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8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시의 시공사 사옥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한 미술품을 트럭에 싣고 있다.한겨레 이정아
현재 전씨는 전체 추징금의 4분의 1만 낸 상태다. 1997년 내란 및 뇌물수수 혐의로 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받은 그는 그동안 533억원만 납부했다. 앞서 검찰이 미납 추징금을 걷기 위해 2003년에도 그의 재산을 공개해달라는 ‘재산명시 명령’을 법원에서 받아내 전 전 대통령의 자택 별채와 동산 등을 가압류해 경매 처분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자택 내부에 들어가 재산 압류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전두환에게 사형 구형했던 검찰총장 이번 특별집행팀의 미납금 추징 활동은 과거와 달리 단순한 시늉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특별집행팀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채 총장은 전씨가 법정에 섰던 1996년 5·18 특별법에 따라 꾸려진 특별수사본부의 검사였다. 채 총장은 당시 반란 수괴와 상관 살해 미수, 뇌물 등의 혐의를 적용해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법정에서도 채 총장은 전씨와 설전을 벌인 일화로 유명하다. 이런 전씨와의 ‘악연’으로 미뤄볼 때, 전씨 일가의 은닉 비자금을 종합적으로 밝혀내겠다는 검찰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미납금 환수의 바탕이 되는 법적 근거도 탄탄해졌다. 추징 작업도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특별집행팀을 꾸린 것은 전씨의 미납 추징금 환수 시효가 오는 10월 만료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특별집행팀은 미납 추징금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채 총장의 지시로 지난 5월 꾸려졌다. ‘추징 여론’이 높아지자 정치권에서도 미납 추징금 환수 시효를 기존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추징금 환수 시효가 2020년 10월까지 늘어나 특별집행팀도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이 법안은 추징 대상을 당사자에서 가족 등 제3자로 확대해서, 전씨 일가와 측근이 소유한 재산 가운데 그 뿌리가 전씨의 비자금이라는 사실만 밝혀내면 추징이 가능하게 됐다. 검찰은 지난주 동안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계좌 추적 작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씨가 친·인척 명의를 빌려 차명계좌를 개설해 비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의심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국씨가 해외에 비자금을 빼돌렸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재국씨는 2004년 조세회피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인 ‘블루아도니스’를 세우고 아버지의 비자금을 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씨 일가가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3억~5억원씩 쪼개 수백 개의 가명 및 차명 계좌에 넣은 뒤 평균 석 달마다 계좌를 옮겨 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일가 보험 가입 현황까지 조사 ‘숨은 비자금 찾기’는 검찰의 계좌 추적뿐만 아니라, 전씨 일가의 보험 가입 현황 조사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차명 거래나 현금납입이 가능한 보험상품이 고위층의 비자금 은닉처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검찰 특별집행팀은 서울국세청 조사4국과 함께 지난주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신한생명·삼성화재 등 보험사 5곳에 전씨 일가와 측근이 가입한 보험 계약 정보를 넘겨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전씨 일가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채권의 출처를 얼마만큼 밝혀내는지가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현금 거래가 많고 유통 경로가 복잡한 그림·불상 등 미술품과 달리 채권은 자금 출처를 파악하기가 좀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특별집행팀의 수사가 성공적으로 끝나, 전씨 일가의 ‘변명’이 더는 들리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