를 세우고”란 대목은 “노동자가 주인이 된다는 공산주의 이념의 선전이론”이며, “진보적 민주주의”란 표현은 “김일성의 북한 공산독재 체제, 인민민주주의를 미화하여 사용한 용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에 지급되는 정당보조금에 대해 “종북 활동비나 마찬가지”(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라며 통합진보당 전체를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강제 해산하려는 집권여당의 인식과 극우단체들의 주장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석기 제명안’은 민주당과 정의당을 압박하는 정치적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9월6일 제명안을 제출하면서 “사법부는 사법부의 판단대로 하고, 국회는 국회의 할 일이 있다. 헌법 수호 의무를 가진 국회의원이 이런 혐의를 받는 자체만으로도 자격 상실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확정판결 전까지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게 돼 국가 기밀 누설, 국가 기능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매우 높”으니 국회의 고유 권한에 의해 혐의만으로 제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은 “이석기 의원이 6월15일 국회 출입기자들과 오찬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애국가를 국가로 정한 적이 없다’ ‘애국가 부르기를 강요하는 것은 전체주의다’라고 하는 등 국민의례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발언을 했다”는 것도 제명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승계 금지 법안’은 제명안의 후속타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9월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석기 제명안이 처리된다면 다음 비례대표로 기다리는 사람은 간첩 혐의로 13년을 복역한 사람이라고 한다. 원조 이석기 내지는 이석기 곱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준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과 헌법을 부정한 사람이 전향하지도 않았는데 국회의원 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반국가행동, 이적행동을 국가가 나서서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튿날 윤상현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제명된 경우 비례대표 후순위자가 의원직을 승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보안법이나 형법상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경우 5년 동안 피선거권을 제한하도록 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순위자는 강종헌 한국문제연구소 대표다. 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 판결을 받고 13년 동안 복역하다 감형을 받아 풀려난 뒤 일본으로 추방됐다. 2010년 재심을 청구해 지난 1월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대법원 확정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심 최고위원은 이런 사실은 언급하지 않은 채 그를 ‘전향하지 않은 간첩’으로 취급했다. 국정원 법률자문 자처하는 새누리당 국회법에 따른 제명 절차가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국회법은 징계안을 심사할 때 당사자가 출석한 상태에서 심문을 하도록 하는 등 징계 대상자의 자기 소명과 반론 기회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이석기 의원이 구속 수감 중이라는 이유로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제명안을 밀어붙이더라도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체포동의안과 달리 제명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제명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해서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사실상 처리가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제명안에 대한 논의는 사법부의 판단 이후 또는 적어도 검찰이 기소하는 시점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목적은 제명안 처리가 아니라 야당에 대한 ‘종북몰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체포동의안에 반대·기권한 의원들을 ‘종북세력’이라고 규정하듯, 제명안 처리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종북 딱지를 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윤상현 의원은 “민주당이 (제명안 처리에) 협조하는지 안 하는지 보면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9월9일 최고위원회의)이라며 정치적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IMAGE2%%]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법률 자문도 자처하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9월6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석기 의원에게 ‘여적죄 예비음모’ 혐의를 추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이석기 사건은 과거 판례가 없는 새로운 사건이기 때문에 법리적 공방이 치열할 가능성이 있다. 어떤 법이든 이석기 문제는 법망을 빠져나가선 안 되고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 법망을 빠져나갈 구멍을 최대한 좁히기 위한 제도로 여적죄 예비음모죄를 추가해야 한다. 혹시나 빠져나갈 경우를 대비해 다른 법망의 그물을 쳐놓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형법 제93조 여적죄는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에 항적한 경우’에 적용한다. 최소 형량이 사형인 중범죄다. 한국전쟁 이후 판례가 없다. 국정원 대변인은 9월8일 “수사를 해보니 여적죄에 해당하는 범죄까지 나온다. 따라서 (여적죄를) 추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여적죄 음모의 형량은 2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애초 적용한 내란 음모(3년 이상 징역형)보다 낮은 형량이다. 수사 과정에서 낮은 형량의 범죄를 덧붙이는 건 드문 일이어서 국정원이 내란 음모 혐의 입증에 자신이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에 대한 정치 공세 수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말이 점잖은 편인 황우여 대표가 직접 나서서 ‘민주당 숙주론’을 되풀이했다. “민주주의 훼손 세력과 무분별하게 연대해 자유민주주의에 기생해온 종북세력의 숙주 노력을 하지는 않았는지, 지금도 이들을 비호하고 있지는 않은지 정치권은 반성하며 이런 요소를 말끔히 정화시켜야 한다”는 여당 대표의 발언으로 여야 관계는 한층 험악해졌다. 공안 바람, 이대로 1년만? 새누리당의 이런 촘촘한 융탄폭격식 행태는 이석기 의원 사건으로 야기된 공안 정국을 정치적으로 한껏 활용해 앞으로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석기 의원은 9월13~14일께 국정원에서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사건이 송치되면 최대 20일 동안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기소 단계부터 1심 판결 때까지 6개월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월 재·보궐 선거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도 새누리당의 공안몰이가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 관련자들의 주요 활동 지역인 경기 수원·성남·하남·안양 등이 이미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갔다.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은 “종북세력이 지자체 산하기관을 접수했다”며 해당 기관에 대한 예산 지원, 인력 채용을 문제 삼는 등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공안 정국은 이제 시작이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